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포 센트럴 푸르지오 써밋
대출 규제 강화·주택 공급 과잉 등 원인
강남권 2곳은 너무 비싼 분양가에 외면
서울마저도?
부동산 시장이 심상치 않다. 지난해 상반기 최대 호황을 누렸던 부동산 분양시장이 하반기부터 식기 시작하더니 서울에서도 미분양 아파트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또 신규 아파트 분양 계약률이 낮아 가격 할인과 중도금 이자 지원 등 다양한 혜택을 앞세워 판촉하는 아파트까지 등장하고 있다.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서 분양한 아파트는 총 66개 단지, 4만4101가구다. 이 중 10일까지 미분양 물량으로 남아 있는 아파트는 영등포구 ‘브라운스톤 당산’, 은평구 ‘힐스테이트백련산4차’와 관악구 ‘관악태우미소가’ 등 10곳이다. 단지별로 적게는 3가구에서 많게는 50여 가구가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미분양 아파트는 ‘힐스테이트백련산4차’와 ‘관악태우미소가’를 제외하면 나머지 물량은 모두 지난해 9월 이후 분양됐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서울 미분양 아파트가 속출한 것은 정부의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 움직임과 미국발 금리 인상, 주택 공급 과잉 우려 등 잇단 악재로 시장 분위기가 빠르게 얼어붙은 영향이 컸다고 분석한다.
특히 미분양 아파트 중에는 강남권에서 주목받은 단지도 포함돼 눈길을 끌고 있다. 서초구 ‘반포 래미안 아이파크’와 ‘반포 센트럴 푸르지오 써밋’ 아파트다. 이 두 단지는 비싼 분양가로 화제가 됐다. 지난해 11월 분양한 ‘반포 래미안 아이파크’의 평균 분양가는 3.3m²당 4306만원, 10월에 분양한 ‘반포 센트럴 푸르지오 써밋’ 분양가는 3.3m²당 4126만원이다. 두 단지는 각각 51가구와 20가구가 미분양으로 남아 있다.
미분양 아파트가 등장하자 중도금 무이자와 무상 옵션 등 할인혜택을 앞세워 입주자에게 손짓하고 있다. 실제 서울 중구의 한 아파트는 최초 분양가보다 27%나 할인된 최고 3억8000만원 낮춘 가격으로 124m²를 팔고 있다. 발코니 확장과 시스템 에어컨도 무료로 설치해 주고 있다. 마포의 한 아파트도 최대 20% 할인과 중도금 45% 이자 지원 등을 내세워 판촉하고 있다.
SK건설이 동대문구 휘경동에 분양 중인 ‘휘경 SK VIEW’도 중도금(60%) 무이자 혜택에 난방비 절감에 효과적인 중문이 무상으로 설치된다. 삼성물산이 은평구 녹번동에 재개발한 ‘래미안 베라힐즈’ 아파트도 중도금(60%) 무이자 혜택에 발코니 확장이 무상으로 제공된다.
부동산업계에서는 그동안 공급과잉 여파로 미분양 사태가 일어나고 있는 지역이 지방과 경기지역을 넘어 서울 도심까지 밀고 온 것이 아닌가에 주목하고 있다. 서울의 경우 그동안 아파트 공급이 적었고 직주근접이 좋아 공급과잉의 예외지역으로 분류됐었기 때문이다.
부동산인포 권일 리서치팀장은 “서울 강남권 단지라도 분양가격이 비싸면 수요자에게 먹히지 않는 게 요즘 추세”라며 “시장이 침체한 상황에서 고분양가만 고집했다간 웬만한 단지도 미분양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제호 기자 sol@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