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강민호(오른쪽)는 18일 사직 LG전에 앞서 적장인 양상문 감독에게 “생일이니 용돈을 달라”고 했다. 양 감독은 옛 제자 강민호의 앙탈에 5만원을 주며 활짝 웃었다. 사직|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양 감독은 제자를 보자마자 몸 상태부터 체크했다. 강민호가 전날 목동 넥센전 도중 이명(귀에 알 수 없는 소리가 들리는 것) 증상을 호소하며 교체됐기 때문이다. 강민호는 “괜찮다”고 했지만, 이날 선발라인업에 이름을 올리진 못했다.
강민호가 몸이 좋지 않음에도 양 감독을 찾은 이유가 있었다. 둘의 인연은 2004년으로 올라간다. 양 감독이 롯데 사령탑을 맡던 그해 강민호는 갓 입단한 풋풋한 신인이었다. 양 감독은 아무것도 모르는 신인이던 그를 과감히 기용하며 국내 최정상의 안방마님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줬다. 강민호 입장에서 양 감독은 절대 잊을 수 없고, 잊어서도 안 되는 스승이다.
물론 이날 인사만 하기 위해 찾아온 것은 아니었다. 강민호는 양 감독에게 “오늘 생일이니 용돈을 달라”고 당당히 말했다. 그는 “지갑을 혹 호텔에서 안 가져오셨다면 매니저에게 부탁해 가져와달라”며 능청을 떨었다. 제자의 남다른 뻔뻔함에 폭소를 터트린 양 감독은 구단 관계자에게 부탁해 돈을 ‘공수’했다. 3만원을 요청했는데도 5만원을 가져온 구단 관계자에게 “케이크 값으로 3만원이면 되는데 왜 5만원을 가져왔느냐”며 장난 섞인 핀잔을 줬지만, 만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용돈을 받는 데 성공한 강민호는 “한 번 제자는 영원한 제자”라는 말로 다시 한 번 좌중에 웃음을 안긴 뒤 유유히 1루 덕아웃으로 사라졌다.
사직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