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한국야구는 중남미에 강할까?

입력 2015-11-14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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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야구대표팀. 스포츠동아DB

팀 승리를 우선하는 아시아적 가치가 야구에서도 발현
팀 위한 변칙도 당연히 받아들이는 우리 선수들의 의식
관건은 비슷한 가치 공유하는 일본·대만·쿠바와의 대결


‘아시아적 가치’는 야구 국제대회에서도 빛을 발한다.

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야구국가대표팀은 ‘2015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프리미어 12’에서 도미니카공화국(11일·10-1 승)과 베네수엘라(12일·13-2 승)를 연파했다. 14일 멕시코전과 15일 미국전이 남아있지만 8강은 무난할 전망이다.

출항에 나서기 전, ‘김인식호’의 객관적 전력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우완 선발투수가 너무 없다’, ‘해외원정도박 혐의로 빠진 삼성 투수 3명의 공백을 메우기가 쉽지 않다’, ‘이대호(소프트뱅크)를 제외하면 해외파 합류가 없다’는 등의 지적이었다. ‘객관적 전력은 2009년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이후 최약체 대표팀’이라는 평가절하까지 나왔다.

그러나 그 2009년 WBC에서도 대표팀의 최종 성적은 2위였다. 이밖에 대표팀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2006년 제1회 WBC 4강 등 국제대회에서 기대를 뛰어넘는 성과를 냈다. 국제대회에서 우리 야구대표팀이 강한 이유는 단기전에 필요한 정신력과 전술을 팀 전체가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미국이나 중남미국가들의 멤버가 호화롭더라도 1승을 위해 팀 전원이 똘똘 뭉쳐서 헌신하는 한국대표팀의 플레이를 따라갈 수 없다. 단기전도 나름의 ‘시스템’에 따라 운영하는 이런 나라들과 달리 한국은 ‘1+1 선발’ 시스템, 선발의 불펜 전환, 불펜의 연투와 긴 이닝 투구 등 ‘변칙’에 익숙하다. 야수진도 팀 배팅과 수비를 중시한다. 점수를 ‘제조’하는 능력에서 타 문화권 선수들을 능가한다.

비근한 사례가 11일 도미니카공화국전이다. 도미니카공화국 미겔 테하다 감독은 6이닝 1안타 무실점으로 잘 던지던 좌완 선발 루이스 페레스를 7회 돌연 교체했다. 그 직후 대표팀은 2-1로 전세를 뒤집었고, 9회까지 무려 10점을 뽑았다. 페레스의 투구수가 66개에 불과했지만, 테하다 감독은 ‘시스템’에 따르려고 불펜을 가동했고, 결국 치명적 패착이 됐다.

이와 대조적으로 김인식 감독은 이번에 소위 ‘옆구리 투수’를 집중적으로 뽑았다. 사이드암과 언더핸드에 익숙하지 않은 미국과 중남미국가를 겨냥한 선발이었다. 정대현(롯데), 우규민(LG), 이태양(NC)은 그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국제대회에서 한국과 비슷한 스타일의 야구를 구사하는 일본, 대만, 쿠바의 성적이 좋은 것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이번 대회에서도 8강전 이후 이들 국가와의 대결이 김인식호의 성패를 좌우할 듯하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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