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심형탁, 절친 ‘도라에몽’ 속에 담긴 연기를 향한 진심

입력 2015-11-28 09: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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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심형탁은 갑자기 휴대폰에서 2007년 싸이월드에 써놨던 자신의 글을 보여주며 읽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 ‘도라에몽’을 보던 아이가 어느덧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되어 자녀와 함께 ‘도라에몽’을 보고 잃어버렸던 어릴 적 동심을 되찾는 것처럼 자신도 그런 배우가 되자고, 수십년의 세월이 지나도 ‘도라에몽’의 순수함을 닮아 자신도 연기를 통해 진정성을 전하는 사람이 되자고 결심한다는 글이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일명 ‘덕후’라는 이미지로 재미와 웃음을 줬던 그가 ‘도라에몽’이라는 절친을 통해서 연기자의 꿈을 키워나갔다는 이야기에 그의 진심이 느껴졌다.

MBC ‘나 혼자 산다’, ‘무한도전-바보들의 전쟁’ 등을 통해 순박함과 ‘뇌순남’의 이미지로 대세남이 된 심형탁이 연극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연출 김태형, 이하 ‘한밤개’)으로 무대로 나선다. 주변에서 지금 잘 나가는데 무슨 연극이냐며 반대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유명인, 대세남보다 배우 심형탁이 되고 싶다”라고 말했다.

“작년부터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은 건 사실이죠. 그런데 제 마음속은 언제나 ‘배우 심형탁’이었어요. 뭔가 있어 보이려 하는 말이 아니라 제가 지금은 대중들의 사랑을 받고 있지만 여기에 심취하기보다 연기자로서 본분을 다해야 한다는 마음이 커요. 물론 지금이야 연극 보러 오시는 분들이 절 보면 ‘도라에몽’, ‘뇌순남’이 떠오르겠지만 무대에서는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하실 거라 생각해요. 저를 계속 지켜보신 분들 역시 또 다른 연기를 하는 저를 만나게 되실 것 같아요.”

연극 ‘한밤개’는 자폐아 소년 ‘크리스토퍼’가 이웃집 개가 살해당한 것을 발견하고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자신이 둘러싼 닫힌 세계를 벗어나 용감하게 세상 밖으로 발을 비비며 벌어지는 소년의 예측불허 성장담을 다룬 작품으로 공연 프로듀서이자 배우인 김수로 프로젝트 14번째 작품이기도 하다.

뮤지컬 ‘뮤직 인 마이 하트’이후 첫 연극에 도전하는 심형탁은 ‘크리스토퍼’의 아버지 ‘에드’ 역을 맡았다. “처음엔 ‘머더 발라드’에서 제안이 왔지만 노래 실력이 형편없다”라고 솔직하게 말한 심형탁은 “이 연극대본과 함께 해외 공연 영상을 봤는데 ‘이건 내 거!’라고 생각했다. 정말 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하고 싶은 바람은 이뤄졌지만 부담감도 함께 찾아왔다.


“부담감 엄청나죠! 공연 객석이 1000석이라고 하더라고요. 게다가 표 값이 한 두 푼도 아닌데 말이죠! 관객들이 다 표를 사서 오는 건데 제가 그 값어치를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더라고요. 그리고 또 이 작품이 브로드웨이, 웨스트엔드서 명성이 나 있는 작품이고 한국에서는 초연인지라 부담감이 배예요. 저희가 기본적인 틀을 잘 닦아놔야 하고 잘해야 또 다시 공연이 올라갈 테니까요.”

첫 연습 소감을 물어보자 “엉망진창이었어요~”라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는 “계속 스케줄이 바빠서 대본 숙지를 완벽하게 하지 못했다. 아마 동료 배우들이 우려를 했을 수도 있다”라며 “하지만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연습에 들어갔다. 눈과 귀를 열고 하나씩 완성시켜 나가는 중”이라고 답했다. 심형탁은 이번 연극을 위해 ‘아스퍼거 증후군(대인관계에서 상호작용에 어려움이 있고 관심 분야가 한정되는 특징을 보이는 정신과 질환)’에 대해 독후감을 쓰며 작품에 대해 공부하기도 했다.

“제가 아직 총각인데 15살 아들을 둔 아버지 역할에다 그 아들이 자폐아잖아요. 그래서 아버지의 마음을 알기가 참 어려웠어요. 그런데 제 아들 역할인 윤나무, 전성욱, 려욱이가 정말 잘해서 그냥 그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아파요. 셋 모두 달라요. 나무는 참 다이나막하고 성우는 마냥 귀엽고 려욱이는 정말 아이 같아요. 그들이 잘하니까 저도 연기하다가 갑자기 울컥해질 때가 있어요. 연습하면서 같이 울기도 하고 참…. 드라마 현장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것들을 연극 연습을 통해 느꼈어요.”

