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어로즈의 홈구장으로 쓰일 예정인 고척스카이돔. 사진제공|서울시
삼미, 청보, 태평양, 현대. 프로야구 역사에 남은 슬픈 이름들이다. 히어로즈는 2008년 창단된 서울 연고 구단이다. 그러나 그 뿌리는 1982년 프로야구 원년팀 삼미에 있다. 쌍방울과 함께 가장 비운의 팀으로 기억되는 삼미는 팀명과는 정반대로 만년 꼴찌로 기억된다.
1985년 삼미를 인수한 청보도 짧은 3년의 역사 중 2번은 꼴찌, 1번은 뒤에서 2번째였다. 청보는 1986년 시즌 내내 쉼 없이 교체되는 투수를 마차로 끌고 나오는 고역을 맡다 난산 끝에 세상을 떠난 마스코트인 암말 핀순이의 최후처럼 쓸쓸히 사라졌다. 1987년 청보를 인수한 태평양도 하위권을 맴돌았다.
1996년 태평양을 인수한 현대는 4차례나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르며 인천야구의 한을 풀어줬지만, 스스로 서울로 이사를 떠났다가 자금난 때문에 수원에 주저앉은 끝에 2007년을 마지막으로 사라졌다.
2008년 현대 선수단과 프런트를 흡수해 창단한 히어로즈는 KBO 역사상 최초의 자립형 구단으로 깃발을 올렸다. 현대도 하지 못한 서울 입성과 안착을 이뤘고, 만년 하위팀에서 포스트시즌 단골팀으로 환골탈태하는 새 역사를 썼다. 그러나 여전히 히어로즈 앞에 붙는 이름은 슬프다.
2008년 손잡은 첫 번째 네이밍 스폰서 우리담배와는 그해 7월 짧은 만남을 마감하고 결별했다. 2008년 8월부터 2010년 1월까지는 히어로즈라는 이름만으로 힘겹게 버텼다.
2010년 2월 넥센타이어와 계약해 꿈에 그리던 새 이름을 얻었지만, 그 기간은 길지 않았다. 넥센 타이어는 알려진 것보다 적은 예산으로 천문학적인 광고효과를 얻은 뒤 히어로즈와 이별하게 됐다. 그리고 또 다시 새 이름을 얻기 위한 첫 걸음부터 히어로즈는 큰 어려움에 봉착하고 말았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