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백종원 요리 아니라 뮤지션…” 수란의 수난(?)기

입력 2015-12-27 10:59: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사진|밀리언 마켓

2015년 힙합계에서 새로운 발견을 꼽자면, 수란을 빼놓기 힘들 듯 하다.

올 한 해 동안 수란은 김예림의 ‘Awoo’, 프라이머리의 ‘2’ 앨범에 작곡가로 이름을 올리고 지코의 ‘오만과 편견’, 얀키의 ‘Purple Night’, ‘Mirror’의 피처링에 참여하는 등 힙합씬에서 핫한 보컬이자 작곡가로 자신의 주가를 끌어올렸다.

또 11월에는 싱글 ‘Calling In Love’를 발표하고 자신의 음악색을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언론노출이 많지 않고 여성 싱어송라이터가 주는 이미지 때문에, 여러 가지 추측이 따라붙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추측은 추측에 불과했다. 수란은 해외에서 음악을 배우거나 활동한 적도 없는 순수 한국 토박이에다가, 심지어 원래 전공도 공대 컴퓨터 공학이며, 일각에서 제기된 금수저 출신도 아니었다.

또 ‘의외로’ 유쾌하고 톡톡 튀는 성격과 예능감의 소유자로, 2016년에는 힙합씬이 아니라 예능계의 새로운 발견이 될 것이라는 믿음을 줬다.

● 기계치 공대생에서 힙합씬의 뮤즈로

사진|밀리언 마켓


수란의 이력을 살펴보면 그의 디스코그라피 첫 번째에는 ‘로디아’라는 여성 보컬그룹이 등장한다.

2014년 수란은 엘레나라는 가명으로 학교 후배였던 김하영(당시 활동명 에피)과 로디아를 결성했고, 로디아의 설명 첫 번째가 ‘섹시 싱어송라이터 듀오’를 표방하고 있다.

이에 대해 수란은 “많은 분들이 걸그룹으로 알고 있는데 그런건 아니고, 일렉트로닉 듀오로 판타지스러운 종합 예술을 해보고 싶어서 결성했다. 프로젝트성으로 지금은 자연스럽게 서로 각자활동 중이다”며 “많이 알려야하니까 그렇게 썼는데 걸그룹으로 인식된 것 같다. (섹시 듀오나 걸그룹을)거부하지는 않는다. 괜찮은 것 같다”라고 오히려 흐뭇해했다.

사실 수란은 음악이 전공이 아니다. 처음 진학을 한 곳은 공대였고, 전공도 컴퓨터공학이었다. 원래의 전공을 포기한 이유는 ‘기계치’였기 때문이다.

수란은 “전공은 컴퓨터공학인데 기계치다. 그래서 그만 뒀다. 컴퓨터 음악과도 관련 없다. 심지어 고등학교때도 수학을 좋아해 이과생이었다”라고 털어놓았다.

이어 “음악을 늦게 시작한 편인데, 서울예대에 들어갔다. 거기서 로디아도 만들고 곡도 썼다. 다시 학교를 들어가니 도전정신도 들고 실험정신도 생기더라. 그 정신에 지금 이렇게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라고 본격적으로 음악의 길에 들어서게 된 계기를 밝혔다.

늦은 것인지 빠른 것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자신의 적성을 발견한 수란은 보컬리스트로서도, 작곡가로서도 한창 재능을 뽐내고 있다.

현재까지는 솔로가수보다는 피처링과 작곡가로 더 많은 커리어를 쌓고 있지만 지난 11월 발매한 ‘Calling In Love’는 남이 아니라 수란 본인의 음악세계를 맛보기에 딱 좋은 트랙이다.

수란은 “다른 사람의 곡을 작업 할 때는 상대가 원하는 방향 맞추고, 또 어려워지지 않게 신경 쓰는 편이다. 하지만 내 음악 할 때는 온전히 내가 생각한 이미지를 다 넣고 싶어 한다”며 “개인적으로는 여러 가지를 시도해보고 있다. 담고 싶은 게 많아서 ‘(노래가)어렵다’는 평이 있는 것 같다”라고 자신의 곡과 타가수의 프로듀싱 곡의 차이를 설명했다.

수란 본인도 말했듯이 ‘어렵다’라는 평도 있지만, 이는 사실 ‘낯설다’라는 의미에 가깝다.

