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그때 이런 일이] 크라잉넛·옐로키친 등 5개팀…신촌 소극장서 ‘펑크록’ 향연

입력 2015-08-27 07: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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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6년 8월 27일

올해 초 MBC ‘무한도전’의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 특집은 댄스음악을 중심으로 한 1990년대 대중음악을 되돌아보게 했다. 많은 이들이 당대의 감성과 추억을 떠올리는 한편으로 1990년대가 화려한 음악의 시대였음을 다시 한 번 떠올리게 했다. 그 중심에 ‘다양성’이 있다. 하지만 1990년대가 정말 다양한 음악의 시대였는지는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폭발적인 인기의 바탕 위에서 수많은 댄스그룹이 등장했고 그 팬덤의 가장 강력한 소비층으로 10대의 힘이 커진 점을 되새기면 1990년대야말로 댄스음악으로 획일화했던 시대는 아니었을까. 그에 반발해 록음악은 또 하나의 대안으로 받아들여졌고 선두에는 펑크록이 서서히 영역을 넓히고 있었다.

1996년 오늘, 크라잉넛(사진)과 옐로 키친, 갈매기, 리본 핑크, 벤치 등 펑크록 혹은 얼터너티브 록밴드 5개 팀이 서울 신촌 라이브극장 벗의 무대에 섰다. 이들의 첫 소극장 공연이었다. 밴드들은 서울 홍대 앞 클럽 드럭에서 청춘들의 지지를 얻고 있었던 팀들. 이미 그에 앞서 5월 말 홍대 앞과 명동에서 ‘스트리트 펑크 쇼’라는 이름의 거리공연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코드와 리듬에 기존 질서에 저항하는 메시지를 장착한 펑크록은 이미 1970년 중반 미국과 영국에서 큰 인기를 모았다. 클럽 드럭은 바로 그 계보를 이을 듯한 기세로 시선을 모았다. 건설회사를 다니던 이석문 대표가 1994년 7월 홍대 앞 극동방송 인근에 문을 연 드럭은 펑크록의 진원지로 불렸다. 이듬해 4월 클럽을 드나들던 젊은이들을 모아 밴드를 구성해 그룹 너바나의 커트 코베인 추모 공연을 펼치면서 라이브 무대를 시작했다.

그 대표적인 밴드가 바로 크라잉넛과 옐로 키친이다. 이들은 1996년 10월 국내 최초의 ‘인디 레이블’(독립제작) 음반 ‘아워 네이션’(Our Nation)을 내놓았다. 그리고 서울의 3개 대학에서 펑크록 페스티벌 ‘소란’에 참여하며 대중음악의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된 펑크록의 향연을 펼쳤다.

이후 이들 밴드들과 함께 어어부프로젝트, 황신혜밴드, 언니네이발관 등이 댄스음악이 장악한 상업적 대중음악에 반기를 들기도 했다. 이 같은 흐름 속에 록음악이 대중음악의 대안이 될 수 있는지 여부가 오랜 시간 활발히 논의됐다. 논의는 건강했다. 다만 록음악 자체가 상업적·획일적 대중음악의 대안으로서 강력한 힘을 발휘하지는 못했다. 대중음악 시장의 다양성을 꾀하고자 하는 노력 자체의 의미만으로 위안을 삼기에 그 토양이 너무도 척박했던 것일까.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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