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현대기아차 모하비주행시험장의 코스를 달리고 있는 제네시스 EQ900. 세계적인 브랜드로 발돋움하기 위해 연일 극한의 테스트를 받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자동차
극한의 테스트 통해 내구성·승차감 시험
일반도로주행 등 10만 마일 이상 성능평가
직진 고속주행때 안정감 가장 눈에 띄어
‘럭셔리 브랜드다운 승차감과 뛰어난 고속 안정성.’ 미국 로스앤젤레스 중심가로부터 북쪽으로 차로 두 시간 가량 떨어진 모하비 사막에 위치한 현대기아차 모하비주행시험장. 이 곳에서는 현대차의 글로벌 브랜드 ‘제네시스’의 첫 모델인 대형 럭셔리 세단 ‘EQ900’의 성능평가와 최종 출시를 위한 막바지 테스트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전문 드라이버와의 동행 시승을 통해 EQ900이 지닌 럭셔리 세단으로서의 매력을 체험했다. 아울러 EQ900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테스트 현장을 살펴봤다.
비교 시승을 위해 모하비 주행시험장에 도열해 있는 제네시스 EQ900, 벤츠 S클래스, 렉서스 LS460(왼쪽부터).
● 벤츠·렉서스와의 비교 시승으로 보여준 자신감
모하비주행시험장에 도착한 순간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기자단의 테스트 드라이브를 기다리고 있는 EQ900과 그 옆에 나란히 도열해 있는 벤츠 S클래스, 렉서스 LS460이었다. EQ900은 아직 완성단계 직전의 모델이지만,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명차와 비교 테스트를 통해 제네시스 브랜드의 기술력을 과시하겠다는 자신감이 느껴졌다. 시승은 전문 드라이버가 운전하고 뒷좌석에 동행 시승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실내로 들어서면서 가장 인상적인 건 고급감이 느껴지는 실내 인테리어였다. 최근 출시된 벤츠 신형 S클래스나 BMW 뉴 7시리즈의 실내와 비교해도 소재와 마감 디테일에서 전혀 뒤지지 않았다.
기대감을 안고 시승이 진행됐다. 먼저 코너링 성능을 테스트할 수 있는 시험로에 접어들면서 고속 코너링이 이어졌다. 운전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핸들링 감각은 느낄 수 없었지만, 드라이버의 핸들 조작과 실제 차량의 움직임을 통해 간접적으로 빠른 피드백을 체험했다. 고속 코너링과 브레이킹 구간에서 차량의 움직임은 날카롭고 묵직하게 이어졌다. 뒷좌석이기 때문에 롤링이 느껴지는 것은 당연했지만, 일반 준대형급 세단과는 차원이 다른 안정감이 느껴졌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직진 고속 주행에서의 안정감이다. 고속 주회로에서 드라이버에게 최고 속도를 내줄 것을 요구하자 EQ900은 순식간에 속도를 높여갔다. 시승 모델은 3.3 터보 모델. 중·고속에서의 추가 가속시의 엔진음도 듣기 편했다. 추가로 엔진 사운드 튜닝도 이뤄질 예정이다.
속도가 250km를 넘어서도 차체는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불안하지도, 크게 속도감이 느껴지지도 않을 만큼 안정적이었다. 위장막을 씌우고 있는 테스트 차량이어서 풍절음은 어쩔 수 없었지만, 로드노이즈와 진동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EQ900에서 가장 심혈을 기울였다는 정숙성과 안정된 승차감의 실체를 직접 체험해본 결과 세계 명차와 겨뤄도 손색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부단한 노력으로 시작 단계인 브랜드 이미지를 어떻게 끌어올리느냐가 관건이다. 어쨌든 제네시스를 출시하면서 강조한 기존의 ‘명성’보다는 실제 고객이 느끼는 ‘감성’에 충실해 새로운 럭셔리를 지향하겠다는 말은 충분히 실현 가능해 보였다.
● 모하비 사막서 어떤 극한 테스트 이뤄졌나
12월 국내를 시작으로 전 세계 주요 지역에서 차례로 공식 출시될 EQ900은 제네시스 브랜드의 성패를 좌우할 핵심 차종이다. 모하비주행시험장에서 매일 극한의 평가를 이어가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가장 중점을 둔 것은 완벽한 내구 및 R&H(Ride and Handling) 성능, 그리고 승차감 확보다. 내구 성능 시험은 보통 3∼6개월 정도의 짧은 기간 동안 차량을 다양한 노면과 환경조건에서 쉼 없이 운행하고 얼마나 오랫동안 고장 없이 버티는지를 확인하는 가혹한 평가다. EQ900은 시험 차량 한 대당 종합 내구 시험 3만 마일, 혹한 지역 내구 시험 2만 마일, 엔진 및 변속기 관련 파워트레인 내구 시험 2만 마일, 외부 도로 주행시험 3만 마일 등 최소 10만 마일(약 16만1000km) 이상의 다양한 성능평가를 진행 중이다.
내구 시험 중 단연 눈에 띄는 것은 10.3km의 고속주회로를 최고 시속 200km로 주기적으로 반복해서 달리는 종합 내구 시험이다. EQ900는 고속주회로를 한 대당 3만 마일, 무려 4800여 바퀴를 돌게 되는데 이는 일반적인 차량의 주행거리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가혹한 조건이다. 또 비포장이 포함된 사막 지형으로 구성된 총길이 11.4km의 오프로드 시험로 및 서로 다른 특징을 지닌 13개의 노면을 주행하는 내구시험로 평가도 병행하고 있다. 1만 마일만 주행해도 10만 마일을 주행한 것과 같은 효과를 낼 정도로 가혹하다.
● 유럽 명차에 뒤지지 않는 승차감 확보
최상의 R&H 성능과 승차감을 확보하기 위한 시험도 이어지고 있다. 모하비주행시험장의 연구원들은 역동적이면서 감각적인 주행 특성을 나타내는 R&H를 달성하기 위해 핸들링 시험로에서 다양한 평가를 진행 중이다. 급격한 차량 움직임에도 운전자와 탑승자는 일반 도로를 운전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안정적인 차량 움직임을 확보하기 위한 시험이다. EQ900 출시를 앞두고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은 어느 도로환경에서도 완벽한 승차감의 확보다. 고속주행 안정성은 물론 안정적인 제동성능 개발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모하비주행시험장에서는 북미의 다양한 노면을 구현한 시험로인 승차감 및 소음시험로를 중심으로 EQ900에 대한 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거친 노면 재질, 방지턱, 요철, 깨진 도로 등과 같은 험한 노면에서의 소음 및 진동 발생을 억제, 안정성과 승차감을 강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험로를 지날 때 탑승자에게 전해지는 소음과 진동 등의 충격량을 최소화하면서 차량 또한 흔들림 없이 제어되도록 해, 마치 평평한 도로를 지나는 듯한 안락한 승차감을 확보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다듬었다. 이처럼 모하비주행시험장에서 다양하고 혹독한 평가를 통해 확보된 R&H 및 내구 성능이 EQ900의 핵심 경쟁력이다.
로스앤젤레스(미국)|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