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폭락·악플 전쟁…‘음원 사재기 논란’ 후폭풍

입력 2015-09-30 07: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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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론 사재기 방치 의혹…로엔 주가 급락
카더라 소문 난무…기획사 간 불신 팽배
팬덤들은 인터넷서 경쟁 가수 ‘흠집내기’

음원 차트 순위를 인위적으로 높이기 위해 특정 음원을 집중적으로 소비하는 이른바 ‘음원 사재기’ 논란의 ‘후폭풍’이 거세다. 음악사이트들이 매출을 위해 음원 사재기를 사실상 방치한 게 아니냐는 의심의 시선이 많은 가운데 국내 최대 음악사이트 멜론을 운영하는 로엔엔터테인먼트(로엔)의 주가가 급락하고, 가요계에선 ‘카더라’ 소문이 난무하면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코스닥 상장사인 로엔의 주가는 사재기 의혹이 불거진 21일과 22일 각각 9만2200원, 9만1600원으로 마감됐지만, 이후 하락을 거듭해 25일 7만59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사재기 의혹이 제기된 이후 추석연휴 전까지 나흘간 1만6300원이나 떨어진 것이다.

또 ‘OO기획사가 음원을 샀다’는, 실체나 증거가 없는 ‘카더라’ 소문이 급격히 떠돌면서 음반기획사들 사이에선 의심과 불신이 팽배해지고 있다. 이런 소문들은 ‘브로커한테 들었다’는 등 근거를 내세우며 신뢰감을 갖게 하지만, 아직까지 사재기의 실질적인 증거가 드러난 적은 없었다는 점에서 우려를 자아낸다. 앞서 2013년 일부 대형 기획사들의 고발로 수사가 이뤄졌지만 물증을 잡지 못하기도 했다.

음원 사재기 논란은 팬덤의 ‘인터넷 전쟁’을 일으키기도 한다. 서로 경쟁관계에 있는 기획사나 가수 측의 팬들이 악플 등으로 상대방을 헐뜯고 공격하는 일까지 빚어지면서 아이돌 팬덤의 세계에는 반목과 질시의 시선이 가득하다. 이는 엉뚱하게 상대가수의 인격 모독이나 흠집내기로까지 번지고 있다.

참다못한 한 기획사는 법적 대응을 하기로 했다. 씨스타, 정기고, 보이프렌드, 몬스타엑스 등이 소속된 스타쉽엔터테인먼트(스타쉽)는 음원 사재기 루머를 퍼트리고 인신공격성 악성댓글을 생산하는 악플러들을 형사처벌하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고 채증에 나섰다.

스타쉽 관계자는 29일 “상습적인 악플러들이 소속 아티스트들에 대해 허위의 주장이나 인격적으로 참을 수 없는 모욕적인 글들을 퍼트리고 있다. 이는 단순히 명예 차원뿐만 아니라 인간으로서 보호받아야 할 최소한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범죄라고 생각한다. 소속 아티스트들이 오랜 기간 음원 사재기에 대한 근거 없는 루머와 악플로 상처받고 있으며, 땀 흘려 이룬 결과에 대한 성취감을 꺾는 행위를 더 이상 간과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멜론 관계자 역시 “이미 수년 전부터 이상 징후가 있는 ID에는 록(잠그기)을 걸고, 일정분량만큼만 무한반복해 들으며 듣기횟수를 높이는 어뷰징은 필터링 기능으로 차단시켜 차트에 반영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이런 내용은 음반기획사들에 통보됐고, 유통 계약을 체결할 때 조항에 넣는 등 여러 방법을 동원해 음원 차트에 왜곡이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재기가 의심되는 동일패턴 ID에 대해서도 “사용가능한 연락처 명기”를 요구하는 ‘개인정보 변경 요청’을 홈페이지에 공지하며 “정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과정 속에 가요계에서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당국의 철저한 조사와 기획사들의 자정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음원 사재기가 조속히 근절돼 엉뚱한 피해자가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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