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의 법칙] 제발 유승호에게 여복을 허락하소서

입력 2015-12-09 17: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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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미(chemi)’. 화학 반응을 뜻하는 영어 ‘chemistry’에서 유래된 신조어로 미디어 속 남녀 주인공이 현실에서도 잘 어울리는 것을 상징한다.

남녀 배우간의 ‘케미’는 드라마와 영화를 막론하고 주요 흥행 요인 중 하나다. ‘케미’가 좋을수록 관객이 작품을 통해 느끼는 대리 만족도와 극의 몰입도가 함께 상승한다. 이상적인 감성을 자극하는 멜로·로맨스물이라면 더욱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안타깝게도 유승호는 ‘케미’와 거리가 먼 배우였다. 15년 동안 주로 연상의 여배우와 멜로 라인을 형성한 유승호. 그가 출연한 작품 대부분은 캐스팅 단계부터 여배우와의 ‘미스 케미’로 인해 시청자와 관객들의 쓴 소리를 들었다.

대표적인 예는 유승호가 군 입대 전 출연한 드라마 ‘보고싶다’. 9살 연상인 여주인공 윤은혜와의 러브라인은 “마치 이모와 조카 같다”는 평가를 받아 아쉬움을 남겼다. 여기서 문제는 그의 ‘케미 흑역사’의 기록이 이전에도 그리고 이후에도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 영화 ‘4교시 추리영역’ 강소라, 3살 차라고요?

영화 ‘4교시 추리영역’은 4교시 종이 울리기 전이라는 한정된 시간 ‘40분’과 범인이 제한된 공간인 ‘학교’안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설정으로 진행되는 학원 추리물. 유승호는 극 중 전국 1등의 수재이자 살인 사건 용의자로 지목된 ‘한정훈’ 역을 맡았으며 강소라는 천재적인 추리력을 갖춘 탐정 지망생 ‘이다정’ 역을 소화했다.

유승호와 강소라는 이 작품에서 추리 커플로 호흡을 맞췄다. 당시 모태솔로이자 미성년자였던 유승호는 생애 첫 키스신을 강소라와 함께했다. 1990년생인 강소라는 1993년에 태어난 유승호 보다 3살 누나. 두 사람은 나이 차가 적음에도 불구 영화 내내 어색한 ‘커플 케미’로 극의 몰입을 떨어뜨렸다.


● 강소라가 그냥 커피라면 ‘보고싶다’ 윤은혜는 TOP

명불허전 ‘끝판왕’ 흑역사다. 2012년 겨울부터 이듬해 1월까지 방송된 ‘보고싶다’는 유승호가 입대 전 마지막으로 열연한 정통 멜로 드라마다. 유승호는 극 중 윤은혜 박유천보다 3살 아래인 26살로 설정됐지만 당시 그의 실제 나이는 스무살. 사이코패스 강형준을 맡은 유승호는 9살 많은 윤은혜를 두고 7살 형인 박유천과 대립 구도를 이뤘다.

유승호는 이 작품을 통해 아역 이미지를 완전히 벗고 성인 배우로 거듭났다는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사랑의 대상인 윤은혜와의 러브라인은 자꾸만 어긋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따로 떨어져 있을 때는 가슴 절절하지만 어쩐지 만나기만 하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투샷이었다.



● 드라마 ‘욕망의 불꽃’ 서우, 유승호에게 왜 이러세요

윤은혜에게 가려졌지만 서우 또한 만만치 않았다. ‘보고싶다’에 앞서 유승호가 호기롭게 첫 성인 연기에 도전한 드라마 ‘욕망의 불꽃’. 유승호는 8살 연상인 서우와 연인을 넘어 부부의 연까지 닿는 관계였다.

하지만 드라마 포스터만 봐도 케미의 불협화음에 눈물이 앞을 가릴 정도. 유승호가 연기한 김민재는 제 나이에 맞는 21살의 설정이었다. 김민재의 러브라인 상대는 22살의 영화배우 백인기였지만 백인기를 연기한 서우는 당시 20대 후반이었기 때문에 케미가 틀어질 수밖에 없었다.


● ‘상상고양이’ 조혜정,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미스 케미’의 원인이 단순히 세대 차이 혹은 나이 차이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1992년생으로 유승호와 불과 1살 차이 나는 조혜정도 나이와 관계없이 유승호의 ‘케미 흑역사’에 이름을 올렸다. 연기력과 금수저 논란은 논외로 두고 유승호와의 케미만 따져도 아쉬울 따름이다. 3회 까지 방송됐지만 여전히 “조혜정 때문에 극에 몰입이 안 된다” “차라리 유승호만 원샷으로 나올 때 보기 더 편하다” 등 시청자의 원성이 쏟아지고 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유승호에게 여복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왕과 나’의 박보영을 비롯해 ‘태왕사신기’ ‘선덕여왕’ ‘프로포즈 대작전’ 등 다수의 작품에서 호흡을 맞춘 박은빈 등은 선남선녀의 만남으로 호평을 받았다. 또한 영화 ‘집으로’의 할머니와는 따뜻한 가족애 그리고 ‘블라인드’에서는 김하늘과 ‘남매’같은 케미로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이가운데 유승호는 이달에만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통해 신작 두편을 선보인다. 드라마 ‘리멤버’에서는 박민영과 영화 ‘조선마술사’에서는 고아라와 남녀 주인공으로 멜로 라인을 형성한다.

먼저 드라마 ‘리멤버’는 과잉기억증후군을 앓는 변호사가 아버지의 무죄를 밝혀내기 위해 거대 권력과 맞서 싸우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제작사 로고스필름 관계자는 “극의 후반으로 갈수록 유승호와 박민영의 로맨스가 더욱 짙어지면서 큰 감동을 선사할 예정”이라며 “두 사람이 앞으로 선보일 설렘과 사랑의 감정을 더욱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불안하게도 유승호와 박민영의 케미에 대해서는 “큰 누나와 막내 동생 같다”며 고개를 갸우뚱하는 반응이 대다수다. 그러나 이들의 조화는 본방송 이후에 판단해도 결코 늦지 않다.

반면 유승호와 고아라 커플을 보는 시선은 대체로 호의적이다. 일명 ‘CG 커플’로 불리는 두 사람은 조선 최고의 마술사를 둘러싼 사랑과 대결과 모든 운명을 거스르는 내용을 담은 영화 ‘조선마술사’에서 마술 로맨스를 그린다.

지난해 말 군 제대 후 드라마 ‘상상고양이’와 ‘리멤버’ 영화 ‘조선마술사’ ‘김선달’ 등 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유승호. 진짜 사나이로 돌아온 그가 여배우와 ‘케미 잭팟’을 터뜨릴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DB-롯데엔터테인먼트-SBS-MBC-MBC every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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