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속 성장한 김청용-박대훈, 이제 부담도 즐긴다

입력 2015-09-25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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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진종오’로 각광받고 있는 차세대 사격 에이스들이 청주에서 스포츠동아와 만났다. 자기관리와 경쟁 속에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는 김청용(왼쪽)과 박대훈은 손꼽히는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메달 후보들이다. 스포츠동아DB

■ ‘사격 차세대 에이스’를 만나다

“끝장을 봐라” 아버지 조언 ‘성장의 원천’
올림픽 출전 경쟁에도 즐기는 자세 대담
제2의 진종오?…“자신과의 싸움” 초점

한국사격은 세계 정상이다. 역대 올림픽에서 금메달 3개, 은메달 2개를 따낸 ‘권총황제’ 진종오(36·kt)가 중심이 돼 전통의 효자종목 노릇을 톡톡히 해왔다. 강한 이유가 있다. 후계자가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진종오마저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출전을 장담할 수 없을 정도로 선수층이 두껍다. 특히 주목 받는 2명의 신성이 있다. 2014인천아시안게임 2관왕 김청용(18·흥덕고)과 2015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 3관왕 박대훈(20·동명대)이다. 리우올림픽 출전을 향한 치열한 경쟁 속에 동반 실력 향상의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는 둘을 최근 청주에서 끝난 경찰청장기 전국사격대회 현장에서 만났다.

사격&가족

한자리에 앉은 둘에게 우문을 던졌다. “사격은 어떤 의미인가.” 거의 동시에 ‘부담’이라는 단어가 나왔다. 그런데 다가오는 무게감은 달랐다.

만날 친구들과 싸우고, 공부도 즐기지 않던 사고뭉치 소년 박대훈은 사격을 만나 인생이 바뀌었다. 럭비선수 출신 아버지가 지원군이었다. “중도 포기만 하지 않으면 해도 좋다”는 말에 사격부에 들어갔다. “재미로 시작해 지금도 재미있게 사대에 선다. 집중력을 키우기 위해 시작한 운동을 통해 나란 존재를 알리게 됐다. 솔직히 절박하거나 그렇진 않다. 부담역시 크지 않다. 즐기면서 총을 쏜다.”

김청용은 축구선수가 꿈이었다. 몰래 공을 찼다. 그런데 단체 합숙이 발목을 잡았다. 가족에게 도저히 “축구를 하겠다”는 말을 꺼낼 수 없었다. 이 때 사격이 눈에 띄었다. “기왕 시작했으니 끝장을 보라”는 돌아가신 아버지의 격려가 힘이 됐다. “계속 잘해야 한다는, 또 계속 성장해야 한다는 부담은 적지 않다. 다만 최대한 즐기려고 노력한다.”

당연히 가족이 지닌 의미는 각별하다. 금세 눈시울이 촉촉해진다.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도 묵묵히 자신을 뒷바라지해준 가족이다. 이들의 성공 의지도 여기서 출발한다. 아버지를 일찍 여읜 김청용은 “지금껏 부모님이 다 해주셨다면 이젠 내가 책임져야 한다. 이미 멀리 와 버렸다. 내가 성공 못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가 고교 졸업 후 대학에 진학하는 대신 실업팀 한화 갤러리아 입단을 결정한 것도 그래서다. 박대훈은 “중학생 때로 기억하는데, 가정형편이 갑자기 어려워졌다. 지금도 노점에서 장사를 하신다. 진짜 성공해서 부모님의 속을 썩인 만큼 편안히 모시고 싶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올림픽&라이벌

‘올림픽’으로 화제를 돌렸다. 올림픽 출전, 올림픽 메달은 모든 선수의 꿈이다. 4월 창원 사격월드컵 남자 50m 권총 2위로 한국사격에 7번째 올림픽 쿼터를 안긴 박대훈도, 인천아시안게임 남자 10m 권총에서 진종오를 제치고 시상대 맨 꼭대기에 선 김청용도 조심스럽지만 단호히 “올림픽 기운을 현장에서 느끼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관문이 있다. 내년 초 열릴 국가대표 선발전이다. 비슷한 실력의 수준급 사수들이 자웅을 겨루는 선발전은 진종오라도 피할 수 없다. 대한사격연맹은 올림픽 쿼터를 딴 선수들에 한해 일정 가산점을 주는 방안을 고민 중이지만, 확정된 것은 전혀 없다.

“4년에 한 번이다. 쟁쟁한 선배들과 경쟁해야 하니까 마음은 무겁지만 후회 없이 선발전을 치르고, 만약 운이 좋아 올림픽에 가게 되면 좋은 점수로 금메달을 목에 걸고 싶다. 주어질 때 기회를 잡는 이가 진짜 성공한 사람이다.”(박대훈)

“아직 선발전도 치르지 않은 상황이고, 나가봐야 실감하겠지만 출전으로 만족하지 않겠다. 어떤 색이든, 꼭 메달을 따겠다는 각오로 사대에 서겠다.”(김청용)

그래서 직접 물었다. 차세대 간판이자 ‘제2의 진종오’라는 타이틀을 지닌 둘에게 라이벌 의식은 없느냐고. 싱긋 웃던 박대훈이 먼저 입을 열었다. 현답이 나왔다. “(김)청용이는 좀 특별한 구석이 있다. 진정으로 즐긴다고 할까. 사대에서 여유가 느껴진다. 즐기는 자가 진짜 강한 사람이라는 말을 새삼 실감하고 있다.”

김청용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박)대훈이 형은 욕심을 안 내는 타입이다. 기록과 순위에 대한 생각이 들면 실수가 많아지고 욕심이 생겨 몸에 힘이 들어가는데, 형은 굉장히 진지하지만 늘 마음을 비우고 방아쇠를 당긴다는 인상이 강하다.”

오히려 둘은 ‘나와의 싸움’에 초점을 맞췄다. 결국 기록이 명암을 가르겠지만, 자기 자신부터 컨트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정심, 포커페이스가 중요하다. 기록에 연연할 필요도 없다. 남이 안 풀려야 내가 좋은 기록을 내는 게 아니라 내가 어떻게 하느냐가 결과를 바꾼다. 사격의 묘미다.”

청주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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