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몽니 10주년’, ‘고래고래’… 김신의의 눈물이 아름다운 이유

입력 2015-10-16 15: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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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 ‘몽니’의 리더이자 뮤지컬 ‘고래고래’서 영민 역을 맡은 김신의는 “어렸을 때 친구들과 버스킹을 해본 적이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고래고래’에 나오는 친구들이 내 친구들과 닮은 것 같기도 하다”고 회상했다. 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몽니’의 음악이 공연장에 울리고, 멤버들이 관객석에서 지켜보는데 그만 울컥해지더라고요.”

뮤지컬 ‘고래고래’가 올라가는 첫 날, 김신의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밴드인 ‘몽니’의 노래가 무대 곳곳에 울렸고 멤버들은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첫 공연을 잘 치렀다는 안도감과 감동이 한꺼번에 올라오는 순간이었다.

“우리 멤버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음악을 연주하고 있고 콘서트가 아닌 뮤지컬 공연에, 게다가 이렇게 큰 극장에 제 노래가 울려 퍼진다는 것 자체가 신기했죠. 그리고 (정)상윤이, (한)지상이 등 다 좋은 배우들이 다 우리 밴드의 노래를 불러주고 있다는 게 참 고마웠어요.”

뮤지컬 ‘고래고래’는 이탈리아 영화감독 로코 파팔레오의 영화 ‘이탈리아 횡단밴드’(Basilicata Coast To Coast, 2010)를 원작으로 만든 작품이다. ‘10년 지기’ 네 명의 친구가 밴드를 결성해 지방 음악축제를 참가하기 위해 길을 떠나며 벌어지는 내용을 담은 이 작품은 영화로도 만들어지고 있다. ‘마차타고 고래고래’라는 이름을 단 영화는 내년 상반기 개봉 목표로 후반 작업에 들어갔다. 김신의는 뮤지컬에서 작곡가와 연기자로 이름을 올렸고 영화에서도 음악감독을 맡았다. 물론 배우로도 출연한다.

뮤지컬과 영화는 김신의의 음악이 어우러져 탄생됐다. ‘소년이 어른이 되어’, ‘소나기’, ‘아일랜드’, ‘그대와 함께’ 등 밴드 몽니의 곡을 비롯해 그가 새로 쓴 곡들이 수록됐다. 그동안 밴드 앨범을 위해 노래를 만들어왔던 것과는 또 다른 경험이었다. 그는 “매우 감격스러운 작업”이었다고 밝혔다.

“올해는 ‘몽니’의 10주년이기도 해요. 10주년을 기념해 베스트앨범이 나오기도 하는데 영화와 뮤지컬까지도 우리의 음악이 들어가니 뜻 깊고요. 기쁘고 감사하죠. 뮤지컬에서도 제 노래가 나오니까 제가 나오는 장면이 아니더라도 괜히 배우들한테 마음속으로 더 큰 격려를 보내게 되는 것 같아요. 첫 번째 공연에서는 마지막 장면에서 영민이의 목소리가 터져 나올 때 벅차올랐어요. 그 때는 정말 많이 울어서 잠시였지만 공연이 진행 안 될 정도였어요.”

김신의가 분했던 ‘영민’은 밴드의 실질적인 리더이자 기타리스트. 고등학생 시절, 민우, 호빈, 병태를 음악의 세계로 빠지게 한 인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사랑하는 여자를 잃은 슬픔으로 실어증을 앓다가 친구들의 지지와 격려로 함께 ‘자라섬 밴드 페스티벌’을 향한 여정을 시작한다. 이에 김신의는 무대에서 전반적으로 대사가 없다. 중간중간 과거를 회상할 때 정도에 대사만 있을 뿐 표정이나 움직임으로 연기를 한다.

가수이자 배우 김신의. 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영민이가 왜 말을 잃었을까’부터 캐릭터에 감정을 충분히 생각하고 들어갔어요. 기타가 부셔질 정도로 노래할 만큼 사랑했던 여자가 죽었잖아요. 그런데 이 이야기가 제게도 있었어요. ‘몽니’ 곡 중에 ‘소나기’라는 노래가 있는데 제 실화예요. 10여년 전에 좋아했던 여자아이에게 사귀자고 고백했는데 거절을 했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아이에게 지병이 있어서 그래서 거절했던 거고 결국 그는 세상을 떠났거든요. 그때 정말 충격이 컸고 너무 많이 울었어요. 지금도 그 때를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말이 안 나와요. 그래서 영민이의 심정이 충분히 이해돼요.”

그는 ‘영민’의 캐릭터를 ‘현대인의 상처’에 빗대어 표현하기도 했다. 김신의는 “요즘 사람들은 마음에 상처를 입어도 치료하지 않고 그냥 가려두며 괜찮은 척 한다. 잠시 아파도 울면서 상처를 치료할 필요가 있는데 강해 보여야 한다는 생각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영민이는 친구들과의 여행을 통해 마음의 문이 열리잖아요. 그리고 우리의 여행을 촬영하러 온 PD인 혜경이가 자신 역시 사랑에 상처를 입은 사람이라고 고백하며 영민이에게 음악을 같이 듣고 부르잖아요. 저는 그 부분에서 영민이가 치유를 받았다고 생각해요. 슬픔은 슬픔으로 이기라는 말이 있잖아요. 아무렇게 방치해둔 마음을 혜경으로 인해서 드러나고 눈물로 치유가 되는 거죠. 그렇게 영민이를 연기하고 있어요. 우리 삶도 그렇지 않을까요? 갖고 있는 상처들을 곪을 때가지 놔둘 수는 없을 거예요. 눈물이든 뭐든 치료할 필요할 때가 올 거라는 거죠. 그렇게 세상을 향해 마음을 열고요.”

