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시세끼’ 어촌편, 그 뒷이야기] 산체와 벌이 주치의가 공개한 만재도 여행 특별편

입력 2015-11-26 13: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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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견하고 사랑스러운 두 생명체, 산체와 벌이. 둘이 싸운다고 오해하지 마세요. 장난치는 거니까

<<2015년 최고의 예능은 나영석 PD의 ‘삼시세끼’ 시리즈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차승원, 유해진, 손호준이 함께한 어촌편은 높은 시청률은 물론이고, 화제성에서도 단연 최고입니다. 당연히 많은 기사와 이야깃거리가 쏟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저희 동아닷컴에서는 조금은 색다른 삼시세끼 어촌편의 뒷이야기를 공개하려고 합니다. 아래의 글과 사진은 ‘삼시세끼’의 마스코트 산체와 벌이의 주치의를 맡고 있는 수의사 ‘에곤실례’(필명) 님이 작성한 글입니다. 제작진과 동행하며 겪은 만재도에서의 추억을 소개한 글입니다. 좋은 글 허락해주신 ‘애곤실례’님 감사합니다.>>
삼시세끼 촬영지로 유명한 만재도에 다녀왔습니다. 누군가 만재도를 일컬어 그러더군요.

‘만재도에 두 번 놀러가는 여행객은 없다’

끄덕끄덕. 만재도를 가장 잘 표현한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여행덕후라면 덕후지만, 일이 아니었다면 절대로 만재도에 두 번 이상 갈 일은 없었을 겁니다. 이유는 단 하나. 만재도는 예쁜 섬이지만, 서울에서 가기에 너무 멉니다. 집이 목포라구요? 그래도 멉니다. 절레절레...

서울에서 만재도를 가는 최단루트라면 서울에서 목포까지 가는 KTX를 타고 2시간 40분, 목포항에서 만재도까지 6시간, 더해서 총 8시간 40분이 걸리지만.... 목포항에서 만재도로 가는 배편은 하루에 딱 한 대, 그것도 아침 8시(정보 업데이트. 출항은 아침 08시 10분) 배편밖에 없습니다.

새벽 버스로 목포로 향해 대합실에서 새우잠을 자든가, 아니면 하루 전에 목포에 도착해 한 밤을 묵어야 만재도로 향할 수 있다는 거죠.(정보 업데이트. 용산에서 목포행 KTX 새벽 05시 20분 첫 차를 타면 기다리지 않고 한 큐에 탑승가능) 만재도에 발을 딛게 되면 어디를 심하게 뚜드려 맞은 것 같은 착각이 드는데... 그거 정상입니다. 만재도는 그런 곳에 있는 섬이에요.

멀다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로 먼 섬 만재도. 체감피로도는 인천-뉴욕급…


제가 만재도를 찾은 이유는 일(?)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수의사고, 어쩌다보니 산체의 주치의를 맡고 있는 탓에, 먼 섬에서 혹시 아이들(산체와 벌이)에게 생길 수 있는 안전사고에 대비하고, 특히 산체의 정신적 안정을 도모하는 역할로 삼시세끼 촬영팀과 동행하게 됐습니다. 짬날 때 산체 데리고 산책도 하고, 중간중간 산체와 벌이 건강체크도 해주고, 어떡하면 조금이라도 애들이 스트레스를 덜 받을 수 있을까 고민하는 역할이었죠.

산체와 벌이의 사랑스런 모습을 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뒤에서 고생하고 있는지... 상상하기 힘드실 겁니다. 저도 제가 하기 전엔 몰랐으니까요.

한 가지 확실한 건 누구도 동물을 함부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 정선편도 그렇고 어촌편에서도 잘 몰라서 혹은 여건이 안 돼 혹시라도 작은 실수를 할 수는 있었겠지만, 무엇이 조금이라도 동물을 위한 길인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제작진이었습니다. 솔직히 저 또한 처음에는 동물을 리얼예능에 이용하는 것을 탐탁지 않게 생각했습니다만, 이번 일을 계기로 생각이 쬐금 변했습니다. 뭐... 우려 섞인 시선도 이해는 하지만요.

