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브레이크]길 잃은 박재상-고영민, FA 부익부빈익빈 심화

입력 2015-12-05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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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박재상-두산 고영민(오른쪽). 스포츠동아DB

FA 대어들 몸값 폭등, 반면 ‘보통선수’ 갈 곳 없어…
하락세 30대 선수들의 불확실성, 보상 규정도 문제


FA(프리에이전트) 선수들의 원 소속구단 우선협상 기간은 일주일이다. 그리고 타 구단과 협상 역시 일주일이다. 2주가 지났지만 여전히 계약 소식이 들리지 않는 선수들이 있다.

올해 FA 시장에서는 3일까지 총 717억7000만원이 풀렸다. 내부 FA의 잔류에 총 334억7000만원, 그리고 외부 FA의 영입에 383억원이 쓰였다. 삼성에서 NC로 이적한 내야수 박석민(30)은 4년 최대 96억원으로 역대 최고액을 작성했고, 한화에 잔류한 내야수 김태균(33)이 4년 84억원, SK에서 한화로 이적한 투수 정우람(30)이 4년 84억원을 받아 뒤를 이었다.


● 돈방석과 멀어진 미계약자들, 부익부빈익빈 FA


이처럼 FA들의 몸값은 컨트롤하기 힘든 지경까지 올랐다. 발표액수 그대로 믿기도 힘든 게 현실이다. 사실상 100억원 시대를 연 상황에서 FA의 ‘빈부격차’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돈방석에 앉아 따뜻한 겨울을 보내는 선수들이 있는가 하면, 자신을 둘러싼 차가운 현실에 직면한 선수들도 있다.

3일까지 SK 외야수 박재상(33)과 두산 내야수 고영민(31)은 미계약자로 남아있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타진 중인 두산 외야수 김현수(27)나 지난해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에 따른 병역 혜택으로 4주 군사훈련을 받고 있는 두산 내야수 오재원(30)도 있지만, 이들은 사실상 갈 곳이 있는 이들로 분류된다.

올해 FA 이적한 7명의 계약은 타 구단 협상이 시작된 29일과 이튿날인 30일 모두 이뤄졌다. 사실상 수요가 있는 선수들의 거취는 빠르게 정리되기 마련이다. 4일까지 새 둥지를 찾지 못한다면, 박재상과 고영민은 원 소속구단을 포함한 전 구단과 5일부터 다시 협상을 시작하게 된다.


● ‘불확실한 선수’들이 보여준 결과, 이적과 방출

지난해에도 박재상과 고영민처럼 시장에서 외면 받은 선수들이 있었다. 원 소속구단과 우선협상 테이블을 박차고 나갔다 냉정한 평가를 받고 말았다. SK 내야수 나주환(31)과 투수 이재영(36)이 각각 1+1년 5억5000만원, 4억5000만원에 울며 겨자먹기로 도장을 찍었고, 넥센 외야수 이성열(31)이 2년 5억원, KIA 포수 차일목(34)이 2년 4억5000만원에 사인했다. 결과도 좋지 못했다. 이성열은 개막 후 한화로 트레이드됐고, 차일목은 젊은 포수진에 밀려 11경기 출장에 그치고 지난 27일 2차 드래프트에서 한화로 이적했다. 이재영은 29일 발표된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돼 방출됐다.

이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이미 30대에 접어들면서 하락세가 보이는 선수들이다. 원 소속팀에서도 입지가 확고하지 못하다. 부상이나 부진으로 하락세가 먼저 왔든, 혹은 출장경기가 줄면서 자연스레 하락세로 접어들었든 ‘불확실한’ 선수인 건 마찬가지다.


● 여전히 발목 잡는 보상 규정, ‘보통 선수’에게 가혹한 FA

오랜 기다림 끝에 얻은 FA지만, 원 소속팀의 냉정한 조건 제시에 실망했을 것이다. 그러나 시장에 나가면 차가운 현실에 직면하고 만다. 다른 구단에서도 원 소속팀 이상 평가하기는 힘든 데다, FA 규정 탓에 보상선수를 내줘야만 한다. 오히려 30대의 어중간한 선수를 데려오는 것보다, ‘미래 가치’가 있는 젊은 유망주를 데려오는 편이 낫다.

올해도 검증됐지만, 시장의 ‘수요’가 있는 이상 FA 대어들의 몸값은 좀처럼 내려가기 힘들다. 그러나 ‘보통 선수’들에겐 FA가 점점 가혹한 현실이 되고 있다. FA 시장의 ‘부익부빈인빈’ 현상은 언제쯤 해소될까.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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