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어로즈, ‘검은돈’ 왜 감수하려 했나

입력 2015-10-26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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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즈가 일본 금융기업 J트러스트 그룹과 네이밍 스폰서 계약 협상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일본에서 대부업으로 성장한 J트러스트는 한국에서 적극적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프로야구에까지 손을 뻗치게 됐고, 여론은 몹시 부정적으로 흐르고 있다. 히어로즈의 앞날이 궁금하다. 스포츠동아DB

■ ‘네이밍 스폰서 파문’ 일파만파

100억원 후원 비용과 구단운영 간섭 배제
다른 유치희망 기업과 지원차이 커 ‘고심’


히어로즈의 ‘네이밍 스폰서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고 있다. 히어로즈가 일본계 금융기업 J트러스트 그룹(JT)과 네이밍 스폰서 계약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여론의 따가운 뭇매를 맞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64%가 JT의 히어로즈 네이밍 스폰서 참여를 반대했다. 찬성은 11.6%에 그쳤다.


● 히어로즈는 ‘부정적 파장’ 예상하지 못했나?

히어로즈는 과연 국민적 저항과 반감이 거셀 줄 몰랐을까. 그렇지 않았다. 히어로즈의 고심은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 야구단을 운용하는 ‘주체’ 히어로즈와 스폰서는 엄격히 분리돼야 한다. 스폰서의 입김이 거셀수록 히어로즈가 자랑하는 ‘발 빠른 의사결정 구조’가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감독 선임부터 선수 기용, 트레이드, 프런트 역할에 따른 권한이 스폰서에 의해 좌우된다면 지금까지 정착된 시스템마저 흔들릴 수 있다. 틀이 무너지면 성적이 떨어지고, 이는 관중 동원 실패와 구단가치의 하락으로 이어진다. 이에 히어로즈는 운영에 대한 자치권을 반드시 지켜내려고 한다. 구단 관계자는 “스폰서와 협의를 해나가면서 수평적인 관계에 최우선 가치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JT의 제안은 솔깃했다. 연간 100억원에 달하는 네이밍 후원 비용과 다양한 인센티브는 제쳐놓더라도, 구단 운영에 대한 일체의 간섭도 배제하기로 하면서 히어로즈에게 힘을 실어주기로 한 것이다. 히어로즈는 협상이 오가면서 이를 재차 확인했고, 네이밍 스폰서를 유치하려는 타 기업에 비해 깊은 인상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 그동안 쌓은 신뢰에 금이 갈까?

히어로즈가 JT와 계약을 마친 것은 아니다. 여러 가능성을 놓고 다른 유치 희망 기업과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그러나 JT와의 네이밍 스폰서 협상과정이 알려지면서 구단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히어로즈는 2008년 창단하면서 자금난으로 구단 운영을 포기한 현대 선수단을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현대를 인수할 만한 자금이 풍족하지 않아 내린 결정이었다. 이후에도 수차례 자금난을 겪으면서 주축선수들을 팔아넘겼다. 야구팬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아야 했다. 그러나 트레이드와 신인드래프트를 통해 우수한 선수들을 키워오면서 3년 연속(2013∼2015년)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지난해에는 한국시리즈 준우승이라는 최고 성적을 거두기도 했다. 유망주 육성 시스템과 체계적 선수관리로 큰 관심을 끌었다. 구단 관계자는 “최근 6년간 쌓아온 이미지가 실추될까봐 걱정스럽다”고 하소연했다.

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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