산체와 만재도에서의 산책. 얼굴은 자체검열


방송 얘기는 그만하고 다시 만재도 기행기로 돌아와

만재도엔 두 가지가 없습니다. 술(소주)과 담배가 그것입니다. 만재슈퍼에 없는 것은 많고 많지만 소주? 담배? 없습니다. 듣기로는 작은 섬을 방탕으로부터 지키기 위한 마을규약 같은 거라고 들었습니다만, 확실히는 모르겠네요. 어쨌든 없습니다. 따라서 직접 잡은 우럭의 살맛을 제대로 느끼고픈 분들은 꼭 팩소주라도 사서 섬으로 들어가시길 바랍니다.

낚시. 아마도 만재도를 찾는 이유 중 10중 8~9는 낚시 때문일 겁니다. 1박2일 이수근의 전설의 낚시편이 말해주듯, 물때만 잘 맞으면 우럭 정도는 던지면 뭅니다. 배타고 멀리 나갈 것도 없이 방파제에서 1시간 낚시대만 드리워도 족히 너 댓 마리는 잡을 수 있습니다. 저도 낚시는 해 본 적도 없지만 팔뚝만한 우럭만 4마리를 잡았습니다. 대장급 참돔, 돌돔이야 잡기 힘들지만 자연산 우럭이 어딘가요. 그 정도면 회쳐서 친구와 배터지게 먹을 정도는 됩니다.

만재도는 너무 작은 섬이라, 동네를 다 둘러보는데 30분이면 충분합니다. 어디 갈 곳도 없고, 할 것도 없습니다. 여행객이라면 낚시하고 파도소리 들으며 사색하다 낮잠 자고, 일어나서 회 먹고 술 마시다 또 자고 그런 루트의 반복일거라 생각해요. 하지만 그 와중에도 꼭 하나 만재도에서 추천드릴 거라면 유해진님처럼 만재도 뒷 산에 올라보는 겁니다. 아침등산도 좋지만, 한 번쯤은 해질녘에 올라보세요. 석양이... 정말 끝내줍니다. 개인적으론 포르투갈 호카곶 못잖은 풍경이라 생각해요.

만재도 뒷 산(?)에서 본 해질녘 풍경. 아…나는 이걸 보기 위해 만재도로 보내졌구나


산은 험하지도 않고 정상까지 멀지도 않지만(남성의 평균 걸음으로 정상까지 편도 25~30분?) 산에 올라가야만 보이는 뒷 바다의 풍경과 거기에 뜨고 지는 해의 존재는 보지 않으면 후회할 정도의 존재감을 지녔습니다. 사진만 봐도 죽이지 않나요? 적당히 땀이 차오를 때 즈음 가져간 시원한 맥주 한 캔을 탁! 하고 따서 바위에 걸터앉아 먹노라면, ㅋ ㅑ!!! 아... 이래서 여길 왔구나! 싶다니까요. 만재도에 가서 산에 안 올라가고 그냥 왔다? 실수하신 겁니다.

삼시세끼 촬영팀이 다녀간 후로 만재도 관광산업이 나름 호황이라 합니다만, 방을 구하기가 어렵지는 않습니다. 민박집도 꽤 돼서 며칠 전에만 예약한다면 숙소문제는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겁니다. 저는 삼시세끼 촬영본진의 7시 방향(그러니까 왼쪽에서 아랫집) 집에서 묵었는데, 사장님이 아주 멋지고 좋으십니다. 숨길 수 없는 인텔리함이 묻어나는 분이다... 생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한전공무원이시더군요. 홍보는 아니지만 제가 묵은 그 집... 강추합니다. 사모님 음식솜씨도 환상적이고(홍합 동그랑땡....아아....) 화장실도 수세식으로 아주 깨끗합니다.

쉽지않은 만재(feat. Sanche) 이런 날 함부로 사랑하진 마.


만재도에서 총 10일 정도는 묵은 것 같은데 일 이야기 빼고 기행기랍시고 쓸 말은 이것 뿐입니다. 그만큼 작고... 낚덕후가 아니라면(낚덕후는 예외) 할 것 없는 섬인 건 확실합니다. 소위 여행가성비로 본다면 최악...을 겨우 면할 정도일까 싶지만... 뭐 여행덕후들이 가성비, 안락함 보고 여행하나요. 인도도 가는 마당에 한 번 가볼까? 싶으면 가보는 거죠. 그런 점에서 만재도도 한 번쯤은... 가봄직 합니다.(두 번은 아닙니다)

아차, 여행가시거든 상비약 정도는 꼭 챙겨가세요. 마을에 보건소가 있긴 합니다만 언제나 자기건강은 스스로 챙기는 게 현명합니다.


