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딘, 반항과 방황 그것이 바로 ‘딘스러운 음악’

입력 2015-11-29 10: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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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석상 중에 ‘아그리파’라고 있죠. ‘아그리파’ 닮았다는 소리 많이 들었어요. 아주머니들에게는 ‘제임스 딘’ 같다는 말도 들었고요. 흑인음악을 하는 사람이니만큼 제게 딱 맞는 이름이 필요했어요. ‘아그리파’ 보다는 ‘제임스 딘’이 발음하기 편했어요. 제임스 딘을 찾아보니 반항미도 있고 매력적인 면이 많았어요. 그래서 이름을 ‘딘’으로 짓게 됐어요.”

‘인디고차일드’ 딘은 특이한 이름만큼이나 독특한 음악으로 승부한다. 좀처럼 흑인음악과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딘의 음악을 들어보면 신선함과 청량감이 느껴진다. 딘의 한국 두 번째 싱글 ’풀어(Pour Up)‘는 홍대나 이태원 클럽에서 들릴법한 분위기의 곡이다.

“음악의 뿌리가 되는 음악이 흑인음악이라는 걸 대중 분들이 알아주셨음 해요. 내가 어디서 왔고 어떤 음악을 하는 사람인지를 먼저 알려야겠다고 생각했죠. 흑인음악은 섹시한 무드가 특징이기에 섹시한 그루브도 있어요. 한국 싱글은 미국 싱글과는 또 다른 매력으로 느낄 것 같아요.”

딘은 한국 싱글 발매에 앞서 미국에서 처음 데뷔했다. 지난 7월 첫 싱글 ‘I’m Not Sorry(ft. Eric Bellinger)’를 미국과 영국 iTunes(아이튠즈)에서 동시 발매했고, 9월에는 두 번째 싱글 ‘Put My Hands on You’를 공개했다. 지난 10월 싱글 ‘ I Love It(ft. Dok2)‘로 첫 한국 싱글을 발매한 딘은 이번 싱글에서 블락비 지코와 호흡을 맞췄다.

“데뷔 이전부터 지코와 친분이 있었죠. 평소 만나서 이야기도 하고 음악적 교류도 많아요. 지코가 워낙 라이프스타일 자체가 음악 중심으로 지내서 그런지 일상도 ‘아티스트’스러워요. 친구로서 지코는 좀 더 서글서글하고 섬세해요. 반면에 음악 작업에 있어서는 완벽주의자예요. 요즘 지코가 솔로 앨범도 내고 프로듀서로도 활약하고 있어서 보기 좋아요.”


딘의 뮤직비디오 역시 그의 음악적 실험에 대한 역량을 고스란히 담았다. 딘은 세계적인 모델 강소영과 함께 출연해 색다른 작품을 완성했다. ‘풀어’에서 느껴지는 섹시하고 몽환적인 느낌을 그대로 표현했다.

“‘풀어’ 촬영장이 사막이었어요. 도시와 멀리 떨어진 곳이었는데 감독님이 원하던 느낌이 해가 너무 쨍쨍하지 않으면서 적당히 푸르스름한 느낌이었죠. 새벽 5시를 원하셔서 새벽 2시에 촬영하러 나갔어요. 잠도 못자고 사막이라 일교차도 심해 혼란스러웠어요. 그런 감정이 연기처럼 자연스럽게 묻어난 것 같아 결과가 매우 만족스러워요.” (웃음)

사실 한국에서 흑인음악을 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미국에서의 흑인음악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인 반면 한국에서의 흑인음악문화는 아직 생소하다. 딘은 한국 앨범 발매에 있어 이러한 고민이 앞섰다.

“물론 고민이 많았죠. ‘다 좋은데 대중들에게 어렵지 않을까’ 하고요. 지금이 나와 대중들 사이가 ‘썸의 관계’에 있다고 표현하고 싶어요. 썸을 탈 때부터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줘야 나중에 충격을 받지 않으니까요. 변했다고 배신감을 느끼지도 않을 테고요. 나의 음악도 마찬가지라 생각해요. 내 음악이 낯설게 다가갈지라도 실험적인 본모습을 보여주기로 했어요. 간극을 보여주고 넓은 음악적 폭을 제시하며 하나씩 만족시켜드려야죠.”

