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대표팀 울리 슈틸리케 감독(가운데). 스포츠동아DB
현지 그라운드 조건도 최종예선 확정 걸림돌
축구국가대표팀이 2015년 마지막 A매치를 치른다. 울리 슈틸리케(61·독일)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17일 오후 9시(한국시간) 비엔티안에서 라오스와 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G조 6차전 원정경기를 펼친다. 쾌조의 행보를 이어온 태극전사들의 올해 마지막 일정이라는 점에서 특히 많은 관심이 쏠린다. 대표팀은 최근 5연승을 내달렸다. 라오스 원정에서 승점 3을 추가하면 남은 2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아시아 최종예선 진출을 조기에 확정할 수 있다.
● 다득점&무실점
축구에서 가장 이상적인 것은 당연히 골을 많이 넣고 적게 실점하는 경기다. ‘슈틸리케호’가 딱 그렇다. 쓰라린 패배의 기억은 1월 2015호주아시안컵 결승전이 마지막이다. 개최국 호주에 1-2로 무릎을 꿇었을 때를 제외하고는 승승장구했다. 아시아 2차 예선에선 5전승을 기록하며 한 골도 내주지 않았다. 같은 기간 18골을 몰아쳤으니 엄청난 파괴력이다.
라오스는 객관적 전력상 한 수 아래다. 다만 변수가 있다. 적지에선 18골을 허용했지만, 안방에선 2골 넘게 내준 적이 없다. 슈틸리케 감독도 이 점을 경계했다. 결전을 하루 앞둔 16일 비엔티안의 선수단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한 그는 “라오스가 홈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 우리가 쉽게 이길 것이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먼저 라오스 원정을 소화한 쿠웨이트와 레바논도 첫 골을 뽑은 뒤 추가골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슈틸리케 감독은 “우린 단순히 승점을 따겠다는 생각보다는 홈경기란 마음가짐으로 나서겠다”며 적극적 공세를 예고했다. 부임 이후 줄곧 강조해온 ‘짠물수비’의 기조를 이어가는 것은 물론이다.
● 첫 동남아 원정
이번 라오스전은 지난해 10월 공식 취임한 슈틸리케 감독의 사실상 첫 번째 동남아 원정이다. 6월 미얀마와의 아시아 2차 예선 1차전(2-0 승)을 원정으로 소화했지만, 이는 국제축구연맹(FIFA)의 징계를 받은 미얀마의 제3국 중립경기(태국 방콕)였다. 앞서 아랍에미리트(UAE)와의 친선경기(3-0 승)를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서 펼쳤지만, 역시 진정한 의미의 동남아 원정이라 볼 수는 없다. 동남아는 축구 열기가 뜨겁기로 정평이 나 있다. 허술하게 관리된 그라운드 상태와 특유의 홈 텃세까지 겹치면 의외로 고전할 수도 있다. 다행스러운 사실은 갑작스러운 스콜 현상(폭우)이 경기 당일 예고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배수시설이 열악한 라오스는 대부분의 그라운드가 인조잔디로 구성됐다.
● 대대적 선수 변화
슈틸리케 감독은 대표팀 소집 시 선수들 대부분에게 고른 기회를 부여한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 평가전이든, 공식 대회든 일단 대표팀 훈련캠프에 소집되면 골키퍼 등 특수 포지션을 제외한 태극전사 상당수는 어느 정도 출전 기회를 보장받는다. 쿠웨이트 원정경기(아시아 2차 예선)∼자메이카와의 평가전으로 이어진 10월 A매치 2연전 때가 대표적이다. 쿠웨이트를 1-0으로 꺾은 대표팀은 국내로 돌아와 치른 자메이카전(3-0 승)에서 무려 9명의 선발 명단을 바꿨다. 태극전사들은 “누구든지 준비만 되면 경기에 나설 수 있다는 생각”이라고 귀띔한다. 아시아 최종예선 진출이 기정사실로 다가온 가운데 선수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변화’를 택할 수 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