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프로농구 6개 구단 주장과 외국인선수 1명씩이 19일 서울 강남구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2015~2016시즌 개막 미디어데이에 참석해 새 시즌 포부를 밝힌 뒤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일부 구단 “가족관계 확인 필요” 이의 제기
‘KBD생명 2015∼2016 여자프로농구’ 개막 미디어데이가 열린 19일은 행사장(서울 강남구 리베라호텔) 밖이 더 뜨거웠다. KEB하나은행이 새롭게 영입한 혼혈선수 등록 문제가 한국여자농구연맹(WKBL) 이사회의 뜨거운 감자였다.
KEB하나은행은 이달 초 WKBL에 새로운 선수 1명을 추가로 등록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최근까지 루마니아리그에서 뛴 193cm의 장신 센터 첼시 리(26)였다. KEB하나은행은 리의 조모가 한국인으로 혼혈선수 자격을 취득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WKBL에 등록을 요청했다. WKBL은 부모 또는 조부모가 한국인인 외국인선수를 혼혈선수로 인정하고, 국내선수 쿼터로 뛸 수 있도록 규정해놓았다.
KEB하나은행의 움직임이 알려지면서 일부 구단이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급기야 미디어데이 직전 개최된 이사회에서 “첼시 리의 가족관계 확인이 더 필요하다”는 일부 이사의 지적이 나오기에 이르렀다.
A구단 관계자는 “KEB하나은행이 현재 제출한 서류는 첼시 리의 조모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확실하게 증명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있다. WKBL에서 좀더 확실하게 확인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리를 영입하려고 시도한 적이 있는 B구단 관계자 또한 “선수를 직접 만나본 적이 있다. 처음에는 아버지가 한국인이라고 했는데, 이를 증명할 만한 서류가 없었다. 시간이 좀 흐른 뒤 선수 에이전트 쪽에서 아버지가 아닌 할머니가 한국인이라는 얘기를 해왔다. 애매한 부분이 있는 것 같아 포기했는데, 다른 구단이 선수등록을 했다. 그래서 WKBL에 확인을 요청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 농구선수들에 대한 정보를 모아놓은 사이트 ‘유로바스켓’에 올라온 리의 프로필을 살펴보면 미국과 한국 국적을 동시에 표기해놓았다. 한국인의 피가 흐른다는 사실은 틀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리의 조모가 한국인이 맞는지에 대해선 많은 여자프로농구 관계자들이 의구심을 지니고 있다.
C구단 관계자는 “KEB하나은행이 제출한 서류에는 가족관계증명서가 포함되지 않았다고 들었다. 미국에서도 가족관계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안다”며 “첼시 리의 선수등록을 무조건 반대하는 게 아니다. 의구심을 갖고 있으니 이를 해소하자는 차원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변호사가 공증한 서류를 제출했다고 하는데, WKBL이 미국 공공기관을 통해 재차 확인하면 된다. 시즌 개막 이전에 논란거리를 잠재울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