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 김경언-권혁(오른쪽). 스포츠동아DB
● 김경언의 번트 시도, 어떻게 봐야 할까?
한화 김경언은 9일 잠실 LG전 8회초 1사 후 주자 없는 상황에서 기습번트를 시도했다. 한화가 0-8로 크게 뒤진 가운데 1개의 안타도 치지 못한 채 노히트노런을 당하고 있었다. 비록 번트 자체는 실패했으나, ‘큰 점수차에서 퍼펙트게임이나 노히트노런 같은 대기록이 걸려있으면 번트를 대지 않는다’는 암묵적 불문율을 깬 행위라는 주장이 야구계에서 제기된다. 이에 대해 한화 김성근 감독은 10일 대전 SK전에 앞서 “김경언이 번트를 대니 LG 3루수가 뭐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미국은 불문율인지 모르겠는데 일본은 아니다”고도 했다.
그러나 ‘굴욕적 기록의 제물이 되는 마당에 아무 것도 하지 않으란 말인가’라는 반론도 성립한다. 송재우 MBC스포츠+ 해설위원은 “메이저리그에서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 조롱의 대상은 될지언정 보복구는 던질 것 같지 않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번트라는 합법적인 공격 기술을 빼고 싸우라는 것은 오히려 불공평하다”고 주장했다. 김경언은 10일 “상대 내야진을 당겨놓은 뒤 타격을 하기 위해 그렇게 했다”고 말했다. 벤치의 지시는 없었다는 얘기였다. 이순철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노히트노런 중 몇 이닝, 몇 점차부터 번트가 안 된다는 규정이 있을 리 없다. 김경언도 불문율에 대해 생각할 겨를 없이 한 것 아니겠느냐”고 해석했다.
● 고의4구 때 주자는 베이스에 붙어있어야 하나?
한화 권혁은 3일 대전 넥센전 연장 10회초 고의4구를 냈다. 그때 넥센 2루주자 김하성이 스킵 동작을 취하자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 고의4구 때 주자가 움직이면 불문율 위반인지에 대해 야구계의 견해는 ‘아니다’가 우세하다. 모 감독은 “고의4구는 도루 타이밍”이라는 말까지 했다. 고의4구 때 폭투가 나올 수도 있는데, 2루에 붙어있으라고 지시하는 것은 투수의 월권이라는 시각이다. 야구계 관계자는 “한화가 김하성의 주루 이전에 기분이 상한 일이 있었기 때문에 그랬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한화는 전반기 롯데, kt와 큰 점수차에서 번트와 도루에 따른 보복구를 놓고 격한 신경전을 벌인 바 있다. 투수 혹사와 더불어 한화 야구가 주변의 공세에 시달리는 주요한 원인이 바로 이 ‘비매너 논란’에 있다.
대전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