수란은 “(내 곡들이)기존 가요와 구성과 편곡 스타일이 다르다. 어떤 장르나 스타일이 딱 정해지지 않아서 낯설게 느끼고, 다시 어렵다고 느끼는 것 같다. 그냥 자연스럽게 듣고 ‘기분 좋다’는 느낌만 받으면 좋겠다”라고 분석이 아닌 감상에 집중 해줄 것을 부탁했다.

실제 로디아 시절 발표한 ‘I GOT A FEELING’이나 최근의 ‘Calling In Love’를 들어보면 모두 상쾌하고 산뜻한 느낌이 곡을 채우고 있는 편으로, 수란의 음악적 성향을 뚜렷이 보여준다.

심지어 수란은 ‘Calling In Love’ 활동에 앞서 머리색까지 녹색으로 염색했으며, 그 이유에 대해 “음반이랑 맞는 콘셉트로 염색을 했다. 자연친화적 콘셉트다”라고 말해 몸으로까지 산뜻하고 상쾌한 음악적 색깔을 드러냈다.

●알고 보면 예능형 캐릭터

사진|밀리언 마켓


이처럼 프로듀서이자 싱어송라이터로서 슬슬 대중들에게도 이름을 퍼지고 있는 수란이지만, 정작 본인은 아직까지 직접적인 체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란은 “주위에서 내년에 잘 될 가수라고도 하는데 ‘그런가?’ 싶다. 아직 체감이 나지 않아 잘 모르겠다”며 “댓글은 좀 봤는데 (날 알아보는 사람을)실제로 만나본 적 없어 잘 모르겠다. 게다가 만날 회사에 있으니 더 모르겠다”라고 아직까지는 자신의 인지도를 체감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아직은 대중적으로 크게 알려지지 않은 인지도로 인해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있었다. 실제 본명이 ‘신수란’인 수란은 11월 24일 ‘Calling In Love’를 발표했고,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12월 15일 요리연구가 백종원은 tvN ‘집밥 백선생’을 통해 계란 요리 ‘수란’을 만들었다.

이 덕분에 한동안 검색창에 수란을 검색하면 백종원의 수란이 먼저 등장하곤 했다.

이에 수란은 “한동안 요리가 내 이름보다 위에 있었다. 어찌됐든 수란은 수란이니까, 언제 ‘마리텔’ 같은데서 백종원 씨와 함께 진짜 수란을 만들어보고 싶다”라고 넉살좋은 대답을 내놓아 큰 웃음을 선사했다.

현재 미니앨범을 준비중에 있다는 수란은 2016년은 보다 더 활발한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수란은 “현재 미니앨범을 채울 정도의 곡은 작업을 해두었다. 일단 12월은 열심히 놀고 1월부더 마무리 작업을 할 계획이다”라고 시원한 12월 계획을 밝혔다.

이어 “공연 많이 할 계획이다. 대중들에게 노출될 수 있도록 열심히 해 볼 생각이다. 또 2월 발매 예정인 곡은 사람들이 좀 더 쉽고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밝혔다.

또 수란의 활동계획은 꼭 음악활동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수란은 “‘스케치북’이나 라디오는 꼭 나가보고 싶다. 그리고 예능감이 있다고 하는데, 편하게 해주면 말을 재밌게 한다. ‘컬투쇼’ 같은 데도 재미있을 것 같다. 무거운 이미지로 보는데 재밌는 사람이다”라고 예능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다.

2016년에는 준비한 것들을 하나하나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수란은 “잘됐으면 좋겠다. 앨범도, 관심도, 인기도 뭐든 잘됐으면 좋겠다. 너무 바빠서 응급실에서 링거 맞다 공연가는 정도로 잘됐으면 좋겠다”라고 파격적인 성공 기준을 내세웠다.

끝으로 음악가로서 스스로가 어떻게 불렸으면 좋겠냐는 물음에 수란은 “사운드 디자이너”라는 답을 내놓았다.

“트랙의 소스와 목소리의 느낌, 이런 것의 디자인을 잡으면서 작업한다. 믹스 할 때도 그런 부분들을 신경 쓴다. 나의 스타일을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음악을 디자인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

사진|밀리언 마켓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