PS. 그래도 역시 두 번은...

제 돈으로 계산하진 않았지만 목포-만재도행 뱃삯이 생각보다 비쌉니다. 성인기준 6만원이 조금 안 됐던 걸로 기억해요. (정보 업데이트. 편도 성인기준 56,300원) KTX까지 탄다면 서울에서 왕복 교통비만 인당 20만원은 족히 들 것 같습니다. 나리타행 아시아나 항공 왕복요금이 25만원쯤 하는 걸 생각하면... 역시 두 번은...

PS2. 수의사로서 세끼 동물친구들에 대한 FAQ


Q) 산체와 벌이는 실제로 친한가요?

A) 네. 실제로 친합니다. 보통 개와 고양이는 쉽게 어울리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회화의 민감기(생후 3개월 이내)에 좋은 관계를 맺은 경우 커서도 무리없이 어울릴 수 있습니다. 어촌편 시즌 1 당시 산체와 벌이는 아주 어린 나이여서, 자연스레 서로에 대한 긍정적 사회화가 이뤄진 것으로 판단됩니다.


Q) 산체와 벌이가 싸우는 걸 보면 저러다 다치기라도 하면 어쩌나 걱정되는데 괜찮은가요?

A) 네. 99%의 확률로 괜찮고, 1%의 만일을 위해 저같은 수의사가 촬영장에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얼핏 둘은 격렬하게 싸우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보면 상대에게 위해를 가할 마음이 없는 절제된 펀치와 물기만을 반복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전문가는 개나 고양이의 바디랭귀지를 보고 그들의 감정상태를 판단하는데, 이 또한 그 둘의 관계가 공격과 방어의 관계가 아님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요컨대 딱 다치지 않을만큼 서로를 건드리며(?) 논다는 말이죠.


Q) 산체와 벌이를 촬영장에 가둬두는 건 동물학대가 아닌가요?

A) 방송화면은 촬영의 극히 일부분일뿐... 동물은 그 안에서 항상 갇혀 지내지는 않습니다. 산책을 할 수 없는 벌이는 그렇다쳐도, 산체의 경우 대개는 출연진이 가끔은 제가 충분한 산책을 시켜주기위해 노력했습니다. 아이가 밖으로 너무 나오고 싶어한다 싶으면 꺼내서 간식도 주고 최대한 바깥바람도 쐬게 해줬구요. 산체와 벌이는 스탭이 직접 키우는 아이들이기도 해서 모두가 신경 또 신경쓰며 보살펴줬다는 점... 제가 보증합니다.


Q) 산체 혀는 왜 나와있나요? 병이라면 치료해줘야 하지 않나요?

A) 산체처럼 주로 소형견에서 혀가 밖으로 돌출돼 있는 증상을 hanging tongue syndrome이라고 하는데, 산체의 혀가 나와있는 이유로는 크게 3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습니다. 첫째는 부정교합. 상악이 하악보다 길 경우(over-shot). 둘째 치열의 문제. 유치가 늦게 빠지거나 어떤 이유로 인해 영구치가 미처 다 자라지 못했을 경우. 셋째는 정상보다 혓바닥의 길이가 긴 경우... 산체는 부정교합으로 알려져있으나, 제가 봤을 땐 혀의 길이도 길 뿐더러, 우측 하악의 송곳니가 미처 다 자라지 못해(반매몰치) 혀를 막아주지 못하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교정을 통해 치료를 한다면 해볼 수도 있겠으나, 사는데(건강상) 큰 문제가 생길 부분은 아니라 굳이 그럴 필요는 없을 듯 합니다. 당연히 산체는 아픈 개가 아니고, 혹시 여러분의 개가 그렇다면 그 또한 반드시 치료해야만 하는 병은 아닙니다.

글·사진 | 에곤실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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