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진 평론가, 정준일 첫 미니앨범 소개글 작성

입력 2016-01-12 10: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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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 이동진이 가수 정준일의 첫 미니앨범 언더워터(UNDERWATER)의 앨범 소개 글을 작성해 눈길을 끈다.

정준일의 소속사 엠와이뮤직은 11일 SNS를 통해 이동진 영화 평론가가 적은 앨범 소개 글을 공개 했다. 앨범 소개 글을 영화평론가의 글로 남기는 경우는 이례적이라 할 수 있다.

이동진 평론가는 ‘먼 길을 떠나기 전날 밤, 정준일의 새 음반을 들었다. 이토록 처연하고 이토록 매캐한 음악. 소금기가 진하게 묻어 있는 목소리.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멜로디’ 라고 소개했다.

이어 ‘한 곡처럼 들리는 네 곡. 나는 이 아름다운 노래들의 자장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날이 밝으면 나는 길을 떠날 수 있을까’라며 앨범에 대한 감상을 밝혔다.

정준일은 "평소 이동진 평론가님의 글을 좋아했었다. 예전부터 부탁드리고 싶었는데 기회가 닿질 않다가 이번에 부탁드리게 되었다. 너무 멋진 글을 남겨주셔서 감사하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이번에 발매되는 정준일의 첫 번째 미니 앨범 ‘언더워터(UNDERWATER)'는 1,000장 한정 수량만 판매하며, 현재 인터파크 앨범 판매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타이틀 곡 ’플라스틱(PLASTIC)'은 래퍼 비와이가 피처링으로 참여했다.

한편 정준일의 언더워터는 14일 자정 음원 사이트에 공개 된다.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전문]
이것은 젖은 날개의 노래다.
깨진 거울이 내지르는 격렬한 비명이면서 닫힌 문이 토해내는 나직한 한숨이다.

먼 길을 떠나기 전날 밤, 정준일의 새 음반을 들었다.
불빛을 낮추고 볼륨을 높이니 어떤 이의 모습이 서서히 떠오른다.
​밖으로 나갈 수 없지만 안에 머물 수도 없는 사람.
아무 것도 아니지만 플라스틱은 더더욱 아닌 사람.
아무도 묻지 않는 밤에 지친 그가 갑자기 고개를 들어 서늘하게 두 번 다그친다.
​대답해 내게.
​대답해 내게.

이토록 처연하고 이토록 매캐한 음악.
​소금기가 진하게 묻어 있는 목소리.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멜로디.
​촛불을 끄고 갈대를 꺾고 언덕을 넘고 숲에 들어서는 순간들.
모든 슬픈 것들엔 주술적 힘이 있는 걸까.

We will meet again.
​우리는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시간이 흐르면 모든 것이 괜찮아질까.
​한 곡처럼 들리는 네 곡.
​나는 이 아름다운 노래들의 자장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날이 밝으면 나는 길을 떠날 수 있을까.

"우리가 창조되는 과정에 실수가 있었다네.
​우리에겐 뭔가가 빠져 있는데 그게 무엇인지 꼬집어 말할 수는 없군.
​그렇다고 그것을 찾아보겠다고 서로의 내장을 파헤쳐볼 수는 없지.
​그것 때문에 육신을 찢어놓아서야 되겠는가.
​그만두세, 우리는 가련한 연금술사이니까." (게오르크 뷔히너. '당통의 죽음')

/이동진-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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