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민과 뮤지컬 오케피①] “확·실·하·게” 무대를 향한 ‘연출가’ 황정민의 철학

입력 2015-11-26 17: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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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하게 말해!”

배우 오만석이 이 말을 하자 ‘오케피’의 배우들이 “아이고”하며 귀를 막았다. 이들이 이 한마디에 이렇게 정색을 하는 이유는 연출가 황정민 때문이다. 연습 중에 그에게서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가 “확실하게” 혹은 “정확하게”여서다. 황정민이 이 작품의 완성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일본 인기 작가 ‘미타니코키’의 뮤지컬 ‘오케피’를 황정민이 무대에서 선보이기까지 걸린 시간은 무려 5년여. “일반적인 뮤지컬이라면 작년쯤 개막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던 그는 처음부터 이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극의 반석과도 같은 대본을 수없이 각색하며 한국 관객에게 친밀하게 다가가고자 노력했다. 캐스팅 역시 틈틈이 공연을 보고 발로 뛰며 배우들을 모았다.

연습과정도 치밀했다. 다른 뮤지컬에 비해 빨리 시작한 것은 물론이고, 무려 한 달 반이라는 기간 동안 대본리딩을 하며 배우들이 작품을 완벽히 이해하게 만들었다. 연습실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무대 세트까지 준비했다. 연습도 실전처럼 해야 한다는 연출가 황정민의 철학이다.

“공연 첫 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배우들은 연기를 잘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관객들은 똑같은 돈을 내고 티켓을 사는데 배우들의 연기가 들쭉날쭉하면 되나요. 그건 관객들을 향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가장 기본적인 대본 리딩을 장기간에 걸쳐 진행했고 배우들이 실전처럼 연습할 수 있도록 연습실에 세트를 들여다 놨어요.”

황정민과 함께 ‘컨덕터’ 역을 맡은 베테랑 배우 오만석마저 혀를 내두를 정도. 그는 “(황)정민이 형의 연출은 정말 세심하다. 아마 머릿속을 보면 설계도가 그려져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섬세한 연출을 한다. 배우들의 연기를보면서 어떤 표현, 감정을 실어야 하는지 정확하게 알려준다. 그 ‘정확성’ 때문에 아마 배우들이 ‘정확하게’라는 말만 들으면 몸서리를 치는 게 아닐까 싶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황정민은 영화 ‘베테랑’, ‘히말라야’, 그리고 곧 크랭크업을 앞두고 있는 ‘아수라’를 촬영하면서도 뮤지컬 연출을 놓지 않았다. 그야 말로 쪽잠을 자야하는 스케줄을 강행한 것. 그럼에도 가장 먼저 연습실에 도착해 출근 도장을 찍었다. 배우 송영창은 24일 연습실 현장 공개에서 “황정민은 언제나 1등으로 연습실에 와 있었다”라며 “예전부터 봐 왔지만 언제나 존경스러운 후배”라고 극찬했다.

“잠은 줄이면 된다”고 말하는 황정민이 강행군을 고집하는 이유는 단지 무대가 좋기 때문이다.

“제 꿈은 언제나 배우예요. 그건 변하지 않아요. 하지만 무대 미술을 전공했기 때문에 무대 연출은 흥미롭고 재미가 있어요. 게다가 뮤지컬을 정말 사랑해요. 정말 좋아요. 그래서 5년 뒤에는 꼭 창작 뮤지컬을 해보고 싶어요. 아직 머릿속에만 있지만 꼭 무대에 내놓고 싶어요.”

뮤지컬 ‘오케피’는 웅장하고 화려한 뮤지컬 아래, 한번쯤은 궁금했지만 한 번도 가본적 없는 ‘오케피’(오케스트라 피트) 뮤지컬 ‘BOY MEET GIRL’공연을 시작하기 위해 ‘그곳’으로 연주자들이 등장하기 시작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배우 황정민이 연출과 연기를 동시에 하며 오만석 송영창 김원해 서범석 김현진 문성혁 남문철 이상준 김태문 김호 황만익 백주희 정상훈 최재웅 김재범 윤공주 심재현 육현욱 박혜나 최우리 린아 이승원 정욱진 박종찬이 참여한다. 12월 18일부터 내년 2월 28일까지 LG 아트센터에서. 문의 1544-1555.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샘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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