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국민담화 “박근혜정부 이념 전쟁 도 넘어, 독재 권력의 전조”

입력 2015-11-04 16: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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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국민담화’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4일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방안에 반대하는 대국민담화를 내놨다.


문재인 대표는 이날 국회 당 대표실에서 발표한 ‘역사국정교과서 저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제목의 대국민담화에서 “역사 국정교과서는 한마디로 원천무효”라며 “이제 국민이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국민 불복종 운동에 나서달라”고 호소했다.


이번 문재인 대표의 대국민담화는 전날 황교안 국무총리의 담화에 대한 반론권 성격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다.


이날 문재인 대표는 “저와 우리당은 국정교과서를 반대하는 모든 세력을 모아내는 데 앞장서겠다”며 “정부가 국정교과서 필진을 공개하지 않겠다는 것은 떳떳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필진부터 전원 공개할 것을 촉구했다.


이어 문재인 대표는 “박근혜정권의 이념전쟁이 도를 넘어섰다. 이념전쟁이 독재 권력의 전조라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5·16 쿠데타정권, 유신정권, 12·12 신군부정권은 모두 권력의 이념전쟁 뒤에 등장한 거악이었다. 역사왜곡도 이념전쟁도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입장을 표했다.


다음은 문재인 대표 대국민담화 전문


“역사국정교과서 저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친일은 친일이고, 독재는 독재입니다. 역사는 그 자체로 역사여야 합니다. 아픈 과거를 왜곡하고 미화하는 것으로 진정한 긍지가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후손들을 부끄럽게 만들 뿐입니다.


국민 여러분!


정부의 역사 국정교과서는 ‘거짓말 교과서’입니다. 정부가 국정교과서의 표본으로 삼으려는 교학사 교과서는 일제 식민지 지배 덕분에 근대화했다고 미화하고, 친일파의 친일행적을 의도적으로 왜곡, 누락한 교과서입니다. 무려 2,122건의 오류가 있었습니다. 다른 교과서의 오타까지 복사해서 여기저기 붙여 넣은 곳도 적지 않은 표절 교과서라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당연히 채택한 학교가 없었습니다. 이런 교과서를 국정화의 기준으로 삼겠다는 것 자체가 ‘국민모독’입니다.


99.9%를 부정하고 0.1%만이 정상이라는 박근혜 정부의 극단적인 편향 앞에서 국민은 어이가 없습니다. 또한, 역사학자 90%가 좌파라는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의 말로도 드러나듯이 정부의 역사 국정교과서는 극도로 ‘편향된 교과서’이고, 국민을 이념적으로 편가르는 ‘나쁜 교과서이며, ’반통일 교과서‘입니다.


국민 여러분!


정부의 역사 국정교과서는 ‘부실 교과서’입니다. 정부는 국정교과서를 2017년부터 배포하겠다고 합니다. 분량이 얼마되지 않는 초등학교 교과서도 편찬기간이 1년 6개월입니다. 교과서는 만드는 데까지는 통상 33단계가 필요합니다. 중등 역사교과서는 보통 3∼4년 걸립니다. 남은 1년 4개월 동안 이 단계를 거친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오류투성이 졸속 교과서로 아이들을 가르칠 수 없습니다. 부실 논란으로 학교에서 채택되지 못하고 외면당한 교학사 교과서의 전철을 밟을 것이 불을 보듯 뻔한 일입니다.


국민 여러분!


정부의 역사 국정교과서는 경제실패, 민생파탄의 책임을 국민에게 전가하려는 ‘면피용 교과서’입니다. 우리 경제를 이끌어오던 수출이 세계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8월 이후 최악의 감소폭을 기록했습니다. 극심한 내수부진에 수출부진까지 겹쳤습니다. 가계소득도 최악, 수출도 최악, 재정적자도 최악입니다.


상위 10%가 나라 전체 자산의 66%를 차지하고, 하위 50%는 다 합쳐야 2%밖에 되지 않는 극심한 부의 불평등 속에서 대다수 국민은 먹고 살기 힘듭니다. 말 그대로 지금 우리 경제는 끝이 보이지 않는 위기상황입니다. 그럼에도 정부가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와 아무 관계없는 국정교과서를 강행하는 것은 ‘경제살리기’는 모르겠다는 선언과도 같습니다. 경제실패, 민생파탄의 책임을 덮으려는 정략에 지나지 않습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역사교과서 국정화 고시 강행은 ‘명백한 불법행정’입니다. 11월 2일 자정까지가 법으로 정해진 행정예고기간인데도 불구하고 정부는 그 기간이 끝나기도 전에 확정고시 방침을 발표했습니다. 국민의 의견을 끝까지 들어보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20일간의 의견 수렴이란 결국 요식절차에 불과했습니다.


