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레이더] KOVO의 유소년배구 투자 7년…마침내 싹 틔우다

입력 2015-12-15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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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부터 이틀간 아산 이순신체육관에선 제7회 KOVO(한국배구연맹)컵 유소년배구대회가 열렸다. 배구 꿈나무들의 열기가 체육관을 가득 메웠다. 사진제공|KOVO

유소년배구교실, 엘리트선수 공급 꾸준히 증가
미래의 프로선수·팬 육성하는 ‘미래가치 투자’
사업 확대 위해선 프로구단·학교의 동참 필수


13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선 올 시즌 V리그 최다관중입장 기록(5348명)이 세워졌다. 남자부 현대캐피탈-대한항공의 2·4위 맞대결인데다, 대한항공의 대체 외국인선수 파벨 모로즈가 선을 보인 까닭에 많은 이들의 관심이 높았다. 유관순체육관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아산 이순신체육관도 뜨거웠다. 12일부터 이틀간 펼쳐진 제7회 KOVO(한국배구연맹)컵 유소년배구대회 본선에 참가한 배구 꿈나무들과 학부모들이 만들어낸 열기는 V리그 못지않았다.


● 7년째 미래 배구팬을 육성하는 사업에 투자해온 KOVO

KOVO컵 유소년배구대회는 초등학교 배구클럽 꿈나무들을 대상으로 한 잔치다. KOVO가 파견한 지도자들로부터 배운 학생들이 그동안 갈고닦은 실력을 겨루는 장이다. 전국의 42개 초등학교가 참가해 중학년(3∼4학년)과 고학년(5∼6학년)으로 나눠 경기를 치렀다. 11월 21∼22일 경인1지역과 영남지역 예선, 11월 28∼29일 경인2지역과 호남지역 예선이 각각 벌어졌다. 예선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학교가 아산의 본선에 출전했다. 각 지역에서 새벽부터 학부모, 선생님과 함께 관광버스를 타고 온 선수들이 상대 학교와 서툴게나마 배구실력을 겨루며 즐거운 추억을 많이 만들었다. 대한배구협회에 등록된 엘리트선수가 아닌 이들은 KOVO와 협약을 맺은 유소년배구 참여 학교의 체육시간을 이용해 배구를 배웠다. 7년 전 방과 후 학교로 시작했지만 성과가 커지자 정식 체육수업으로 확대됐다. 지금은 일주일에 3차례씩 학생들이 체육시간에 배구를 배운다.


시작은 미미했지만 꾸준히 뿌린 씨앗이 싹 틔우다!

유소년 배구클럽의 성과는 11월 대한배구협회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한 초중고 대상 배구클럽선수권대회에서 나타났다. KOVO 유소년배구 출신의 5개 학교가 참가해 모두 1·2위에 오르는 성과를 냈다. 유소년배구교실은 엘리트선수가 있는 학교에 선수를 공급하는 역할도 했다. 지난해에는 유소년배구 출신 27명이 정식으로 엘리트선수가 됐다. 올해는 30명으로 늘었다. KOVO는 내년 50명의 꿈나무 선수를 발굴한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

이 가운데 몇몇은 빼어난 신체조건과 배구 역량을 보여 제대로 교육만 받는다면 수년 뒤 V리그의 드래프트에 나올 가능성도 있다. 그 날을 기다리며 KOVO는 해마다 많은 돈을 투자하고 있다. 올해 스포츠토토 지원금 7억5000만원을 투자해 유소년배구 지도자의 인건비와 배구용품 구입비용 등을 지원했다. 프로 출신 선수들도 이 사업에 참가하고 있다. GS칼텍스∼흥국생명을 거친 나혜원과 현대건설에서 선수생활을 했던 이진희는 각각 수원 능실초등학교와 송림초등학교, 서울 목동초등학교와 상지초등학교의 지도자로 본선에 출전했다. 유소년 배구교실은 학교에 일체 부담을 주지 않고 어린이들에게 배구라는 운동을 통한 색다른 경험과 즐거운 놀이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효과는 크다. 이 교실을 거친 많은 어린이들이 비록 선수가 되진 않더라도 어릴 때 배구를 접해본 인연으로 배구에 관심을 지니고 나중에 팬이 되기를 바라는 ‘미래가치 투자’다.


더 성장시킬 방법 함께 찾아야 배구 저변 확대!

이 사업을 이끌고 있는 서순길 KOVO 유소년육성위원장은 “이런 대회는 프로구단이 각자 연고지역에서 연고학교를 대상으로 벌여야 하는 사업이다. KOVO가 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서 위원장은 육성사업의 성패로 학교 현장의 인식 변화와 프로구단의 적극적 참여를 들었다. 현재의 교육환경에서 각 학교가 유소년 배구교실에 참여하느냐 마느냐의 여부는 전적으로 교장선생님에게 달려있다. 몇몇 배구에 열의를 지닌 교장선생님은 적극적으로 협조하며 아이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주려고 하지만, 정기적인 교장선생님의 인사발령에 따라 유소년 배구교실의 미래는 불안전하다. 새로 부임한 교장선생님이 관심을 갖지 않을 경우 용두사미로 끝날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KOVO는 한 번 참여하면 최소 3년간은 사업을 이어가야 지원한다는 협약을 맺어 미래를 담보하려고 한다. 또 학생들을 지도하는 체육교사의 열의에 따라 성과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KOVO는 지도자를 위한 교육교재를 만들어 제공할 생각이다. 김형실 KOVO 경기운영위원장을 비롯한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유소년을 위한 배구교본을 만드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더 필요한 것은 각 프로구단의 인식 변화다. 아직은 구단에 실질적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에 효율성을 먼저 따지고 있다. 그래서 유소년 배구교실에서 발굴한 학생들만 따로 모아서 이들을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단계를 거친 뒤 이들을 프로구단에 공급해주는 메리트를 통해 프로구단이 자발적으로 유소년육성사업에 나서는 길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또 변수가 많은 학교 중심보다는 영속성이 있는 프로구단을 중심으로 한 연령별 클럽을 만들어 이들을 육성하는 책임과 성과를 함께 주는 방안도 검토해봐야 한다. 갈수록 배구 꿈나무는 줄어들고 있다. 누가 주체가 됐건 효율성이 높고 배구 꿈나무와 학부모, 돈과 인력을 지원할 프로구단과 KOVO가 만족할 만한 방법을 찾아 투자하지 않으면 10년 뒤 V리그는 힘들어질 것이다. 지금은 V리그의 미래를 결정할 중요한 변곡점에 서 있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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