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리조트 사업 ‘삐걱’…1조원 로또 물건너가나

입력 2015-11-26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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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기업 잇달아 포기 의사
중국 ‘차이나 리스크’ 큰 요인

1조원 로또에서 애물단지로 바뀌나.

박근혜 정부의 관광산업 진흥에서 ‘주연’을 맡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카지노 복합리조트(Integrated Resort IR)가 사업을 제대로 시작하기도 전에 덜컹거리고 있다.

8월 27일 9개 지역을 최종 후보로 정한 카지노 복합리조트 사업은 27일까지 ‘복합리조트 개발사업계획 공모’(Reqest For Proposals 이하 RFP) 접수를 받아 심사한 뒤 2개 내외의 업체를 선정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RFP 접수가 코앞으로 다가온 지금 분위기는 8월과 사뭇 다르다. 복합리조트 진출을 추진하던 외국기업이나 국내 업체가 잇달아 포기하면서 업계에서는 27일 접수마감까지 잘해야 2∼3개 정도의 기업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34개 기업이 지원해 지자체장과 지역 국회의원까지 유치로비를 벌이던 8월의 열기는 온데 간데 없고 이제는 ‘과연 사업이 제대로 될 수 있을까’라는 회의론이 나오고 있다.

10월 들어 조금씩 흘러나오던 복합리조트 사업의 위기설은 그랜드코리아레저(GKL)가 10일 사업 포기를 공식화하면서 구체화됐다. 이어 9개 후보지역 중 하나인 부산 북항재개발지역에 단독 참여했던 롯데가 합작사 말레이시아 겐팅과의 투자협의에 실패하면서 최근 참여를 전격 중단했다. 해외자본 유치를 바라던 정부가 내심 기대했던 홍콩 초타이푹, 중국 신화련, 필리핀 블룸베리 등 유력 후보들도 잇따라 포기의사를 밝혔다.

최근까지 RFP 공모 참여 조건인 5000만 달러를 납입한 기업은 인천 미단시티의 ‘임페리얼퍼시픽’, 인천국제공항 국제업무지구의 ‘모히건 선·KCC’ 둘 뿐. 그 외 인천항만공사와 토지 매입 협상 중인 중국 밍티엔 그룹 정도가 후보로 꼽힌다. RFP 참여의사 있는 일부 기업은 접수 요건을 맞추는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과 3개월 만에 상황이 급변한 데는 중국에서 불어온 ‘차이나 리스크’가 가장 큰 요인이다. 시진핑 주석의 반부패 정책이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중국 관광객에 의지했던 마카오 등 해외 카지노업계의 매출 위축이 장기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관광객 유치를 사업 성공의 핵심으로 꼽는 복합리조트 사업 전망도 불투명해졌다. 특히 복합리조트 사업에 적극적이던 홍콩과 중국의 기업들이 갑자기 발을 뺀 데는 한국 카지노사업 투자를 곱지 않게 바라보는 중국 정부의 시각이 반영됐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카지노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 기업이 관광산업의 경쟁국가라 할 수 있는 한국에 자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카지노 사업에 투자한다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 분위기다”고 전했다.

여기에 RFP 접수에 5000만 달러를 사전 납입해야 하고, 향후 본격투자 때는 총자본 1조원 이상, 외국인 투자 5억 달러(약 5783억원) 이상, 일정수준 이상 신용등급 유지 등 문화체육관광부가 제시한 까다로운 조건도 불확실한 사업전망과 함께 기업들의 마음을 돌리게 한 요인으로 꼽힌다.

김재범 전문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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