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전 국가대표팀 감독이 16일 천안축구센터에서 열린 ‘제9회 홍명보장학재단(이사장 홍명보) KOREA SHIELD PROJECT(KSP)’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그는 현장 복귀에 대해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천안|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2014브라질월드컵을 끝으로 현장을 떠났던 홍명보(46) 전 국가대표팀 감독이 새로운 그림을 그려가고 있다.
홍 전 감독은 16일 천안축구센터에서 열린 ‘제9회 홍명보장학재단(이사장 홍명보) KOREA SHIELD PROJECT(KSP)’에 참석해 어린 선수들을 지도했다. 2011년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홍 전 감독과 전·현직 국가대표 코치들이 1박2일간 중·고교에 재학 중인 수비수들을 대상으로 원 포인트 레슨을 진행해 차세대 수비수로 육성하는 중장기 계획이다. 4월 제8차 KSP 이후 반년여 만에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그는 후배 육성과 근황, 복귀 등 자신을 둘러싼 주요 관심사에 대한 속내를 드러냈다.
● 육성
“중학교 때부터 짧지만 꾸준히 시간을 보내며 경험을 공유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국제축구연맹(FIFA) 17세 이하(U-17)월드컵에 나선 선수들도 2∼3년 정도 함께 했다. 현대축구는 수비수에 많은 걸 요구한다. 빌드업과 빠른 판단, 적극적인 공격 가담이 핵심이다. 수비수는 공격의 출발이자 전체 플레이 패턴을 바꾸는 역할을 해야 한다.”
1박2일은 짧다. 훈련장에서 20명이 땀 흘리는 시간은 하루 1회, 모두 2회다. 합쳐야 4시간 남짓. 그러나 내용은 알차다. 2005년 9월 국가대표팀 코치를 시작으로 지난해 여름까지 각급 대표팀을 지도한 홍 전 감독은 제자들에게 적극적인 소통을 강조해왔다. U-17월드컵 16강주역인 이상민과 장재원(이상 현대고) 등이 소감을 발표하고, 각자 고민을 나누는 시간을 마련한 것도 그래서다. 이번 캠프에는 2년 뒤 U-17월드컵을 준비할 15세 이하 선수 5명도 함께 한다. 홍 전 감독은 “경기 흐름을 읽는 선수, 팀을 통솔하는 수비수가 됐으면 한다”는 짧지만 굵은 메시지를 전했다.
● 근황
“미국(LA)에서 가족과 시간을 보냈다. 10여년간 가족에게 소홀했는데 조금 채워졌다. 못한 역할을 조금은 한 느낌이다. ‘노는 맛’도 들였다.(웃음) 미국 스포츠 현장도 꾸준히 찾아다녔다. 미식축구(NFL), 아이스하키(NHL), 축구(MLS)를 두루 봤다. 스포츠가 지역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어떻게 활용되는지 느꼈다.”
‘야인’으로 지낸 홍 전 감독의 1년 반은 비움과 채움을 동시에 진행한 시간이었다. 아이들을 통학시키고, 시장을 보는 평범한 일상을 보내면서 아빠와 남편, 자식 노릇을 했다며 웃었다. 오랜 시간 어깨에 짊어진 사명감과 국가관을 잠시 내려놓았을 때는 차라리 홀가분했다. 가장 성공적인 현역 시절을 마치며 ‘행정가’의 길을 깊이 고민한 홍 전 감독은 한 걸음 떨어져 다양한 현장을 간접 경험하는 채움의 가치를 새삼 느꼈다.
● 복귀
“당장 복귀한다는 생각은 아니다. 모든 조건이 맞아떨어져야 한다. 아직 여유가 있다. 앞으로 어떤 일이 있을지 몰라도 선택에는 명분이 따라야 한다. 정서도 고려해야 한다. 선택의 폭이 좁았는데, 선택의 타이밍인 건 맞다. 공식 결정된 것은 없다. (여러 제안을) 펼쳐놓고 꼼꼼히 생각하겠다.”
최근 일본 언론들은 J리그 알비렉스 니가타의 차기 사령탑 후보로 홍 전 감독이 유력하다고 보도했다. 니가타의 제안은 단순 루머 이상이다. 정식 제안을 했다. 홍 전 감독 역시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음으로써 고민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앞서 중국슈퍼리그의 한 유력 구단에서도 오퍼를 해왔지만 협상은 무산됐다. 그러나 결심은 어느 정도 섰다. “(팬들의) 감정 등 부담이 있었지만 지금은 조금 자유로워졌다. 가장 잘할 수 있는 걸 찾겠다”는 말에 의지가 묻어났다. “앞으로 휴식시간은 줄어들 것 같다”고 말한 그의 눈빛은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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