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출발서 이룬 대기록 뿌듯”, 최형우가 말하는 200홈런 의미

입력 2015-09-02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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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최형우.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전 출발도 남들보다 늦었고, 탄탄대로도 걷지 못했잖아요.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정말 남다르게 느껴집니다.”

삼성 4번타자 최형우(32·사진)는 지난달 30일 대구 LG전에서 개인통산 200홈런 고지를 밟았다. 역대 22번째이자 현역 타자로는 8번째. 올 시즌 최형우의 30번째 홈런이기도 했다. 최형우는 1일 마산 NC전에 앞서 “기분도 좋고 무척 뿌듯하기도 하다. 많은 타자들이 200홈런을 쳤고, 그렇게 희귀한 기록도 아니지만, 적어도 나 자신에게는 아주 특별하게 느껴진다”고 밝혔다.

이 이정표가 남다른 이유가 있다. 지금까지 탄생한 22명의 200홈런 타자 가운데 프로 데뷔 1호 홈런을 가장 늦게 친 타자가 바로 최형우다. 2002년 삼성에 입단했지만, 6년 뒤인 2008년 4월 1일 잠실 LG전에서야 첫 홈런을 신고했다. 한 차례 방출됐다가 경찰야구단에서 군복무를 마친 뒤 재입단하는 아픔을 겪었기 때문이다. 만 27세에 사실상 프로야구선수로 첫 발을 내디뎠고, 훨씬 앞서 출발한 동기생들을 따라잡기 위해 누구보다 많은 땀을 흘렸다. 그리고 지금 최형우는 스타군단 삼성의 4번타자다. 대기만성형 타자 가운데 가장 성공한 사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형우 역시 그 점에 가장 의미를 두고 있다. 그는 “프로에 와서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200홈런까지 치는 날이 올 줄은 몰랐다. 100홈런도 그랬고, 1000안타 때도 마찬가지였다”며 “나는 앞으로도 엄청난 대기록을 쓰기 어렵겠지만, 나이 먹고 늦게 시작해서 여기까지 왔다는 게 스스로에게 뿌듯하고 자랑스럽다”고 털어놓았다.

출발은 늦었지만, 적어도 2008년 이후 최형우는 KBO리그 최고의 홈런타자였다. 지난 7년간 통산 홈런수는 최형우가 1위다. 프로에 입단해 좀처럼 기회를 얻지 못하는 2군 선수들이 희망을 버리지 않아도 좋을 본보기가 됐다. 그는 “앞으로도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서 더 많은 도전을 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마산 |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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