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즈, 오자마자 ‘된장국 한 그릇’ 뚝딱

입력 2015-12-14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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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새 외국인공격수 모로즈(오른쪽)가 13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현대캐피탈과의 원정경기 도중 상대 블로킹을 피해 스파이크를 날리고 있다. 천안|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대한항공 새 용병 영입 뒷이야기

블로킹 능력·파워 출중…친화력도 합격점
내년 올림픽 예선 대표팀 미차출 조건 충족


V리그 첫 우승을 위한 대한항공의 마지막 퍼즐 파벨 모로즈(28)가 마침내 베일을 벗었다.

13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벌어진 ‘2015∼2016 NH농협 V리그’ 남자부 3라운드 현대캐피탈-대한항공전의 화제는 단연 모로즈였다. 8일 대한항공이 영입을 발표한 러시아국가대표 라이트 공격수다. 그동안 러시아리그에서 활약했던 많은 외국인선수들이 V리그를 찾았지만, 모로즈는 첫 번째 러시아 본토 출신 선수다. 모로즈와 자리를 바꾼 산체스는 어머니가 러시아 국적이어서 쿠바와 러시아의 이중국적을 보유한 선수로, 세 시즌 전 러시아선수로 등록했다.

산체스의 부상으로 전력에 차질이 생긴 대한항공은 대체 외국인선수를 찾기 위해 총력전을 펼친 끝에 모로즈를 선택했다. 대한항공 김종민 감독은 13일 “이제 한국에 도착한 지 나흘째다. 훈련이나 시차 때문에 아직 완전하지는 않다. 나도 아직 확신이 서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블로킹 능력이 좋고, 타점은 낮지만 파워와 점수를 내는 능력이 빼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것은 몰라도 적응력과 성격은 이미 합격점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모로즈는 대한항공과 입단 계약을 마치고 러시아를 떠나기 직전, 동행했던 대한항공 관계자와 한국식당을 우선 찾았다. 한국음식 적응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제스처로 보인다. “김치와 고기까지 가리지 않고 잘 먹었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김 감독도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된장국에 밥을 말아서 한 그릇 먹었다”고 밝혔다. 선수들과도 친화력이 좋아 벌써 잘 어울린다고 했다. 대한항공이 영입을 확정한 7일, 구단 관계자는 모로즈와 함께 이동하면서 삼성화재전 결과를 문자중계로 봤다. 대한항공이 이겼다는 소식에 모로즈는 구단 관계자와 하이파이브를 나누며 새로운 팀에 대한 충성심을 보였다.

김 감독은 모로즈 영입 뒷얘기도 털어놓았다. “이미 시즌에 들어간 상태라 선택의 여지가 많이 없었다. 여러 후보들 가운데 키 크고, 힘 좋고, 괜찮은 선수를 고르려고 했다”며 대체 외국인선수 선발 기준을 설명했다. 대한항공은 내년 1월 벌어질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예선에 차출되지 않을 선수를 우선적으로 원했다. 모로즈는 두 가지 조건을 다 만족시킨 것으로 보인다. 구단 관계자는 “러시아배구협회와 그 문제를 잘 마무리했다”고 귀띔했다. 김 감독도 “(러시아)대표팀에 차출되지 않을 정도라면 떨어지는 실력인데, 모로즈는 그 수준은 아니다. 운 좋게도 문제가 잘 풀렸다”며 웃었다.

삼성화재 그로저에 이어 모로즈까지 V리그에 지각 데뷔하는 외국인선수와 처음 상대하는 팀이 된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은 “4∼5년 전 월드리그에 나올 때부터 관심을 가졌던 선수다. 오레올이 지난 시즌 같은 팀(노보시비르스크)에 있어 많은 얘기를 해줬다. 파이팅이 좋은 선수라고 들었다. 분석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모로즈는 모델 출신 여자친구(발레리아)와 함께 한국을 찾았다. 영어가 서툴러 구단은 새로 러시아 통역도 구했다.

한편 산체스는 부상 치료가 끝나지 않아 귀국을 미루고 있다. 숙소는 모로즈에게 내준 뒤 밖에서 지내고 있다. 13일 아내와 천안을 찾아 눈길을 끌었다.

천안 |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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