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중일 “내 청춘 바친 곳”…양준혁 “날 만든 또 다른 아버지”

입력 2015-10-02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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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1월 1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승리한 삼성 선수들이 류중일 감독을 헹가래치고 있다. 벼랑 끝까지 몰렸다가 극적으로 홈에서 열린 7차전에서 승리한 류 감독의 표정이 흥미롭다. 스포츠동아DB

■ 삼성 레전드가 기억하는 대구구장

“대구구장아, 내 청춘을 돌려다오!”

프로야구 원년부터 2015년까지 34년간 삼성의 요람이었던 대구구장이 2일 kt전에서 역사적인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그동안 푸른 유니폼을 입고 대구구장 그라운드를 누볐던 삼성의 레전드들에게는 수많은 기억이 스쳐 지나갈 만한 순간이다. 특히 삼성 류중일 감독과 양준혁 MBC스포츠+ 해설위원의 감회는 더 남다르다.

류 감독은 1987년 삼성에 입단한 뒤 코치 시절(2000∼2010년)을 거쳐 감독석에 앉기까지, 29년간 늘 삼성에만 몸담았던 인물이다. 삼성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모두 어깨에 짊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양 위원은 1993년 데뷔해 2010년 은퇴할 때까지 단 2년을 제외하면 늘 삼성에서 뛰었다. 삼성에서 역대 최초의 2000안타를 달성했고, 타격 부문 통산 기록 대부분을 보유한 뒤 대구구장을 떠났다. 그래서 스포츠동아는 이들에게 대구구장을 떠나보내는 소감을 들었다.


● 류중일 감독


막상 떠난다고 생각하니 아쉽기도 하지만, 헌집에서 새 집 가니까 기분이 좋고 설레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웃음) 대구구장에 대한 추억이 참 많다. 나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치면서 대구구장에서 계속 야구를 했으니까 당연한 일이다. 다만 가장 기억에 남으면서도 아쉬운 부분은 역시 선수 시절에 대구구장에서 우승을 해보지 못한 것이다. 코치가 되고 우승을 했고, 감독이 되고 우승을 해봤으니 좋기는 하지만, 선수 때 우승을 못한 것이 지금 돌이켜 보면 정말 많이 아쉽다. 이제 나도 내년이면 삼성에 입단한 지 30년이 된다. 지금까지 야구하는 사람 류중일의 청춘을 대구구장에 다 바쳤다. 초등학교 때 야구를 시작했는데 이제 내 나이가 50세를 넘어 버렸으니…. 대구구장아 내 청춘을 돌려다오! 허허허.

2010년 9월 19일 대구구장에서 SK-삼성전이 끝난 뒤 양준혁의 은퇴식이 열렸다. 삼성에 입단하기 위해 프로 데뷔를 1년 미뤘고, ‘내 몸에는 푸른 피가 흐른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던 양준혁은 이승엽, 이만수 등과 함께 삼성이 배출한 최고의 프랜차이즈 스타 중 한명이다. 스포츠동아DB


양준혁

대구구장은 내가 선수 생활을 시작하고 마지막을 장식했던 장소다. 양준혁이라는 선수를 만들어 준 곳이다. 그런 야구장이 이제 없어진다니 마음이 굉장히 이상하다. 2일 마지막 경기에서 내가 시타를 하게 됐는데, 타석에 다시 서면 뭔가 뭉클할 것 같다. 대구구장에서 수많은 일들을 겪었지만, 2002년 처음으로 삼성이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을 때, 내 은퇴식이 열렸을 때, 그리고 대구구장에서 열렸던 나의 마지막 올스타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올스타전에서 홈런을 치고 바로 다음날 은퇴 발표를 하면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밀려 왔던 기억이 난다. 나는 대구 사람이라 어릴 때부터 대구구장에서 뛰고 싶다는 바람을 품고 야구를 했다. 삼성 라이온즈 유니폼을 입는 게 유일한 꿈이었다. 그 꿈을 이루고 그 팀에서 뛰면서 또 좋은 기록들도 남길 수 있었으니 정말 행복했던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나에게는 대구구장이 그야말로 또 다른 ‘아버지’가 아닌가 싶다. 대구구장에서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 할 수 있게 돼 기쁘고 다행이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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