한국과 미국에서 음악활동을 병행하는 그는 음악 너머의 방황도 있었다. 무엇보다 딘만의 색깔을 찾는 것이 급선무다. ‘제2의 아시안 비버’가 아닌 ‘제1의 딘’을 구축하는 게 가장 큰 목표다.

“‘제 2의 아시안 비버’같은 수식어를 듣기보다 나만의 색깔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어떻게 하면 차별화되고 인종을 벗어나 오로지 음악으로서 평가 받을 수 있을까 고민했죠. 그래서 오로지 음악으로만 승부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어요. 미국은 작업 시간이 빠르고 한국은 그에 비해 길어요. 미국은 본능에 충실해 동물적인 감각으로 그때그때 작업하는 편이라 보통 하루 안에 곡이 나와요. 한국은 장인정신처럼 디테일하게 수정을 하고 완벽을 기해서 좀 오래 걸리더라고요. 내게는 두 방식 다 매력 있어요.”


이러한 딘의 음악적 역량을 모르고 지나칠 뮤지션은 없다. 앞서 에릭 벨린저(Eric Bellinger), 앤더슨 팩(Anderson .Paak) 등 세계적인 뮤지션들과 함께 작업했다. 국내 정식 활동을 시작하기도 전부터 정기고의 싱글 ‘일주일(247)’에 자이언티, 크러쉬와 함께 참여해 ‘R&B 어벤져스’, ‘R&B 올스타’ 등으로 불리며 R&B 신흥대세임을 증명했다. 그는 최근 발매된 다이나믹듀오 정규 8집 ‘GRAND CARNIVAL’의 곡 ‘요즘 어때’에 참여했다.

“‘Put my hands on you’ 싱글이 발매되고 얼마 뒤에 ‘다듀’ 형들에게서 연락이 왔어요. 흑인음악씬에서 대단한 분들이라 정말 신기했어요. 피처링이라 제 파트가 길진 않았어요. 그래도 ‘다듀’ 형들이 내 파트를 일임해주더라고요. 내 부분은 내가 만족해야 하는 스타일이라 스스로 수정하며 작업했어요. 워낙 좋은 본보기가 되는 분들이라 좋은 경험이 됐어요.”

그는 자신의 음악과 닮은 가수로 친한 친구이자 동료 뮤지션인 크러쉬를 꼽았다. 또한 함께 작업하고 싶은 뮤지션으로 밴드 혁오를 언급했다.

“크러쉬랑 친하기도 하고 음악적 취향이 굉장히 비슷해요. 실제로 흑인음악을 하는 사람이 많지 않으니 대중들이 크러쉬와 비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혁오와 협업을 해 보고 싶어요. 밴드 음악도 상당히 좋아하거든요. 워낙 혁오밴드가 뚜렷한 색깔을 가진 팀이라 실험적이고 새로운 음악을 함께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대학진학 대신 음악의 길을 택한 딘은 자신만의 독특한 음악세계를 걷고 있다. 16살 무렵, 어머니가 시장간 틈을 타 도둑녹음을 하던 그에게 사춘기의 반항과 방황은 지금의 음악적 자양분이 됐다. 그는 나만의 색을 지닌, 그 색이 대중적으로 변할 수 있는 뮤지션이 될 것을 희망했다.

“흑인음악 중심이라 대중 분들이 ‘알앤비 싱어’로 불러주겠죠. 그래도 음악적 스펙트럼이 다양하기 때문에 앞으로 보여드릴 음악이 많아요. 언젠가는 ‘알앤비 싱어’보다는 나만의 색과 세계를 구축한 음악을 들려드리고 싶어요. 그것이 바로 ‘딘스러운 음악’이 되지 않을까요.”

동아닷컴 장경국 기자 lovewit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유니버셜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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