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육룡이 나르샤'와 이를 바짝 뒤쫓는 MBC '화려한 유혹'의 양강(兩强) 구도가 이대로 굳어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금까지 총 4회가 방송된 '육룡이 나르샤'에서는 남다름, 이레, 윤찬영 등으로 대표되는 아역 배우들의 안정적인 연기와 천호진, 김명민, 박혁권, 서현철 등 개성 강한 성인 연기자들의 조화로 시청자들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육룡이 나르샤'는 10월 5일 동시에 시작하는 지상파 3사의 드라마 중에서 가장 큰 기대를 받았던 작품이었다. '선덕여왕', '뿌리 깊은 나무' 등을 통해 팩션 사극의 최강자로 떠오른 김영현, 박상연 콤비의 대본에 천호진, 김명민, 유아인, 신세경, 변요한, 윤균상 등 세대별로 포진된 연기파 배우들의 조합이었던만큼 웰메이드 사극이 탄생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고작 4회 방송을 마친 직후지만 이 작품에 대한 반응을 기대 이상이라는 평이다. 이미 다른 매체를 통해 충분히 다뤄진 조선 개국의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쉽고 신선하게 다가온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이를 뒤쫓는 라이벌들의 기세 역시 만만치 않다. '육룡이 나르샤'와 같은 50부작인 MBC '화려한 유혹'은 '메이퀸', '황금 무지개' 등을 성공시킨 손영목, 차이영 작가의 작품으로 정재영으로 대표되는 카리스마 넘치는 악역들의 기세가 극 초반을 이끌고 있다.
특히 '화려한 유혹'은 수치상으로도 '육룡이 나르샤'에 맞서 8.5%(닐슨 코리아, 전국기준)에서 9.7%로 시청률 상승을 이뤄내고 지난 4회를 통해 10%대 시청률을 돌파한 만큼 '육룡이 나르샤'의 공세에 가만이 당하고 있을 작품은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김새론과 남주혁으로 대표되는 아역 파트에서 최강희, 주상욱이 활약할 성인 연기자들이 위화감 없이 바통을 이어 받는다면 사극을 어려워 하는 시청자들이 대거 유입될 전망이다.
하지만 앞으로 펼쳐질 월화극의 구도가 두 고래들 싸움으로 굳어질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50부작이라는 대서사에 비해 짧은 회차수와 치어리딩이라는 가벼운 소재로 틈새를 노리는 KBS2 '발칙하게 고고' 역시 무시할 수 없는 복병이기 때문.
'발칙하게 고고'는 현재 안타까운 수치로 시청률 꼴찌의 수모를 봤지만 아직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지 않은 점을 그나마 위안으로 삼을 수 있다.
또한, 젊은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정은지, 이원근, 채수빈 등이 출연하는 만큼 화제가 될 만한 장면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만신창이가 되는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각자 나름의 색깔로 굳건히 무장한 세 작품 덕에 시청자들의 결정장애만 점점 악화되고 있다. 끝까지 살아남아 마지막에 웃게 될 곳은 어디일까.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SBS, MBC, 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