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IA 김기태 감독. 스포츠동아DB
고참에겐 신뢰·유망주에겐 동기 부여
어느 팀이나 고참과 코칭스태프의 관계에는 미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특히 선수기용에 관한 전권을 지닌 감독과 고참 사이의 갈등이 많다. KIA 김기태(사진) 감독은 그런 면에서 특화된 감독이다. 고참들을 다루는 특별한 재주가 있다.
KIA는 16일 미국 애리조나로 1차 스프링캠프를 떠난다. 그러나 30대 중반 이상의 고참급 선수들은 한국에 남는다. 이들은 광주에서 몸을 만들다 2월이 되면 2차 전지훈련지인 일본 오키나와로 먼저 향한다.
자칫 고참들의 ‘캠프 제외’로 보일 수 있는 행보다. 그러나 KIA는 체력 담당 코치를 광주에 남겨 고참들의 훈련을 이끌게 할 생각이다. KIA 관계자는 “훈련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나이가 있는 선수들은 훈련이 많이 필요한 젊은 선수들과 훈련 프로그램이 다를 수밖에 없다. 어린 선수들과 달리, 경험이 많은 고참들은 알아서 몸을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캠프를 이원화한 데는 김 감독의 확실한 메시지가 담겨있다. 고참들이 알아서 몸을 잘 만들 수 있다는 믿음과 신뢰를 보여주는 것인데, 자유에는 그만한 책임이 뒤따른다. 각자 몸 상태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이다. 2월 오키나와에서 부족한 모습이 보인다면, 가차 없이 전력에서 제외시킬 가능성이 높다.
김 감독은 이런 식으로 고참들을 각성하게 만든다.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쓰는 방식이다. 기본적으로 그들에 대한 ‘인정’이 있기에 감독과 선수 사이의 갈등이 최소화될 수 있다. 막연한 배려로 보일 수 있지만, 고참들을 솔선수범하도록 만들고 결과에 대해 본인이 책임지게 하는 힘이 있다.
김 감독의 화법이나 행동에는 이처럼 많은 메시지가 담겨있다. 애리조나에서 훈련에 몰입하는 젊은 선수들에게도 메시지는 있다. 언제든 주축으로 뛸 수 있다는 동기부여를 하는 것이다. 고참이든 신인이든 김 감독의 말 속에 숨은 함의를 읽는 선수들이 경쟁에서 앞서갈 가능성이 높다.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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