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태영 수원시장 “한국전력 연고지 이전 반대”

입력 2015-11-09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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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태영 수원시장. 사진제공|수원시

한국전력 본사 이전 광주지역 움직임 반발
훈련장 등 대책 없는 정치권 영향력 논란

최근 광주지역 언론과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는 한국전력 배구단의 연고지 이전과 관련해 수원시장이 반대의사를 명확히 했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8일 수원체육관에서 벌어진 ‘2015∼2016 NH농협 V리그’ 남자부 한국전력-OK저축은행전 도중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염 시장은 “수원은 그동안 한국전력과 오랜 인연을 맺어왔고, 앞으로도 우리 연고지 구단으로서 성장하기를 바란다. 일부 정치권과 언론, 지역을 중심으로 연고지를 흔들고 있는데 이는 배구 발전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다. 구단이 가겠다고 하면 막을 수는 없지만, 연고지는 정치권이나 외부의 영향력으로 쉽게 움직일 수도 없고, 빼앗아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한국전력은 수원시와 2015∼2016시즌까지 연고지 협약을 맺었다. 염 시장은 “계약기간 이후에도 계속 수원시와 한국전력 배구단이 연고구단으로 남기를 바란다. 우리는 그동안 팀의 성적이 좋건 나쁘건 항상 꾸준히 연고지 배구팀을 응원해왔다. 지난 시즌 18번의 홈경기 가운데 4번의 만원관중을 기록했고, 다른 연고지보다 평균 1000명 이상 많은 관중을 기록하는 등 지역시민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런 팬들의 성원과 열성 속에서 앞으로도 계속 우리 배구단으로 발전해줬으면 한다”고 얘기했다.

문제는 한국전력의 생각이다. 광주 인근 혁신도시로 모기업이 이전해 배구단만 수원시에 따로 남는 것에 거부감이 있다. 또 V리그의 발전과 지역연고의 확장이라는 측면에서도 연고지 이전이 결코 나쁜 것만은 아니다.

다만 최근의 움직임은 V리그의 성공이라는 대전제를 바탕으로 한 것이 아니라, 정치적 셈법이 우선이라는 것이 문제다. 배구 관계자는 “시즌 도중 이런 말이 나오는 것이 의심스럽다. 선수들의 경기력에도 지장이 있다. 우리는 엄밀하게 말하면 내년까지 수원시에 거주권이 있는 전세권자다. 이런 상황에서 자꾸 다른 곳에서 계약기간을 파기하고 오라고 한다. 내건 조건도 없다. 불순한 의도가 보인다. 손 안대고 코를 풀려고 한다”며 반발했다.

또 한국배구연맹(KOVO)과 다른 구단 등 연고지 이전과 관련해 상의해야 할 당사자들의 의견은 제외한 채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올 시즌 자발적으로 김천으로 이전한 여자부 도로공사와 달리, 광주는 염주체육관에서 경기를 하라고 할 뿐 훈련장과 숙소 등 부대시설에 대해 어떤 유인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 염주체육관 시설보수 등 비용부담에 대해선 어느 누구도 언급하지 않고 있다. 생색만 내려는 움직임에 한국전력은 쉽게 움직이기 어렵다.

연고지는 쉽게 바꿔서도 안 되지만, 최소한 새로운 연고지를 정하기에 앞서 많은 것을 따져야 하는 복잡한 방정식이다. 지금 같아선 광주가 수원보다 더 뜨거운 열정과 성원을 보내준다는 보장도 없다.

수원 l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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