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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을 하세요. 내가 당신의 마음을 어떻게 압니까?’ 이는 무뚝뚝한 남자를 바라보는 대부분 여자들의 시선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드라마에서만큼은 남자들이 입 대신 눈으로 이야기해야 매력이다. tvN 금토극 ‘응답하라 1988’ 성덕선(혜리)의 남편 후보 류준열과 박보검은 같은 듯 다른 침묵으로 여심을 사로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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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준열, 어차피 남편은 내가 내가 해!
‘응답하라1994’ 쓰레기(정우)에 이어 류준열이라는 초강력 시크남이 등장했다. 류준열은 tvN 금토극 ‘응답하라1988’에서 무심한 듯 세심하게 챙겨주는 매력으로 여심을 사로잡았다. 그는 어차피 남편은 류준열, 어남류라는 신조어까지 말들어내며 신인 연기자에서 대세 스타로 거듭났다.
류준열은 특유의 작은 눈과 담담한 표정으로 ‘응답하라 1988’ 김정환 캐릭터의 몰입감을 높인다. 극 중 김정환은 말 대신 행동으로 마음을 전한다. 류준열을 단번에 인기 검색어 1위에 올려놓은 일명 ‘버스 장면’이 김정환의 캐릭터를 대표한다. 그는 만원 버스 안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성덕선을 보호하기 위해 그녀의 뒤에 서 힘줄이 터질 듯 힘을 주고 있었다.
김정환을 다루는 ‘응답하라1988’ 제작진의 연출 기법도 수줍다. 어떤 사건의 결말을 바로 공개하지 않고 작품 말미에 보여주는 에필로그 형식으로 김정환의 남성다움을 극대화한다. 지난주 10화 ‘메모리’ 편에서 김정환이 “소개팅 들어왔는데 할까, 하지 말까?”라고 물어보는 성덕선의 말에 “하지 말라”고 답하며 자신의 마음을 보여준 경우가 대표적이다.
류준열은 변요한과 함께 출연한 독립영화 ‘소셜포비아’(2014)로 데뷔했다. BJ(인터넷 방송 진행자) 양게 역을 맡아 개성 강한 연기로 가장 기대되는 배우로 꼽혔다. 그는 ‘응답하라 1988’ 출연에 앞서 영화 ‘글로리데이’ ‘섬. 사라진 사람들’ 촬영을 모두 마친 상태다. ‘어차피 남편’이라고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류준열의 활약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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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은 택, 특기는 심장어‘택’
배우 박보검의 사슴 같은 눈망울에 ‘어남류’가 흔들리고 있다.
지난주 ‘응답하라1988’ 10회 ‘메모리’ 편은 시청률 13.9%, 최고 시청률 14.8%를 기록하며 케이블, 위성, IPTV 통합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차지,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가구, 전국 기준)
맹활약한 주인공은 박보검이 분한 택이다. 택은 쌍문동 골목 친구들에게 성덕선을 “친구가 아닌 여자로 좋아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이를 들은 김정환(류준열)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고 ‘응답하라1988’의 삼각 로맨스를 본격화했다.
택은 바둑밖에 모르는 내성적인 소년이다. 성덕선은 택이에겐 새로운 세상이다. 말괄량이 성덕선은 택이 옆에선 어른스러운 여자가 된다. 표현이 서툴어서 입을 다무는 택이의 침묵은 모성애를 자극한다는 점에서 김정환과 다르다.
박보검의 눈은 택이의 이중적인 매력을 오롯이 표현한다. 선하지만 날카롭다. 젓가락질에 서툴고 친구들의 짓궂은 장난에도 웃기만 하는 천진난만함과 바둑 천재의 고독함과 고뇌를 동시에 나타낸다. 첫눈이 내리는 날 성덕선에게 “영화를 보자”고 말하는 예상치 못한 남자다움도 빼놓을 수 없는 택이의 매력이다.
‘응답하라1988’ 11화는 오는 11일 오후 7시50분 방송된다.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