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태가 일본프로골프투어에서 시즌 5승째를 달성하며 2010년 이후 5년만에 두 번째 상금왕 등극을 눈앞에 뒀다. 바뀐 스윙에 완벽히 적응하면서 또 한번의 전성기를 맞았다. 사진제공|신한금융그룹
올림픽 출전·PGA 진출 두 토끼 사냥 나서
김경태(29·신한금융그룹)가 프로 데뷔 이후 최고의 성적을 내면서 2010년 이후 5년 만에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두 번째 상금왕 등극을 눈앞에 뒀다.
김경태는 1일 일본 효고현 ABC골프클럽에서 끝난 마이나비 ABC챔피언십에서 시즌 5번째 우승에 성공했다. 이날 우승으로 상금 3000만엔을 추가한 김경태는 시즌 총상금 1억5753만4533엔으로 상금랭킹 1위를 굳게 지켰다. 2위 이케다 유타(8184만4912엔)와의 격차를 약 7300만엔 이상 벌려 놨다.
김경태는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에서 2개의 금메달을 목에 건 뒤 2007년 프로로 데뷔했다. 프로생활은 화려했다. 데뷔하자마자 2개 대회 연속 우승을 차지하며 ‘괴물’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KPGA투어 상금왕도 꿰차면서 남자프로골프 1인자로 우뚝 섰다.
국내무대를 정복한 김경태는 2008년 일본으로 눈을 돌렸다. 2년 동안 우승이 없었지만, 3번째 시즌부터는 괴물 본성이 드러났다. 3승을 따내면서 한국인으로는 처음 JGTO 상금왕이 됐다.
한국에 이어 일본마저 접수한 김경태는 더 큰 무대로 눈을 돌렸다. 미 PGA투어를 노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2011년과 2012년 PGA투어를 병행하면서 시드 획득을 노렸지만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잘 나가던 그에게도 고비가 왔다. 2013년부터 내리막길에 접어들었다. 모든 게 엇박자를 보였고 우승 소식도 뚝 끊겼다. 2012년 9월 후지산케이 클래식을 마지막으로 우승 행진도 멈췄다. 슬럼프는 생각보다 길었다. 2013년과 2014년을 우승 없이 보내면서 ‘한물 갔다’는 평가마저 들어야 했다. 설상가상 부상까지 겹쳤다.
조용히 부활을 노리던 김경태가 올해 완전히 제 모습을 되찾았다. 6월 타일랜드오픈에서 시즌 첫 승을 신고한 뒤, 7월 플래티넘오픈, 9월 후지산케이클래식과 다이아몬드컵에 이어 ABC챔피언십까지 올해만 5승을 거뒀다. 이미 한 시즌 개인 최다승 기록을 돌파한 김경태는 이 우승으로 일본투어 10승을 채웠다.
세계랭킹은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올 초 352위까지 추락했지만 어느덧 61위까지 끌어올렸다. 마스터스 출전권이 걸려 있는 50위 진입이 얼마 남지 않았다.
김경태에겐 올해 몇 가지 큰 변화가 있었다. 지난 2년 동안 부진의 시간을 겪으면서 모든 게 엉망이었지만 더 단단해져 돌아왔다. 기술적으로도 한층 성장했고, 부족한 부분을 완전히 채웠다. 가정을 꾸리면서 찾은 심리적 안정도 상승세의 힘이 되고 있다. 특히 6월 첫 아이를 얻으면서 가장으로서 책임감을 느끼게 된 김경태는 훨씬 강한 남자가 됐다.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지만 김경태에겐 아직도 이뤄야할 목표가 남아 있다. 내년으로 다가온 올림픽과 3년 전 이루지 못했던 PGA 진출이다. 김경태는 5일부터 중국 상하이의 스산인터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리는 월드골프챔피언십(WGC) HSBC 챔피언스(총상금 850만 달러)에 출전한다. 상금왕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선 일본투어에 집중해야 할 때다. 그러나 올림픽과 PGA 진출이라는 더 큰 목표를 위해 새로운 시험무대에 뛰어들었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