첫 연극인지라 데뷔 시절이 떠오르기도 했다. MBC 드라마 ‘사랑을 예약하세요’(2002)’ 시절을 떠올리며 그는 “제 첫 연속극이었는데 너무 긴장을 해서 대사도 까먹고 로봇처럼 뻣뻣한 연기를 했다. 그 때만 생각하면 식은 땀이 난다”라고 말했다.

“극장에서 리허설을 하게 되면 더 긴장될 것 같다”고 하는 그는 “그는 “공연이 꼭 성공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호평 받고 재연도 바로 할 수 있도록 말이다. 또 할거냐고? 시켜주면 언제든 하고 싶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작품 이야기를 하다 ‘대세남’이 된 소감을 물어봤다. MBC ‘무한도전-바보들의 전쟁 ‘뇌순남, 뇌순녀’ 특집에서 애니메이션 ‘미니언즈’가 부르던 ‘뚜찌빠찌뽀찌’를 부르며 단숨에 화제에 올랐던 그가 아닌가. 심형탁은 “정말 행복했다”라며 “가슴이 벅차서 집에서 울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제가 사람들 입에 오르고 내리는 배우가 됐다는 생각에 정말 마음이 울컥했어요. 물론 욕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관심이 있으시다는 증거니까요. 사실 무명배우 시절보다는 차라리 나아요. 물론 악성 댓글을 보면 상처 받죠, 사람인데. 하지만 넘길 수 있는 정신력은 충분해요. 하하하!”

심형탁은 SBS 예능 프로그램 ‘썸남썸녀’에서도 관련된 말을 한 적이 있다. 그는 “내가 부모님을 고생시키고 인형을 모으고 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정말 마음이 아프다. "난 부모님께 선택권을 드렸고, 아버지께서 선택하신 게 고물상이었다. 마음 편하게 풍경 좋은 곳에서 고물상 하시는 게 편하다고 하시더라. 그게 벌써 3년이 됐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인터뷰에서 “내 최우선순위는 언제나 가족이다. 행복하게 해드릴 거다”라고 말했다.
“가끔 어떤 글을 보면, 어려웠던 시절 이야기 좀 그만 하라는 소리 등 여러 소리가 있더라고요. 어떤 사람들은 고물상을 하면 돈을 많이 번다고 하며 안 좋은 하시는 분들도 있고요. 솔직히 우리 가족은 생활에 큰 어려움이 없었어요. 부모님 노후를 위해 아파트와 자동차도 장만해드렸는걸요. 전 그냥 부모님께서 앞으로 삶을 살아가시면서 하시고 싶으신 일을 하셨으면 좋겠어요. 그게 아들로서 바라는 바지요.

배우로서 심형탁의 바람은 뭘까. 그는 “길게 가는 연기자가 되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제 곧 아버지 역할도 해야 하고 할아버지 역할도 할 나이가 오겠지만 자연스레 받아들이며 진정성 있는 연기를 펼치겠다는 각오다.

“제 인기가 거품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요. 그래서 그 거품이 빠지면 발에 닿을 바닥도 각오하고 있죠. 두렵진 않아요. 이미 바닥을 경험해 봤으니까. (웃음) 하지만 오히려 제겐 더 좋은 경험이었어요. 그러기에 지금 이 인기에 자만하지 않고 초심을 갖고 변하지 않을 연기자가 될 테니까요.”

사족을 덧붙이자면, 인터뷰 후 공연 연습을 위해 자리에서 일어난 심형탁에게 전화가 한 통 왔다. 그런데 휴대폰 벨소리에서 “뚜찌빠찌뽀찌”가 흘러나왔다. 아, 역시 심형탁이다.

※ 심형탁이 출연하는 연극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은?

자폐아 소년 ‘크리스토퍼’가 이웃집 개가 살해당한 것을 발견하고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자신이 둘러싼 닫힌 세계를 벗어나 용감하게 세상 밖으로 발을 비비며 벌어지는 소년의 예측불허 성장담을 다룬 작품. 2013년 올리비에 어워드 7관왕, 토니어워드 5관왕에 빛나는 수상작. 11월 27일부터 내년 1월 31일까지 서울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아시아브릿지컨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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