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의 법칙] 드라마, ‘기억’을 ‘리멤버’ 하는 이유

입력 2015-12-15 13: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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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드라마에는 알츠하이머부터 절대 기억력까지, 인간의 기억을 소재로 한 작품이 줄을 잇고 있다.

tvN 월화극 ‘풍선껌’은 박선영(배종옥)의 알츠하이머를 중심으로 아들 박리환(이동욱)과 수양딸 김행아(정려원)의 사랑 이야기를 담아낸다. 알츠하이머를 앓는 엄마 박선영은 하나뿐인 아들 박리환마저 기억에서 지웠다. 친구에서 연인으로 발전한 박리환과 김행아는 엄마의 치매로 어쩔 수 없이 헤어졌다. 드라마는 알츠하이머에 걸린 박선영의 감정을 통해 ‘엄마도 아플 수 있고 엄마에게도 눈물 나게 행복했던 순간이 있었다’는 자녀들이 알지 못했던 일화를 화면에 담아내며 엄마와 여자의 경계를 허문다.

SBS 수목극 ‘리멤버’에는 과잉기억증후군을 지닌 아들과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아버지가 등장한다. 작품은 절대기억력을 가진 천재 변호사 서진우(유승호)가 억울하게 수감된 아버지의 무죄를 밝혀내기 위해 거대 권력과 맞서 싸우는 내용이다. ‘리멤버’는 서진우의 과잉기억증후군을 고프로를 활용한 타임슬라이스기법으로 연출해냈다. 시간멈춤능력을 선보이며 기억을 하나씩 되짚었고 시간과 장소를 천천히, 섬세하게 기억해내 사건의 진범을 찾을 수 있었다. 이 부분은 ‘리멤버’ 전개에 몰입감을 강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내년에도 기억과 관련된 드라마가 방영된다. 3월 방송될 tvN 새 금토극 ‘기억’은 작품 이름부터 심상치 않다. 이성민, 김지수, 박진희, 이준호, 윤소희 주연 다섯 명을 확정 짓고 본격적인 촬영을 앞두고 있는 이 드라마는 알츠하이머를 선고 받은 로펌 변호사 박태석이 남은 인생을 걸고 펼치는 마지막 변론기이자 삶의 소중한 가치와 가족애를 이야기한다. 알츠하이머에 걸린 변호사 박태석 역은 이성민이 맡았다. 박태석은 승률 최상위를 자랑하는 유능한 변호사로 빠른 두뇌회전과 지위와 권력을 잘 이용해 지방국립대 졸업이라는 핸디캡을 극복한 독종이다. TV법률자문 프로그램에도 얼굴을 자주 출연하며 유명인사로 인생 황금기를 누리고 있던 와중에 알츠하이머에 걸린다. 박태석은 더 이상 기억을 잃기 전에 자신의 변론으로 불행한 시간을 보낸 젊은이를 위한 마지막 변론을 준비한다.

문화계 전문가에 따르면 기억은 드라마에 최적된 소재다. 캐릭터와 인물을 둘러싼 관계를 뒤흔들 수 있는 결정적인 매개체이기 때문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동아닷컴에 “기억은 능력이기도하지만 그 기억으로 인해 주변 관계들도 모두 변화할 수 있다”며 “기억을 잃으면 어제까지 친했던 사람이 다른 행동을 할 수밖에 없다. 반대로 모든 걸 기억해내는 사람의 행동 역시 보통과 다르다. 기억력은 드라마를 더 드라마틱하게 만드는 변수”라고 설명했다.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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