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레이더] 맥마혼 애교로 외박 따낸 기업은행 선수들

입력 2015-11-17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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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선수들(앞)이 16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GS칼텍스와의 홈경기에서 플세트 접전 끝에 3-2로 승리한 뒤 한데 모여 기뻐하고 있다. 수원|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현대건설 선수들(앞)이 16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GS칼텍스와의 홈경기에서 플세트 접전 끝에 3-2로 승리한 뒤 한데 모여 기뻐하고 있다. 수원|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도로공사 시크라 혼자서 2박3일 서울여행
여자부 새 용병제도, 연봉 빼곤 의견 분분
심판도 눈치 못 챈 현대캐피탈의 5인 배구


지난주 V리그에서 최고의 화제는 10일 장충체육관에서 벌어진 남자부 우리카드-현대캐피탈전에서 나온 해프닝이었다. 2세트 도중 현대캐피탈 선수가 5명이었는데도 현대캐피탈 선수들은 물론 우리카드 선수들과 주심, 부심, 대기심 등의 심판과 기록석까지 어느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해 랠리가 오갔다.


원숭이도 나무에 떨어질 수 있다?

10일 우리카드전을 앞두고 현대캐피탈은 많은 준비를 했다. 주전 세터 노재욱의 부상으로 이승원 혼자 경기를 책임져야 하는 터라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최태웅 감독은 레프트 임동규를 세터로 준비시켰다. 3세트 13-16에서 흔들리던 이승원을 빼고 임동규를 투입했다. 현대캐피탈이 3점을 따라붙어 16-16 동점이 될 때까지 임동규는 세터로 경기를 진행했지만, 토스는 한 번도 하지 못하고 교체됐다. 우리카드가 이 찬스에서 이승현의 서브 범실, 최홍석의 공격 범실에 이어 현대캐피탈 박주형에게 블로킹까지 허용한 까닭에 임동규의 머리 위로 공이 올라가지 못했다. 현대캐피탈은 14일 대한항공전 때는 문성민, 오레올, 신동광이 멋진 토스를 하며 공격 기회를 살려 눈길을 끌었다. 쿠바대표팀 세터 출신인 오레올은 요즘 훈련 때 동료들에게 토스 요령을 알려주고 있다.

이렇게 많은 준비를 하고 있지만, 10일 해프닝은 누구도 이해하지 못했다. 특히나 팀의 최선참으로서 경험이 많은 윤봉우, 여오현 플레잉코치가 공수교대 때 해외토픽에나 나올 법한 상황을 만들었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그 순간 잠시 넋이 빠졌던 모양이다. 베테랑이 그랬으니 할 말도 없다”고 밝혔다. 최 감독은 “모든 것이 내 책임이다. 새로운 포메이션을 준비했는데, 선수들 모두가 이해했다고 믿었던 것이 잘못이다. 앞으로는 더 철저히 준비하고, 새로운 플레이를 시도할 때는 선수들이 이해했는지 일일이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최 감독은 이날 경기 전 인터뷰 때 장충체육관에서의 경험을 묻자 “중학교 때 처음 경기를 하는데, 토스를 하다 알을 깐 기억이 난다”고 얘기했다. 이제 감독으로서 새로운 기억이 하나 추가됐다. 감독은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실패를 통해 교훈을 하나 둘 배워가는 것이다.


백가쟁명의 의견이 나온 여자부 새 외국인선수제도

13일 한국배구연맹(KOVO) 이사회가 열렸다. 다음 시즌 시행될 여자부 새 외국인선수제도를 놓고 많은 의견이 오갔으나 결론을 얻지 못했다. 이날 의견이 첨예하게 갈린 부분은 ‘선수를 몇 명 선발할 것인가’였다. 일부 구단에서 ‘1+1’ 안을 들고 나왔다. 지금 제도로는 시즌 도중 부상 등 교체상황이 생겨도 방법이 없는 만큼 만일에 대비해 2명을 뽑아 1명을 출장시키자고 주장했다.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현재처럼 연봉 15만달러의 선수를 2명 뽑을 바에는 종전처럼 30만달러 상한선에 맞춰 자유계약으로 똑똑한 1명을 뽑자는 의견이 맞섰다. ▲외국인선수 드래프트를 미국과 한국 중 어디서 할지 ▲선수들의 국적은 지금처럼 미국으로 제한할지 ▲연봉은 어떻게 할지 등에 대해서도 이견을 보였다. 현재까지 확정된 것은 연봉이다. 드래프트 순서에 관계없이 모든 선수의 연봉은 15만달러로 통일하고, 세금은 구단이 부담하는 것으로 장점 결론을 내렸다. 나머지 사항은 이번 주 다시 실무위원회를 열어 결정한다.


● ‘안전한 서울’ 확인시켜준 시크라와 애교로 외박 따낸 맥마혼

도로공사 시크라가 혼자서 2박3일간 서울여행을 했다. 시크라는 8일 수원에서 열린 현대건설전을 마친 뒤 이틀간 외박을 얻자 짐을 챙겨 서울로 갔다. 도로공사는 18일 인삼공사전까지 열흘간 경기가 없는 데다 이후 빡빡한 일정이 이어지는 까닭에 이호 감독이 사기진작 차원에서 통 크게 외박을 줬다. 통역과 함께 즉시 서울로 온 시크라는 혼자서 서울 구경도 하고, 동료 외국인선수도 만났다. 10일에는 장충체육관에 들러 GS칼텍스-IBK기업은행전을 지켜본 뒤 김천으로 돌아갔다. “이틀간 서울에서 어떻게 돌아다녔느냐”고 묻자 시크라는 교통카드를 보여줬다. 서울은 외국인들이 혼자 다녀도 불편함이 없는 도시라는 사실을 용감한 시크라가 확인시켜줬다.

올 시즌 경기 내용이 좋지 못해 이정철 감독으로부터 “베짱이가 됐다”는 비판을 들었던 IBK기업은행 선수들도 14일 흥국생명전을 마친 뒤 외박을 얻었다. 흥국생명을 3-0으로 완파한 뒤 김사니, 남지연 등 베테랑들이 이 감독을 찾아가 애교를 떨었다. 그동안 외박을 나가지 못했던 선수들을 위해 베테랑들이 총대를 메자 이 감독은 짐짓 모른 척했는데, 갑자기 맥마혼이 다가와 껴안으며 또 애교를 떨었다. 다른 선수들도 스트레칭을 하면서 콧소리를 내며 계속 애교를 부리자, 결국 이 감독은 못이기는 척 외박을 허락했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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