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 2일’ 다시 맞은 황금기 ②] 유호진 PD의 리더십과 ‘친목의 힘’

입력 2015-10-29 09: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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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 2일’ 다시 맞은 황금기 ②] 유호진 PD가 주목한 친목의 힘

KBS2 '해피 선데이-1박 2일'과 MBC '무한도전'은 그동안 제작진이라는 큰 카테고리에 묶여있던 PD라는 존재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대표 예능 프로그램들이다. MC의 역량 못지 않게 PD와 작가의 영향력이 크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1박 2일'의 경우 여행지와 테마, 미니게임 등을 미리 정하고 이를 이끌어가는 방식인만큼 PD의 중요성이 다른 프로그램들보다 훨씬 크다고 볼 수 있다. 때문에 시즌3를 맞아 대대적인 정비를 거쳐 지금의 전성기를 맞은 '1박 2일'에서 유호진 PD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일단 폐지 직전까지 갔던 ‘1박 2일’을 부활시킨 것만으로도 유호진 PD의 능력은 박수를 받기에 충분하다. 게다가 탁월한 기획력으로 기억에 남을 특집을 꾸준히 만들어내고 있다. 특히 웃음에 교양의 성격을 더한 특집(‘서울시간여행’ ‘금연특집’ ‘국보야 놀자’ ‘선생님특집’ ‘전원일기’ ‘서울대특집’ 등)들이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온갖 게임과 음악, 군대 문화까지 동원된 치열한 일요 예능 전쟁터에서 '1박 2일 시즌3'를 안착시킨 유호진 PD는 어떤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을까.



한 방송 관계자는 유호진 PD에 대해 "우선 멤버들의 특성을 잘 알고 기획을 우선시 한다. 그리고 여기서 계속 가지를 쳐냄으로서 여러가지 상황들을 만들어 낼 줄 안다. 이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또한 다른 방송 관계자는 "'1박 2일'의 장점보다는 단점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과거 시즌들이 대한민국 여행지를 찾고 풍경 위주의 연출을 보여주면서 볼거리를 거의 소진했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알고 있다는 것.

그는 "유 PD가 연출을 맡은 후 '1박 2일'은 관계와 유대감을 강조한 에피소드들이 많았다. 시즌 3에서 유 PD는 우선 시즌 1 때처럼 멤버들이 허물없이 놀 수 있도록 하루 빨리 친해지길 바랐던 것 같다"며 "시즌3 초창기에 만들어진 유대감 덕에 지금의 시청자들도 이들을 더욱 편안하게 보는 것이다. 멤버들이 서로 비즈니스적인 관계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른 연예자 관계 역시 “‘1박 2일’이 갖고 있는 매력을 잘 살리면서 프로그램에 휴머니즘을 녹일 줄 안다. 착한 사람이 만들기 때문에 시청자들도 부담없이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분석을 뒷받침하는 것이 바로 "'1박 2일 시즌3'에는 MC도 따로 없고 중심 멤버도 따로 없다"는 유호진 PD 본인의 말이다. 현재 시즌3 멤버 중에는 진행을 전문으로 맡는 MC 역할을 맡는 인물도, 억지 몸개그로 웃음을 만들어 내는 인물도 없다.

흔히 집단 MC 체제에서 보여지는 역할 분담이 없다는 이야기다. 이를 통해 때로는 김주혁이 제작진과의 주요 협상에서 활약하기도 하고 김종민이 팔씨름과 퀴즈에서 맹활약하는 반전이 일어난다. 초창기 사람으로 씨앗을 뿌려놓은 결과물들을 지금에야 수확하고 있는 셈이다.

각 방송사 예능국이 자존심을 걸고 모든 역량을 쏟아 일요일 저녁 예능에 뛰어드는 걸 감안하면 유호진 PD의 이런 방식이 얼마나 간 큰 행동인지가 저절로 드러난다.

오로지 웃기는 것에만 집착하던 '1박 2일'의 체질이 완전히 개선된 까닭은 결국 유호진 PD의 뚝심 덕이다. 역시 사람은 겉만 봐선 모르는 법이다.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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