지금까지 정부는 법적으로 정해진 행정절차를 모두 무시한 채 역사국정교과서를 강행해 왔습니다. 국가재정법을 위반하면서 예비비 44억을 끌어다 불법적으로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했습니다. 몰래 비밀기구를 만들어 탈법적인 작업을 하다가 들통이 났습니다.


국민여론을 수렴하겠다는 정부의 말은 모두다 거짓말이었습니다. 국민들의 압도적인 반대여론을 짓밟았습니다. 수만 건의 반대의견과 백만 건이 넘는 반대서명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습니다. 국민 의견을 접수하겠다던 교육부 팩스도 먹통이었습니다. 이렇게 압도적인 국민여론을 무시하고 불법행정을 강행하는 것이 독재입니다. 국민을 속이고 국민을 무시하는 무도한 정권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동안 우리 당은 국정교과서 문제를 해결하고 민생에 전념하기 위해 검정제도 국정조사나 검증위원회 등 여러 제안을 해왔습니다. 백보양보해 중립적 인사로 구성된 사회적 논의기구에 백지위임하고 정치권은 손을 떼자고도 했습니다.


그러나 정부여당은 이 모든 제안을 거부했습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고시강행은 획일적이며 전체주의적 발상입니다. 그 자체가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입니다. 국정교과서는 한마디로 원천무효입니다.


국민여러분!


이제 국민들께서 나서 주십시오.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국민불복종 운동에 나서주십시오. 권력의 오만과 불통에 ‘아니오’라고 말해주십시오.


저와 우리당은 국정교과서를 반대하는 모든 세력을 모아내는 데 앞장서겠습니다. 다른 정당과 정파, 학계와 시민사회가 함께하는 강력한 연대의 틀을 논의해 나가겠습니다.


우리당도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입니다. 정부여당은 확정고시만 하면 끝이라고 착각하고 있습니다. 절대 아닙니다.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우선 저와 우리당은 국정교과서를 막기 위한 모든 법적/제도적 수단을 동원할 것입니다. 이미 헌법재판소는 1992년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사실상 위헌판결을 내렸습니다. 헌법소원을 비롯하여 진행 단계별로 법적 저지수단을 강구하겠습니다. 또한 앞으로 어떤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적어도 역사교육에서는 아이들에게 획일적인 교육을 강요하지 못하도록 역사국정교과서금지법을 제정하겠습니다.


다음으로 저와 우리당은 전국을 돌며 국민 여러분을 만나겠습니다.


진실과 거짓 체험관을 확대운영하고 체험버스도 계속 운행하겠습니다. 국정교과서금지 입법 청원 서명운동을 전국적으로 벌이겠습니다. 전국 지역위원회별로 대대적인 거리홍보와 역사 강좌도 진행하겠습니다. 국민여러분께서 함께해주시기를 간곡히 호소드립니다.


정부는 국정교과서 필진을 공개해야 합니다. 공개하지 않겠다는 것은 부끄럽기 때문입니다. 필진참여가 떳떳하지 않기 때문이고, 부실한 필진이 우려되기 때문입니다. 투명하지 못한 절차, 당당하지 못한 부실한 필진으로 교과서를 만드는 것 자체가 비교육적입니다. 정부가 당당하다면 필진부터 모두 공개해야 합니다.


그렇게 국정교과서를 만든다고 해도 고작 1년짜리 교과서일 뿐입니다. 정권이 바뀌면 곧바로 사라질 시한부 교과서입니다. 정부는 1년짜리 정권교과서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합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국민이 이기는 싸움입니다. 어제 정부는 국무총리까지 나서서 국민들에게 거짓말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이미 그들이 지는 싸움을 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방심해서는 안 됩니다. 박근혜정권의 이념전쟁이 도를 넘어섰기 때문입니다. 이념전쟁이 독재 권력의 전조라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5.16쿠데타정권, 유신정권, 12.12 신군부정권은 모두 권력의 이념전쟁 뒤에 등장한 거악이었습니다. 역사왜곡도 이념전쟁도 반드시 막아야 합니다.


정부·여당은 민생을 말할 자격을 잃었습니다. 우리당은 민생경제를 살리면서 역사국정교과서를 기필코 저지하겠습니다. 우리가 믿는 것은 오직 국민의 힘입니다. 정권은 유한합니다. 국민을 이기는 정권은 없습니다. 국민은 친일독재 역사교과서를 결코 용납하지 않습니다. 시대를 거꾸로 가는 역사 국정교과서 방식 자체를 용납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반드시 승리할 것입니다.


동아닷컴 온라인뉴스팀 기사제보 st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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