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잡아야 산다’의 주인공이자 제작자로 나선 김승우. 연기 공백의 아쉬움을 달래려는 듯 “앞으로 3년 동안 영화현장에서 살겠다”고 말했다. 스포츠동아DB
영화사 창립작, 흥행 못하면 내 탓
앞으론 출연·제작 중 하나만 집중
3년 동안은 촬영 현장에서 뛰겠다
새해를 맞이하는 마음은 다들 비슷하겠지만 배우 김승우(47)의 각오는 조금 더 각별하다. 3년의 활동 공백을 마치고 새로운 출발선에 섰기 때문이다. 시작은 자신에게 “고향과 같은” 영화다. “앞으로 3년 동안 쉼 없이 달려보겠다”는 그는 “어떤 방식으로든, 영화 촬영현장에 있겠다”는 ‘선언’까지 했다.
김승우가 돌아왔다. 7일 개봉한 코미디영화 ‘잡아야 산다’(감독 오인천·제작 더퀸D&M)의 주연 배우이자, 제작자로서다. 일찍이 ‘고스터 맘마’부터 ‘라이터를 켜라’를 거쳐 ‘포화 속으로’까지 여러 흥행 영화의 주연으로 활약해온 그였지만 출연은 물론 제작까지 동시에 맡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영화를 내놓는 책임감이 두 세배 컸다는 뜻이다.
“영화사를 세우고 내놓는 창립작이다. 촬영장에서 나는 맏형이었다. 영화가 관객에게 ‘포복절도’ ‘박장대소’ 같은 기운을 전하지 못한다면, 그건 전부 내 탓이고 불찰이다.”
김승우는 두 달 남짓 이어진 촬영기간에 적을 때는 한 시간, 많아야 두 시간을 잤다. 함께 출연한 배우 김정태에 따르면 김승우는 대표적인 “쇼트 슬리퍼”다. 아주 적은 시간만 자도 일상생활이 가능한 사람. 그만큼 부지런하다는 의미다.
“20여년 동안 연기를 계속할 수 있던 이유는 남보다 조금 덜 자는 습관에서 나오는 것 같다. 물론 내 능력이 부족해서였는지도 모르지만, 남들보다 조금 더 노력했다.”
사실 김승우의 공백은 ‘의도한 선택’이었다. 2013년 1월까지 꼬박 3년간 진행한 KBS 2TV 토크쇼 ‘승승장구’가 막을 내리자 그는 “해방감”을 느꼈다.
“6개월에서 1년쯤 쉬자 싶었다. 마침 아이들의 자아가 형성되던 시기였다. 아이들 옆에서 지내려 했다.”
물론 그런 결심은 오래 가지 않았다. 초등학생 딸과 아들을 둔 김승우는 “대부분의 아빠는 이기적”이라며 “내 컨디션에 따라 아이들을 대했고, 최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아내인 김남주가 아쉬움을 드러내는 부분도 자녀와 관련한 문제다. 하지만 ‘일’에서 만큼은 김남주는 남편을 응원하고 때로는 냉정한 채찍질도 마다지 않는다. 김승우는 “우리 부부는 어느 정도 경력이 있는 배우들로 서로 어떠한 이해관계도 없다”며 “동료로서 아내의 평가를 여과 없이 들을 수 있어 좋다”고 했다. 물론 가끔 아내의 평가가 너무 냉정해 “마음이 쓰라릴 때도 있다”며 웃었다.
아내의 든든한 내조에 힘입어 김승우는 감독을 향한 꿈도 실현 중이다. 최근 소속사에 함께 몸담고 있는 신인 연기자들과 머리를 맞대고 단편영화 ‘언체인드 러브’를 만들었다.
“최고의 스포츠스타들도 시간이 지나면 감독으로 위치를 바꾸지 않나. 나는 여전히 20대의 사랑 이야기를 보면 설렌다. 하지만 내가 20대의 멜로영화에 출연할 수는 없지 않나. 배우에게 은퇴는 없다고 본다. 그렇다면 참여할 방법이 뭘까, 고민해왔다.”
‘잡아야 산다’는 조직의 세계에서 힘을 키운 사업가와 강력계 형사인 친구가 겪는 소동극이다. 김승우는 영화를 마친 뒤 교훈을 얻었다고 했다.
“촬영장의 선장은 감독이면 충분하다. 앞으론 출연과 제작 중 하나만 해야겠다. 하하! 제작자에게는 한 발 떨어져 보는 눈이 필요한 것 같다.”
‘계획’ 많은 김승우의 다음 무대는 두 편의 멜로영화다. 지난해 이탈리아에서 촬영한 ‘두 번째 스물’을 선보이는 가운데 최근 중년의 사랑을 그린 멜로영화 출연을 제안 받고 한창 고민 중이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