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베이스볼] ‘실력 우선’ 김경문·쇼월터와 인연…복 타고난 김현수

입력 2015-12-30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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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가 29일 서울 강남구 컨벤션 벨라지움에서 열린 볼티모어 입단 기자회견에서 “메이저리그에서 은퇴하고 싶다”며 성공을 다짐하고 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김경문 감독, 2007년 김현수 성실성 믿고 기회 줘
쇼월터 감독, 이름값·몸값 등 구애받지 않고 기용

“김현수가 벅 쇼월터 감독을 만났다는 것은 대단한 행운이다. 쇼월터 감독에게는 슈퍼스타의 명성도, 메이저리그 경력도 전혀 중요하지 않다. 편애하는 선수도 없다. 오직 실력뿐이다.” 메이저리그 구단 프런트와 스카우트 출신인 대니얼 김 SPOTV 해설위원의 말이다.

감독 복(福). 많은 선수들이 가장 바라는 것 중 하나다. 감독과 궁합이 맞지 않으면 아무리 슈퍼스타라고 해도 힘겨운 시즌을 치를 수밖에 없다. 선수기용은 감독의 절대적 권한이다. 메이저리그는 KBO리그에 비해 단장의 권한이 더 막강하지만, 그라운드에서의 결정권은 감독의 몫이다.


NC 김경문 감독. 스포츠동아DB


● ‘첫 번째 복’ 김경문 감독


김현수(27·볼티모어)는 잘 알려진 대로 신고선수 출신이다. 청소년대표로 활약했고, 이영민 타격상까지 받았지만 2005년 고교 졸업을 앞두고 그 어떤 프로팀도 그를 지명하지 않았다. 그러나 당시 두산을 이끌던 김경문 감독(현 NC)은 오직 실력만 보고 선수를 기용하는 주관과 소신, 뚝심의 아이콘이었다. 2007년 김현수에게 99경기의 기회를 줬고, 리그 정상급 타자로 성장하는 문을 열어줬다. 내야수 출신의 우투좌타로 발이 느리고 수비 또한 뛰어나지 않다는 선입견이 있었지만, 넓디넓은 잠실구장의 외야 한 자리를 김현수에게 과감히 맡겼다.

김 감독은 편견을 거부하는 지도자다. 2012년 NC의 1군 데뷔를 준비하며 퓨처스리그에 참가하고 있었을 때는 삼성 2군의 1번 지명타자였던 김종호를 눈여겨봤다. 좌투좌타의 외야수인 김종호는 송구능력에 약점을 지니고 있었다. 삼성은 김종호를 1군 대타와 대주자 요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퓨처스리그에서 지명타자로 타격과 주루에만 집중토록 했다. 그러나 2013년 1군 데뷔 시즌을 앞두고 김 감독은 10억원의 이적료를 주고 김종호를 특별지명선수로 택했다. 전력이 가장 탄탄한 삼성에서 20인 보호선수 외 1명의 카드를 김종호로 낙점했을 때 여기저기서 의문부호가 따랐지만, 김 감독은 “어깨가 약하면 빠른 발로 한 발 더 앞에서 타구를 잡으면 된다”며 개막 후 김종호를 가장 송구능력이 필요한 자리인 우익수로 기용하기도 했다. 김현수도 신고선수였지만, 김 감독은 편견 없이 성실성과 숨겨진 재능, 그리고 가능성에만 주목했다.

볼티모어 쇼월터 감독.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 ‘두 번째 복’ 쇼월터 감독

김현수가 볼티모어에서 만나는 쇼월터 감독은 빅리그에서 1340승을 거둬 현역 3위, 역대 31위를 기록 중인 명장이다. 우승 경험은 없지만 1992∼1995년 뉴욕 양키스, 1998∼2000년 애리조나에서 팀이 새로운 중흥기를 열고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는 데 초석을 깔았다. 이름값이나 몸값에 구애받지 않고 선수를 기용해 효율적 시스템을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2000년 애리조나 사령탑 시절에는 한국산 잠수함 김병현에게 마무리를 맡겼다. 김병현은 6승6패14세이브로 쇼월터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선수시절 메이저리그에서 단 1경기도 뛰지 못했던 쇼월터 감독은 1977년부터 1983년까지 뉴욕 양키스 산하 마이너리그 팀을 전전했다. 7년간 트리플A 기록이 고작 32경기일 정도로 선수로선 실패했지만, 당시의 경험을 바탕으로 편견 없는 시야를 지닌 감독이 됐다. 이제 김현수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의 진가를 드러내는 일뿐이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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