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조개 회-굴솥밥-도루묵찌개-붉은대게탕-간재미무침-삼치회-굴 구이 (맨 아래사진에서 시계방향으로)
살살 녹는 도루묵
겨울 바닷가에는 봄이나 여름에는 느낄 수 없는 독특한 풍광이 있다. 쌀쌀한 겨울바람에 실려 오는 바다 향기를 맡으며 포구를 거니는 것은 의외로 매력적이다. 여기에 앞바다에서 잡힌 제철 해산물을 재료로 한 향토 일미를 곁들이면 겨울 여행의 낭만이 완성된다. 한국관광공사가 12월의 추천 여행지로 ‘맛있는 포구여행’을 테마로 잡은 것도 이런 이유이다.
● 1. 키조개, 매생이…장흥 ‘골라먹는 재미’ (전남 장흥군 안양면 수문항)
장흥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해산물이 키조개다. 어른 얼굴 크기의 키조개는 회로 먹고, 살짝 데쳐 먹고, 탕으로 먹는다. 키조개, 한우, 표고버섯으로 구성한 장흥삼합은 정남진장흥토요시장의 대표 메뉴다. 장흥 남포 일대는 자연산 굴로 유명하고, 죽청 해변에는 양식 굴구이 집들이 많다. 요즘 건강식으로 인기 높은 매생이국, 토요시장 낙지국밥도 놓치지 말자.
● 2. 바다의 인삼 보령 천북 굴 구이 (충남 보령시 천북면 장은리 천북 굴단지)
천북 굴 단지는 ‘굴 구이’의 원조다. 굴을 따던 아낙들이 바닷가에 장작불 피워 손을 녹이며 껍질째 구워 먹던 것이 의외로 짜지 않고 고소해 지역의 토속음식이 됐다.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가 제철이다. 또한 오천항의 키조개는 달짝지근하면서도 쫄깃한 식감이 일품이다.
● 3. 동해 겨울별미, 속초항 양미리와 도루묵 (강원도 속초시 동명항길)
요즘 속초항은 방금 잡아온 양미리와 도루묵을 즉석에서 구워 먹는 포장마차가 아침부터 문전성시를 이룬다. ‘살 반, 알 반’이라는 알배기 도루묵구이는 뜨거울 때 먹으면 고소한 살이 입안에서 살살 녹고 탱탱한 알은 톡 터진 뒤 쫀득하게 씹힌다.
● 4. 울진 포항의 겨울 진객 대게탕 (경북 울진군 후포면 울진대게로)
대게철이 시작되는 12월이면 후포항은 하루 종일 분주하다. 후포항을 대표하는 일미는 대게탕과 물곰탕이다. 대게탕은 얼큰하면서도 달큼한 국물이 일품이고, 뽀얗게 끓여낸 물곰탕은 부드러운 살점과 후루룩 넘어가는 국물이 해장에 좋다.
● 5. ‘궁의 들’ 궁평항 별미 (경기도 화성시 궁평항로 궁평리정보화마을)
궁평항은 전곡항과 더불어 경기도 화성을 대표하는 항이다. 서울과 가까워 나들이를 겸한 미식 여행지로 인기다. ‘궁의 들’이라는 이름처럼 겨울에는 굴, 대하 등 제철 해산물이 풍성하다. 궁평 토박이들은 간재미를 겨울 별미로 꼽는다. 상어가오리나 노랑가오리를 일컫는 간재미는 겨울철에 살이 두툼하고, 뼈가 딱딱하지 않아 오독오독하게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간재미탕도 별미다.
● 6. 삼치잔치, 전남 고흥 나로도항 (전남 고흥군 봉래면 나로도항길 일원)
나로도항은 일제강점기 때부터 삼치파시가 열렸고, 1960∼70년대까지 삼치수출선으로 호황을 누렸던 곳이다. 지금은 예전만 못하지만, 변함없이 삼치배가 드나들고, 삼치경매가 열린다. 나로도항의 삼치는 1m 안팎의 크기와 ‘입 안에서 살살 녹는다.’는 회로 유명하다.
● 7. 향긋한 굴 구이와 대구탕의 겨울 거제 (경남 거제시 거제면 거제남서로)
거제면 내간리 해안가에는 굴구이 집이 모여 있어 다양한 굴요리를 맛볼 수 있다. 커다란 철판 위에 싱싱한 생굴을 껍질째 올려놓고 구워먹는 굴구이는 특유의 진한 맛을 잘 느끼게 해준다. 거제를 대표하는 또 다른 겨울 별미는 대구다. 우리나라 최대의 대구 집산지인 외포항에는 대구요리를 내는 식당 10여 곳이 늘어서 있다. 뽀얀 국물의 대구탕은 구수하면서도 진한 맛이 일품이다.
김재범 전문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