뮤지컬 덕분에 김신의는 또 다른 좋은 목표가 생겼다. 그는 “뮤지컬 넘버를 만드는 과정이 정말 재미있었다”라며 언젠간 자신의 노래도 또 다른 극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바람도 밝혔다.

“하나의 목표가 더 생긴 거죠. 좋은 연출과 좋은 작가를 만나 새로운 뮤지컬 넘버를 만드는 거요. 판을 새로 짜서 저만의 스타일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한 번도 이런 생각을 해 본적은 없는데 만드니까 흥미롭더라고요. 게다가 다 만든 곡이 각각 다른 배우의 목소리로 다르게 탄생될 수 있는 모습을 보며 매력을 느꼈어요.”

가수이자 배우 김신의. 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앞서 말했듯, 김신의는 영화 ‘마차타고 고래고래’에도 출연했다. 사실 어렸을 적 꿈이 배우이기도 했던 그는 드디어 영화로 데뷔를 치르며 ‘어릴 적 꿈’을 성취한 셈. “살아보지 인생을 간접적으로 살아보는 게 멋있어 보였다”며 꿈을 이루게 된 김신의는 “다음엔 누와르 도전? 하하. 다들 이런 이야기 들으면 웃더라. 근데 난 진심인데”라며 연기에 대한 욕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두 달 동안 꿈꾸는 것 같았어요. 영화를 찍기 위해서 배경이 좋아야 해서 정말 좋은 장소에서 촬영했어요. 아무래도 ‘로드 무비’라 자유로웠어요. 맛있는 것도 먹으러 다니고 (한)지상이랑 (박)효주랑 술 마시고 노래하고. 정말 재미있게 찍었어요. 동시에 영화 배우들이 존경스럽게 느껴지는 날들이었어요. 영화는 편집의 싸움이라 한 장면을 여러 번 찍잖아요. 카메라가 이동하기도 하고 클로즈업을 해서 찍고 풀샷을 찍기도 하고요. 그러기 위해선 배우가 정말 집중력이 뛰어나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같은 감정을 계속 이입해야 하는 거니까요. 정말 대단한 것 같았어요.”

음악감독으로도 활동했던 그는 참으로 재미있는 경험을 많이 하기도 했지만 그와 비례한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다. 영화 촬영을 하면서 뮤지컬 ‘곤 더 버스커’를 해야 했고 틈틈이 영화 음악을 수정해야 하기도 했다. 게다가 영화를 함께 만드는 이로써 처음 접한 경험은 익숙치 않았던 터라 남모르게 고생도 많이 했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는 만족한다. 애초 번안곡을 엔딩으로 쓰려고 했지만 김신의의 의견이 수렴돼 자신의 곡이 영화의 마지막을 장식하게 됐다.

“뮤지컬은 영화보다는 상대적으로 ‘쇼’적인 부분이 많아서 라이브밴드로 넘어갈 수 있는 부분도 있는데 영화는 현실적이잖아요. 그래서 전자 악기를 들고 다니는 게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었어요. 민우는 피아노를 쳐야 하는데 가는 곳마다 낡은 피아노가 있다는 설정도 너무 웃기고요. 그래서 피아노 대신 아코디언으로, 베이스는 어쿠스틱 베이스로 호빈이는 카혼이라는 스페인 악기를 들고 다니는 것으로 설정했어요. 그래서 어쿠스틱한 편곡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그래서 영화의 넘버들이 조금 더 따뜻하게 들릴 것 같아요.”

영화 출연, 음악 감독, 게다가 배우까지 올 한 해를 누구보다 보람차게 보낸 그는 또 다른 프로젝트가 남았다. 올해 10주년을 맞이한 몽니가 베스트 앨범인 ‘FIX(픽스)’와 기념콘서트 및 전국투어 클럽 투어를 준비하고 있다. 10주년 기념 콘서트는 10월 24일, 25일 양일간 한전아트센터에서 열릴 예정이다. 또한 3주후인 11월 14일부터 3주 동안 부산을 시작으로 대구, 전주, 광주, 서울, 제주에 이르는 전국 클럽 투어를 시작한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 간 멤버 교체 한 번 없이 ‘몽니’를 이끌어온 김신의는 밴드에 대한 자부심이 남달랐다. 그는 “외국의 사례만 들어도 좋은 밴드들도 가끔은 관계가 틀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멤버들 덕분이 10년간 탄탄하게 잘 올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기쁘죠.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음악만 해서 산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그게 가능한 밴드라 그것도 감사하고요. 물론 힘든 날도 있었지만 견뎌온 게 대단한 것 같고 이 10주년이 견뎌온 것들에 대한 보상 같아요. 원동력이요? 확실한 리더십? (웃음) 이런 이야기를 하면 멤버들이 놀릴 텐데, 리더로서 힘들 때도 많아요. 곡이 안 써질 때도 있고, 리더만의 외로움이 있거든요. 분명히 있어요. 그런데 흔들리지 않으려, 약한 모습 안 보이려 정말 노력했어요. 게다가 멤버들이 다들 착해서 고맙죠. 진짜 처음으로 이런 말 해보는데, 몽니 멤버들한테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10년간 한 번도 말해본 적 없는데…(웃음) 사랑한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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