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의 법칙] 거짓말에 갑질까지…막장 of 막장 ‘언프리티 랩스타2’

입력 2015-10-22 20: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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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J E&M

불륜이나 이혼, 출생의 비밀 등과 같은 일반적이지 않고 자극적인 소재를 다루는 드라마를 두고 '갈 데까지 갔다'는 의미에서 흔히 '막장 드라마'라고 한다.

하지만 이 '막장'이라는 수식어가 꼭 드라마에게만 한정되는 것은 아닌가 보다. Mnet '언프리티 랩스타2'를 보면 '막장 예능'이라는 단어가 딱 어울린다.

'언프리티 랩스타2'는 전작 '언프리티 랩스타' 시즌1의 인기에 힘입어 제작된 후속프로그램으로, 간단하게 설명하면 실력있는 '여성 랩퍼'들을 발굴하고 알리겠다는 것이 프로그램의 목적이다.

실제 시즌1에서는 치타와 제시라는 스타를 발굴했고, AOA의 지민과 키썸 등도 외모적인 부분이 아닌 랩퍼로서 인정을 받는 (물론 시즌1도 그 과정에서 잡음이 있긴 했지만) 어쨌든 긍정적인 결과를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

시즌1의 성공이 오히려 독이었을까. '언프리티 랩스타'는 시즌2에 들어서면서 여성랩퍼의 발굴이라는 본래 목적보다는 자극성과 이슈에만 치중하는 모습을 보이면 거듭 자충수를 두고 있다.

'언프리티 랩스타2'는 캐스팅 단계부터 논란을 낳았다. 국내에 여성 랩퍼의 수가 그리 많지 않은 상황에서 시즌1보다 3명이 늘어난 11명의 랩퍼를 섭외하려다 보니 시즌1에는 지민 1명뿐이었던 아이돌이 유빈과 예지, 효린까지 3명(이후 합류한 전지윤과 킴까지 포함하면 5명)으로 늘어났다.

더욱이 아무리 랩을 잘한다곤 해도 지금껏 싱어로만 활동해 온 효린과 아직 정식 랩퍼도 아이돌도 아닌 연습생 신분의 수아까지 포함되면서 '인맥'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자아냈다.

그리고 이 '인맥'은 방송이 시작된 이후 '가능성'이라는 모호한 기준으로 승자와 패자가 갈릴 때마다 계속해서 시청자들에게 언급되며 '언프리티 랩스타2'를 '인맥 힙합'으로 전락시켰다.

여기에 특정 출연자를 바보로 만드는 특유의 '악마의 편집'은 기본이고, '서로를 디스하라'는 말도 안되는 미션주제를 내놓았을 때는 '힙합따위는 어찌되든 상관없다. 이슈만 만들면 된다'라고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Mnet의 이런 이슈를 위한 노력이 힘을 발휘한 것인지 '언프리티 랩스타2'는 순간 최고 시청률 2%(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가구, 전국 기준)를 넘어서는 '기적'을 연출하기도 했지만, 정작 음원 성적이나 포탈사이트 검색어 장악력 등은 시즌1에 비교조차 부끄러운 수준의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다.

그나마 몇몇 랩퍼들이 실력을 발휘하며 조기에 망할 수도 있었던 '언프리티 랩스타2'에 심폐소생술을 가했지만, Mnet은 또다시 '패자부활전 논란'을 일으키며 스스로 산소호흡기를 떼어내고 있다.

앞서 20일 패자부활전이 열린다는 보도가 나왔을 때 Mnet측의 답변은 "논의도 한 적이 없다"였다. 하지만 불과 이틀 뒤인 22일 현재 서울 홍대 웨스트브릿지에서 길미, 안수민, 애쉬비 등 6인이 패자부활전 녹화에 참여하고 있다.

일단 '영구(永久, 어떤 상태가 시간상으로 무한히 이어짐)탈락'했던 이들이 패자부활전을 한다는 것부터가 스스로의 말을 어긴 것이고, 패자부활전 그 자체도 떨어진 화제성을 만회하겠다는 저의가 뻔히 보이기 때문에 더욱 우스운 일이다.

게다가 패자부활전은 단순히 진정성의 문제를 넘어 출연진에 대한 일방적인 '갑질'의 문제도 내재돼 있다.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Mnet은 패자부활전에 참여하는 출연진에게 약 32마디의 랩 가사를 준비해 올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16마디씩 2번에 걸친 경연을 펼치려는 것으로, 문제는 경연 방식이 아닌 ‘시간’에 있다.

패자부활전에 출연할 멤버들이 '패자부활전'에 대해 Mnet의 '통보'를 받은 건 처음 패자부활전 관련 내용이 보도된 20일로, Mnet은 불과 2일만에 랩 가사를 준비해 올 것을 요구한 셈이다.

'창작의 고통'과 같은 낯간지러운 표현을 쓰지 않더라도 경우에 따라서는 단 한 줄의 문장을 만드는 데에도 날짜를 달리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무리한 조건을 일방적으로 강요했다는 지적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또 시간내에 가사를 모두 완성했다고 해도 그렇게 만들어진 랩이 (번뜩이는 영감이나 천재성으로 기발한 플로우와 라임이 떠오르지 않는 한)과연 얼마나 좋은 퀄리티를 보여줄지도 의문이다.

'막장 드라마'가 시청률은 높게 나오는 것 처럼 '언프리티 랩스타2' 역시 갖가지 자극적인 소재와 논란으로 인해 시청률이나 화제성이라는 결과물을 얻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단언컨대 지금의 '언프리티 랩스타2'는 그저 힙합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갖가지 이슈를 만들어내기 위한 '삼류 막장 예능'일 뿐이지 결코 '힙합 프로그램'이라는 타이틀은 얻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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