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등병’ 한성용, '내일의 스타’를 꿈꾸며

입력 2015-09-23 07: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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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한성용. 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요즘 신인 배우가 데뷔하는 길은 여러 가지가 있다. 대형 오디션을 통해 데뷔의 기회를 얻는가 하면 탄탄한 소속사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모델이나 아이돌로 먼저 활동한 후 연기에 발을 담그는 경우도 흔하다.

배우 한성용의 시작점은 척박하기 그지없었다. 그는 시작부터 완벽하게 ‘제로’에서 오롯이 혼자 힘으로 일궈왔다. 정말로 직접 발로 뛰면서 말이다.

“뮤지컬과를 나왔지만 영화와 드라마는 오디션을 보는 방법조차 몰랐어요. 그때만 해도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았어요. 인터넷 카페를 통해 영화사 주소를 알게 됐고 프로필을 들고 10번 이상씩은 찾아갔어요. ‘그만 오라’고 할 때까지 갔더니 오디션에 진짜로 불러주시더라고요. 오디션을 계속 보고 또 봤죠.”

그렇게 한성용은 영화 ‘바람의 파이터’(2004)로 데뷔했다. 그는 보조 출연자로 갔다가 우연히 현장에서 첫 원샷을 받았다. 주연도 조연도 아닌 단역이었지만 그에게 “짜릿한 기분을 안겨준 작품”이었다. 데뷔 후에도 한성용은 역할의 비중을 가리지 않고 다작했다.

“경험 안 해본 게 없는 것 같아요. 필모그래피에 나오지 않는 작품들도 정말 많아요. 그런데 하면 할수록 제 연기가 부족하다는 것 느꼈어요. 저는 항상 누군가의 배경 그림자 또는 병풍이더라고요. 연기를 정식으로 배워서 다시 시작하고 싶었어요.”

당시 24살이었던 한성용은 ‘군대’를 선택했다. ‘어차피 가야할 군대라면 빨리 끝내고 논스톱으로 달리자’는 생각에서 내린 결정이었다. 제로베이스 같이 무모해 보였지만 결과적으로는 현명한 행보였다. 이후 그는 경험을 바탕으로 드라마 ‘전우’ 뮤지컬 ‘바람을 불어라’ ‘스페셜 레터’ 그리고 영화 ‘고지전’과 6월 개봉한 ‘연평해전’ 등 군대와 관련된 작품에 다수 출연했다.

국방의 의무를 마친 한성용은 대학로에서 자의 반 타의 반 헝그리 정신으로 살았다. 도전과 경험의 연속이었다. ‘언젠가 오토바이를 타는 액션 신을 연기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자장면 배달을 하기도 했다.

“어릴 때부터 안 해 본 아르바이트가 없어요. 체험한 것들이 연기에 큰 거름이 됐어요. 병원에서 실험 환자를 연기하는 일도 해봤어요. 인턴 의사 분들 앞에서 환자나 말도 안 되게 나쁜 사람을 연기하는 거예요. 실제로 그런 상황이 왔을 때 의사들이 잘 대처할 수 있게끔 하는 거죠. 그러다 한번은 여의사를 울렸어요. 제 역할이 술 취한 채 의사에게 ‘아내를 살려달라’고 호소하는 인물이었는데 그 분이 마음이 약하셨는지 울더라고요.”

배우 한성용. 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그러던 사이 한성용은 서른을 넘겼다. 그리고 그는 서른을 기점으로 인생에 길이 남을 정도로 진한 사랑을 했다.

“제 인생에서 가장 처절하면서도 행복한 사랑을 했어요.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서로의 앞길을 위해서 이별했어요. 그 소중함을 몰랐는데 헤어진 다음에야 깨달았어요. 아픔을 알았으니까 앞으로는 똑바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한성용은 “이별 후 나는 추해졌다. 집착을 많이 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와의 사랑으로 많이 배웠다. 연기에도 많이 도움 됐다”면서 “역시 배우는 사랑을 해야 하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솔직 그 자체였다.

이제 그의 나이 서른셋. 배우로서도 남자로서도 고민이 많을 때다. 여전히 오디션을 보고 있지만 전보다 상황은 많이 나아졌다. 자신을 믿고 먼저 찾아주는 감독들도 늘어났고 작품에서의 비중도 점점 커지고 있다.

“‘신 스틸러’처럼 신을 잡아먹고 싶은 욕심도 있죠. 그러나 ‘조연일 때는 절대 튀지 말자’가 항상 첫 번째예요. 지금은 작품에 녹아들어서 작품을 빛나게 하는 게 제 몫이라고 생각해요. 그럴 에너지는 아껴뒀다가 나중에 쓸 수 있을 때 쓰려고요. 언젠가는 ‘지질한 사랑’ 같은 로맨스도 해볼 수 있겠죠?”

한성용은 현재 자신의 위치를 군대에 비유했을 때 “훈련소를 막 나온 이등병”이라고 표현했다. 이등병부터 병장까지만 생각한 모양이었다. “병장 위에도 계급이 많지 않느냐”고 묻자 그는 순간 뒤통수를 한 대 맞은 표정을 지었다.

“연예계도 군대와 똑같은 것 같아요. 언제 제가 이등병에서 일병 상병 병장을 달지 모르는 거잖아요. 이 군대에 말뚝을 박겠다는 심정으로 스타를 달 때까지 가려고요. 스타가 될 때까지 도전할 겁니다. 곧 죽어도 배우가 되고 싶으니까요.”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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