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5년 동안 사랑 받아온 ‘오래된 골동품 상점’ 우리 곁으로

입력 2015-11-24 15:2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찰스 디킨스가 쓴 최고의 베스트셀러 국내 첫 완역 출간
“불안과 금기를 유순하고 강렬한 무언가로 바꿔놓은 작품”


● 이 사람을 아시나요?

19세기 영국을 대표하는 소설가. 유년시절 빚을 지고 감옥에 간 아버지 때문에 구두공장에서 일함. 구두공장 경험이 학대와 억압받는 아이들의 모습을 작품 속에 담아내는 계기가 됨. 20세에 신문기자가 된 이래 틈틈이 작품을 써 ‘보즈의 스케치’ ‘픽윅 페이퍼’ 등을 발표해 유명작가의 반열에 오름. 30년 넘게 당대 최고의 작가로 활동. 독특한 해학과 다채로운 인물 창조를 특징으로 풍성한 소설세계 구축. 주요 작품으로 ‘올리버 트위스트’ ‘ 두 도시 이야기’ ‘위대한 유산’ 등이 있음. 그렇다. 찰스 디킨스(1812~1870)다. 찰스 디킨스의 최고의 베스트셀러인 ‘오래된 골동품 상점’(찰스 디킨스 지음 l 김미란 옮김 l B612북스 펴냄)이 국내 최초로 완역돼 출간됐다.


● ‘해리포터’ 인기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19세기 해리포터 ‘오래된 골동품 상점’

‘오래된 골동품 상점’은 디킨스가 1840년 집필을 시작했다. 이미 ‘올리버 트위스트’ ‘보즈의 스케치’ 등을 발표하며 인기 작가의 반열에 오른 상태였다. 당시 신생잡지 ‘마스터 험프리의 시계’ 편집을 맡고 있던 디킨스는 작업에 제대로 진행되지 않자 4호에 ‘오래된 골동품 상점’을 연재하기 시작했는데 대히트를 쳤다.

‘오래된 골동품 상점’의 인기를 실감케 하는 일화가 있다. 일화 하나. 당시 독자들은 ‘오래된 골동품 상점’의 주인공인 넬을 실존인물로 착각할 정도였다고 한다. 디킨스에게 넬을 불행하게 만들지 말라는 편지가 쇄도했다. 넬이 죽는 연재분이 배포됐을 때는 전 영국이 울음바다가 됐다고 한다.

일화 둘. 1841년 겨울. 많은 사람들이 뉴욕의 부둣가에 모여 있었다. ‘오래된 골동품 상점’의 마지막 호를 싣고 온 영국 배를 보기 위해서였다. 그들은 책을 내려놓기도 전에 이렇게 외쳤다. “넬이 살아 있나요?”라고. 2007년 ‘해리포터’의 마지막 이야기인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출간 시 많은 독자들이 몰렸던 것과 비슷했다.

‘오래된 골동품 상점’은 1841년 단행본 출간 당시 10만부가 팔릴 정도로 굉장한 인기를 끌었다. 그 후 무성영화, 오페라, 연극, 뮤지컬은 물론 TV드라마 등으로 제작됐다. 올 크리스마스엔 BBC에서 새롭게 제작한 드라마를 선보인다고 하니 무려 175년 동안 인류의 사랑을 받아 온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 세상의 짐을 홀로 짊어진 넬은 왜 괴롭힘을 당해야 하나

‘오래된 골동품 상점’의 내용은 이렇다. “지켜보는 사람도 어떤 보살핌도 없이 혼자인 아이. 한없이 어리고, 지극히 영적이며, 말할 수 없이 가냘프고 요정 같은 생명. 세상의 무거운 짐을 홀로 짊어진 주인공 넬은 어두운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할아버지와 떠돌이 생활을 감행하지만 현실은 더욱 비참해질 뿐이다. 누구 하나 그들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도움의 손길을 건네는 사람도 없다. 사람들은 자신을 돌볼 여유조차 없다. 누구도 이 비참한 현실에 홀로 내버려진 어린 아이에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거기다 밤마다 넬의 머릿속을 떠도는 악당 퀼프의 환영은 그 무리에 포위된 것처럼 끊임없이 반복되며 넬을 괴롭힌다. 아이는 이 냉혹한 현실을 이해할 수 없다. 그저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조용한 시골마을을 찾아 무거운 발걸음을 옮길 뿐이다. 사랑과 슬픔에 무감각한 사람들과 공허한 메아리만이 가득한 넬의 현실은, 마치 우물에 빠진 양동이처럼 도시에서 우울하게 살아가며 도피를 꿈꾸는 현재의 우리들의 모습과 다를 것이 없다.”


● “폐를 열어주고, 안구를 정화하고, 화를 잠재우는 책”

‘오래된 골동품 상점’에 대한 평가는 남다르다. 저자인 찰스 디킨스는 “이 책은 당신의 폐를 열어 주고, 당신의 얼굴을 씻어 주고, 당신의 안구를 정화하고, 당신의 치밀어 오르는 화를 잠재울 것이다. 그러니 마음껏 울어도 좋다”고 평했다.

‘프랜들리 디킨스’의 저자 노리 엡스테인은 “많은 매혹적인 이야기들처럼 이루 말할 수 없는 원초적인 불안들과 금기들―광기, 가학증, 분리 불안, 그리고 죽음―을 이상하리만치 유순하면서도 강렬한 무언가로 바꿔놓는 이 뛰어난 작품을 두고, 지나치게 감상적인 시대물이나 사실주의 소설이 아닌 불안 요소들, 깜짝 놀랄만한 것들, 불가해한 상징들, 그리고 내면에 드리운 사악한 의미들로 가득 찬 어른들을 위한 동화 같은 소설”이라고 평했다.

그러기에 타임스지가 뽑은 최고의 고전에 선정됐고 펭귄 클래식 최고의 책 100선에, 굿 리더스 인기 있는 고전 350선에 당당히 자리를 꿰차고 앉았다.

연제호 기자 sol@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