한국남자배구의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본선 진출의 꿈이 좌절됐다. 6일 이란 테헤란에서 벌어진 아시아선수권대회 일본과의 8강 플레이오프에서 2-3으로 패한 것이 결정타였다. 사진제공|FIVB
특징없는 배구로 리우올림픽 출전기회 놓쳐
한국남자배구가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7월 31일부터 이란에서 벌어진 아시아남자배구선수권대회에 출전했던 대표팀은 7위의 성적표를 받았다. 세계랭킹 포인트에서 중국에 6점 앞섰던 대표팀은 일본과의 8강 플레이오프에서 패해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세계대회 예선에 나갈 기회조차 놓쳤다. 3위 중국은 2016년 1월 1일 기준 국제배구연맹(FIVB) 세계랭킹에서 한국에 앞서게 됐다. 대한배구협회는 FIVB의 올림픽 본선 진출 기준이 계속 바뀌고 있어 출전 기회가 생길지 여부를 계속 확인하기로 했다. 한국남자배구는 2000년 시드니대회 이후 올림픽 본선 무대를 밟지 못하고 있다.
● 우리의 모든 것을 앗아간 한일전 패배
일본은 지난해 한국에 패해 폴란드 세계선수권대회 본선 티켓을 놓친 이후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2020도쿄올림픽에 대비해 유망주를 육성하는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그러나 일본은 세계선수권대회 실패 이후 한국에 거듭해서 설욕전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이란과의 결승전만 생각하던 한국은 4강전에서 일본에 패했다. 많은 선수들과 프로구단들이 기대했던 병역면제 혜택의 꿈은 사라졌다. 일본은 2015월드리그에서도 한국에 3승1패로 앞섰다. 일본전의 열세 때문에 한국은 조 최하위로 밀려났다. 최근 일본전 3연패다.
이번 아시아선수권 예선에서 개최국 이란을 격파하는 등 5연승을 달리던 한국은 가장 중요한 8강 플레이오프에서 일본과 조우했다. 조 1위를 차지한 뒤 상대조 최하위 일본을 만났지만 주축 선수들의 피로와 부상으로 주저앉았다. 그 바람에 중국만 어부지리를 얻었다. 일본은 준결승에서 카타르를 잡은 뒤 대회 3연패를 노리던 이란마저 따돌리고 우승했다. 세대교체를 준비하는 단계에서 성과를 거둔 일본에 비해 한국은 너무 많은 것을 잃었다.
● 우리는 어떤 배구를 해야 할지부터 생각해야
일본은 세대교체를 위해 신체조건이 좋은 유망주를 뽑아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많은 전지훈련과 합동훈련을 통해 조직력과 국제대회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배구는 신장의 경기지만 선천적 조건이 뛰어나지 못한 현실도 반영해 그들만의 배구를 추구한다. 조직력과 스피드, 모든 선수의 다양한 능력을 이용한 토털배구로 상대의 높이에 대항한다.
현재 한국대표팀의 문제는 높이, 기술, 스피드에서 특징이 없는 배구를 한다는 것이다. V리그에서 공격의 많은 부분을 담당하는 외국인선수에 밀려 토종 공격수의 역할이 갈수록 줄어드는 데다, 한국배구를 지탱하던 속공과 수비 등의 장점도 차츰 사라지고 있다. 대한배구협회 신만근 전무는 “이번 성적에 대해 배구인으로서 면목이 없다. 우리도 더욱 먼 목표를 정하고 도쿄올림픽에 대비해 체계적으로 대표팀 구성 등에 대한 준비를 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구체적 방향은 경기력향상위원회의 결과 분석과 상임위원회를 통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 여자대표선수들을 위한 2000만원의 선물
22일부터 일본에서 벌어지는 월드컵에 출전하는 여자배구대표팀에 선물이 왔다. 대한배구협회가 엔트리를 늘려 선수들이 더 나은 조건에서 경기를 하도록 했다. 배구회관 구입에 따른 과도한 차입금으로 협회의 재정은 엉망이고 새로운 스폰서도 구하지 못했지만, 대표팀 추가 엔트리 비용 2000만원을 협회에서 부담하기로 했다.
이번 월드컵에선 16일 동안 11경기가 벌어지는데, 주최측에선 엔트리 12명의 비용만 대주고 추가 엔트리에 대해선 자국 협회가 감당해야 한다. 여자대표팀 이정철 감독은 수비 부담을 고려해 리베로 등 엔트리를 확대하려고 협회와 상의했지만, 원하는 답을 얻지 못했다. 스포츠동아 8월 3일자 ‘V리그 레이더’에서 이 같은 사실이 보도된 이후 박승수 협회장은 “협회가 힘이 들더라도 선수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지원하자”고 결정했다.
이 감독은 리베로 임명옥을 추가로 선발했고, 선수들의 몸을 돌봐줄 마사지 요원 겸 트레이너 1명을 추가 엔트리로 포함시켰다. 그동안 한국배구대표팀은 국제대회 때 선수들의 몸을 살펴주는 트레이너가 동행하지 않는 유일한 팀이었다. 비용 때문이었는데 이번에 협회의 결단으로 선수들의 소원이 이뤄지게 됐다. 이 감독은 “몸을 돌봐주는 사람이 많을수록 선수들의 휴식시간이 많아지고 부상도 줄어든다. 협회의 배려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