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아나신’ 고성희 “감춰둔 ‘허당끼’ 보여줄 것”

입력 2015-08-17 16: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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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희는 극중 고등학생 시절을 연기한 것에 대해 “벌써 스물여섯이라 ‘연기하면서 교복 한번 못 입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는데 그 한을 이번에 풀었다”며 “교복을 입으면 ‘슈퍼파워’가 장착되는 기분이 들었다” 고 웃었다. 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저와의 전쟁에서 열심히 싸웠어요.”

배우 고성희는 OCN 드라마 ‘아름다운 나의 신부’를 마친 소감을 “스스로와의 전쟁이었다”고 표현했다. 그 만큼 고통스러웠지만, 그래서 더 극복하고 싶은 작품이었다.

‘아름다운 나의 신부’에서 어느 날 갑자기 약혼자 김도형(김무열 분)의 곁을 떠나게 되는 과거를 간직한 치명적인 매력의 여자 윤주영을 맡아 열연한 고성희는, 이 작품을 통해 ‘감성-액션-멜로’를 모두 소화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20대 중반의 신인 여배우가 다양한 모습과 감정을 넘나드는 주영 캐릭터를 연기하기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었어요. 개인적으로 잘 털어버리는 성격인데 이번 작품은 쉬는 날에도 사람들을 만나고 싶지 않을 만큼 모든 게 힘들더라고요. 이러다 ‘우울증이 오는 건가’ 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주영의 삶이 너무 불행해서 촬영마다 우는 신이 부담스러웠어요. 작품 미팅을 할 때부터 단 한순간도 전쟁터가 아닌 적이 없었어요. 작품을 끝낸 지금 저와의 전쟁 안에서 완승을 거뒀다고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선전했다고 생각합니다.”

‘아름다운 나의 신부’는 사랑하는 여인을 향한 한 남자의 고지식하고 무모하리만치 저돌적인 사랑이 중심축이 되어 극이 진행됐다. 그 부분을 시청자들에게 납득시키지 못하면 극의 몰입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남자 주인공을 위험에 빠뜨리는 윤주영이라는 인물도 자칫 민폐캐릭터로 흘러갈 수 있는 상황. 고성희 역시 ‘어떻게 하면 시청자들에게 더 애틋하게 다가갈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다고.

“도형과 사랑하는 신에서는 눈빛 하나에도 중점을 뒀고, 맞는 신에서는 예쁜 모습보다는 진흙이 묻고 외모가 망가지더라도 더 처절하게 보이려고 노력했죠. 전작들에서는 배우들과 ‘친해져야 잘 나올 거야’ 라는 생각에 현장에서 더 친해지려고 노력을 많이 했는데 이번 작품은 오히려 거리를 좀 두는 게 애틋함도 살리고 몰입하기에 편할 것 같더라고요. 주영의 감정선을 잃지 않고 유지하려고 노력했어요.”


작품에 대한 고민을 덜어내는 데는 파트너 김무열의 도움이 컸다. 전작들에서 또래 남자배우들과 호흡을 맞췄던 것과는 다르게 김무열은 처음 호흡을 맞춘 30대 배우였고, 학교 선배이기도 했다. 그만큼 든든했고, 의지가 많이 됐다.

“스무 살 때부터 존경했던 선배님이에요. 그래서 더 어렵게 생각했던 것도 있었고 영광스럽기도 했죠. 원래는 선배님이라고 불렀는데 오빠라고 부르라고 하면서 벽을 많이 깨주더라고요. 워낙 표정이나 대사에서 디테일하게 연기하는 분이라 함께 호흡하면서 많이 배웠어요.”

김무열에 대한 감사 인사를 전하던 고성희는 그러나 현실에서 김도형 같은 남자는 어떠냐는 질문에는 고개를 갸웃했다.

“남자스태프들과 감독님들이 도형을 ‘집요하다’ ‘스토커나 다름없다’고 하더라고요. (그 말을 들으니) 현실에서는 좀 그럴 것 같기도 해요. 만약 도형같은 남자를 만나면 그냥 조용히 결혼해야할 것 같아요. 다른 짓했다가는 큰일 날 거 같아요.“(웃음)


드라마 데뷔작 ‘미스코리아’부터 판타지 사극 ‘아경꾼 일지’, 액션을 소화한 ‘스파이’, 그리고 이번 ‘아름다운 나의 신부’까지 고성희는 곱상한 외모와 달리 ‘험한 길’을 걸어왔다. 다양한 장르에, 평범한 캐릭터도 아니였고 배우가 표현해야 할 범위도 넓었다.

“저는 테크닉이 부족한 상황에서 운 좋게 좋은 역할을 일찍 맡았다고 생각해요. 물론 예쁘고 제 나이에 맞는 연기를 하면 즐겁고 재미있겠죠. 그런데 그런 길로만 가면 과연 성장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들더라고요. 혼이 나더라도 할 수 있는 영역을 넓혀놔야 나중에 써먹을 무기가 많이 생길 것 같아 도전적인 작품들을 선택한 것 같아요.”

데뷔부터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면서 지난 해 연말 난생 처음 참석한 시상식에서는 신인상을 수상하는 영광도 얻었다. 하지만 수상의 기쁨도 잠시, MC석을 가로질러 퇴장하는 웃지 못 할 해프닝으로 더 크게 화제가 됐다. 시상식 얘기를 꺼내자 “정말 당황했지만 많은 분들이 귀엽게 봐줘 감사했다”다 면서도 “내 성격을 너무 들켜버렸다”며 웃었다.

“맡은 역할들도 그렇고 이미지를 도도하게 보는 분들이 많은데 제가 허당스러운 면이 있어요. 길치에 기계치이기도 하고요. 예능 출연을 하지 않은 것도 나가서 혹시 실수 할까봐 조심한 면도 있어요. 하지만 이제는 원래 제 모습을 보여드려도 되겠다 생각해요. 제 ‘허당끼’를 방출할 때가 온 거 같아요. 예능도 출연해보고 제 나이에 맞는 20대의 현실적인 삶에 대한 연기도 해보고 싶어요. 새로운 모습도 기대해주세요.”

동아닷컴 권보라 기자 hgbr36@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ㅣ 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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