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삼성, 최선을 다해 대구구장과 작별하다

입력 2015-10-03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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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민야구장. 스포츠동아DB

오후 5시3분에 일찌감치 매진, 레전드 한 자리에
역전을 막은 박해민의 천금같은 수비에 대구구장 환호
윤성환의 역투와 안지만의 신기록으로 작별인사
류중일 감독, “꼭 자력으로 우승할 것”


대구 시민운동장 야구장의 34년 프로야구 역사를 정리하는 하루. ‘대구의 팀’ 삼성이 천신만고 끝에 끝내기 승리로 피날레를 장식했다. 마지막 순간 하늘에는 ‘굿바이 대구구장’이라고 적힌 비행선이 떠올랐고, 그동안 삼성이 대구구장에서 거뒀던 승리의 숫자와 똑같은 1192개의 폭죽이 터졌다. 동시에 삼성의 정규시즌 우승 매직넘버는 ‘2’로 줄어들었다.


● 일찌감치 매진, 한 자리에 모인 전설들

대구구장 앞은 경기 시작 3시간 전부터 인산인해를 이뤘다. 오후 5시3분에 이미 모든 표가 다 팔려 나갔다. 올 시즌 삼성의 8번째 매진. 관중석을 가득 메운 팬들은 경기 전 김시진, 우용득, 배대웅, 이선희, 함학수, 오대석 등 삼성 출신 레전드 스타들이 한 명씩 등장하자 우레와 같은 박수로 맞아 들였다. 또 삼성 역사에 잊지 못할 순간들을 아로새긴 박충식 프로야구선수협회 사무총장과 양준혁 MBC 스포츠+ 해설위원, 이만수 전 SK 감독이 시구시타시포를 각각 맡아 값진 추억을 돌이켰다. 이 자리에 모인 전설적 선수들과 팬들이 모두 한 마음으로 바랐던 것은 바로 삼성의 승리. 2위 NC에 1경기차까지 쫓겼기에 더 그랬다.


● 박해민의 호수비와 kt의 끝내기 폭투

삼성은 하마터면 이기지 못할 뻔 했다. 4-2로 앞선 채 시작한 9회초 마지막 수비에서 마무리투수 임창용이 무사 2,3루 위기를 맞았다. 그런데 이때 kt 김상현의 중전 안타성 타구를 삼성 중견수 박해민이 천금같은 다이빙 캐치로 잡아냈다. kt의 역전 기회가 고스란히 박해민의 글러브 속으로 빨려 들어간 것이다. 안 그래도 올 시즌 여러 차례 ‘클러치 호수비’로 박수를 받았던 박해민이다. 국내 최정상의 중견수 수비 실력을 다시 뽐냈다. 박해민은 “타구를 보는 순간 판단이 섰지만, 넘어지는 순간 이 타구가 뒤로 빠지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다행히 아웃이 돼서 스스로도 뿌듯했다”며 “4-3이 된 채 그대로 이겼다면 더 좋았겠지만, 그래도 역전을 막을 수 있어 다행이었다”고 가슴을 쓸어 내렸다.

그러나 경기는 2사 2루서 터진 kt 장성우의 적시타로 끝내 동점이 됐고, 결국 연장전까지 접어들었다. 9회말 1사 만루 기회를 날린 삼성은 연장 10회말 선두타자 채태인의 우전 안타로 다시 주자를 누상에 내보냈고, 2사 3루 대타 우동균 타석에서 kt 투수 조무근의 끝내기 폭투가 나와 값진 끝내기 점수를 뽑아냈다.


● 에이스 윤성환과 셋업맨 안지만의 위용

과정은 아슬아슬했다. 그래도 삼성 선수들은 최선을 다해 팬들에게 환희를 안겼다. 선발 윤성환은 통산 100승 달성을 눈앞에서 놓쳤지만, 7이닝 4안타(1홈런) 9삼진 2실점(1자책점)의 눈부신 피칭으로 에이스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 또 개인 한 시즌 최다승(17승), 최다 이닝(194이닝), 최다 탈삼진(164개)을 동시에 쌓아 올리면서 국내 최고의 오른손 선발투수 다운 위용을 뽐냈다.

셋업맨 안지만도 시즌 35번째 홀드를 따내면서 2012년 박희수(SK)의 34홀드를 넘어 역대 한 시즌 최다 홀드 신기록을 작성했다. 안지만은 올 시즌 역대 최소 경기 10홀드(14경기), 20홀드(34경기), 30홀드(56경기) 기록을 연이어 다시 썼고, 역대 최초의 개인통산 150홀드와 4년 연속 20홀드까지 기록하면서 최고의 불펜투수로 다시금 인정받았다.


● 류중일 감독 “남은 2경기가 결승전”


이제 대구구장을 떠난 삼성은 3일 목동 넥센전과 5일 광주 KIA전만을 남겨뒀다. 3일은 알프레도 피가로, 5일은 장원삼이 각각 선발투수로 출격한다. 플레이오프가 아닌 한국시리즈에서 대구구장과 다시 만나기 위해, 다시 고삐를 조일 시간이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졌으면 어쩔 뻔 했나. 이렇게 이겨서 다행”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남은 두 경기를 결승전이라 생각하고 모두 승리해 꼭 자력으로 우승하겠다”고 거듭 다짐했다.

대구 |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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