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원수첩] 1988년 WS 영웅 커크 깁슨, 다저스 새 새령탑에 오를까?

입력 2015-11-11 05:4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애리조나 사령탑을 맡았던 커크 깁슨.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애리조나 사령탑을 맡았던 커크 깁슨.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어게인 1988!’

메이저리그 최고연봉팀 LA 다저스는 사상 최초로 내셔널리그(NL) 서부지구 우승을 3년 연속 차지했다. 그러나 NL 디비전시리즈에서 뉴욕 메츠에 2승3패로 무릎을 꿇어 월드시리즈 진출의 꿈을 다음 기회로 미뤄야 했다.

이번 오프시즌은 그 어느 때보다 어수선한 가운데 시작됐다. 무엇보다 돈 매팅리 감독이 마이애미 말린스로 이적해 사령탑을 영입해야 하는 중요한 과제가 생겼다.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였으나 포스트시즌에도 못 나간 워싱턴은 명장 더스티 베이커 감독을 일찌감치 영입해 팀 정비 작업에 나섰다.

현재 다저스 감독으로 거론되고 있는 인물은 대략 8명 정도로 압축된다. LA 타임스는 최근 ‘누가 다저스 감독으로 가장 적합한가’라는 주제로 여론조사를 실시 중이다. 커크 깁슨, 게이브 캐플러, 팀 월락, 데이브 로버츠 등이 팬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이들 중 캐플러를 제외한 나머지 3명은 현역 시절 다저스에서 활약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2000년대 초반 텍사스에서 박찬호와 한솥밥을 먹었던 캐플러는 할리우드가 고향으로 LA 인근 칼스테이트 플러튼 대학을 나왔다.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애리조나 사령탑을 맡았던 깁슨으로 8일(한국시간)까지 24%로 가장 높은 지지를 받았다. 다저스가 마지막으로 우승을 차지했던 1988년 월드시리즈 최우수선수(MVP)이자, 디트로이트 소속이던 1984년에도 MVP를 차지한 슈퍼스타 출신이다. 2010년 애리조나 감독으로 부임한 깁슨은 이듬해 94승을 거둬 NL ‘올해의 감독상’을 받은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다. 2014년 9월 성적 부진으로 야인이 된 뒤 올해 4월 파킨슨병에 걸렸지만 현장 복귀에 대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다저스 팬들이 깁슨 전 감독을 지지하는 까닭은 우승에 대한 강렬한 열망 때문으로 풀이된다. 1988년 월드시리즈 1차전에서 부상을 입어 벤치를 지키다 당대 최고의 마무리인 데니스 에커슬리(당시 오클랜드)로부터 끝내기 홈런을 때린 뒤 절뚝거리며 다이아몬드를 도는 장면은 지금까지도 다저스 구단 역사상 최고의 명장면으로 꼽힌다.

뛰어난 실력뿐 아니라 강인한 정신력의 소유자인 깁슨이 다저스를 이끌 적임자라는 것이 팬들의 견해다. 27년째 우승은커녕 월드시리즈 진출에도 실패한 다저스 수뇌부의 선택은 과연 무엇일까. 프랜차이즈 스타를 앞세워 1988년의 영광을 재현하길 원하는 팬들의 염원이 감독 선임에 반영될지 궁금하다.

손건영 스포츠동아 미국 통신원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