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대표팀이 14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에서 벌어진 2016 AFC U-23 챔피언십 조별리그 C조 1차전에서 우즈베키스탄에 2-1로 이긴 뒤 경기장을 찾은 한인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U-23 챔피언십 우즈벡전 승리 일등공신
대표팀 최다득점…부상 딛고 부활 신호탄
오른발로 가볍게 찬 공이 2번째로 골망을 흔드는 순간, 올림픽대표팀의 골게터 문창진(23·포항 스틸러스)은 코너플래그로 천천히 뛰면서 두 손을 양 귀에 갖다댔다. 오랜 시간 가슴을 짓누른 극심한 부담을 덜어낸 그는 행복한 표정으로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동료들의 축하와 환호를 만끽했다.
올림픽대표팀은 14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수하임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의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U-23(23세 이하) 챔피언십 조별리그 C조 1차전에서 2-1 승리를 거뒀다. 전반 20분 페널티킥으로 첫 골을 넣은 문창진은 후반 3분 결승골까지 책임지며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경기 후 수여되는 최우수선수(MVP)도 당연히 그의 몫이었다. “위치와 각도도 안 좋았고, (황희찬의) 크로스가 올라올 때 쇄도한 타이밍도 좋지 않았다. 그런데도 골이 들어갔다. 운이 좋았다”며 자세를 낮춘 문창진이지만, 이날의 활약은 올림픽대표팀에도, 그에게도 상당한 의미가 있었다.
올림픽축구대표팀 문창진이 득점 후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을 겸한 이번 대회를 앞두고 문창진에게는 기대와 우려의 시선이 혼재했다. 당연했다. 달갑지 않은 ‘비운의 꼬리표’가 줄곧 따라붙은 탓이다. 문창진은 각급 연령별 대표팀의 터줏대감이었다. 특히 2012 AFC U-19 챔피언십에서 4경기 연속골을 몰아치며 우승을 일군 그는 대회 MVP에 올랐고, 그해 AFC ‘올해의 유망주’ 후보에도 올라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할 때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2013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을 앞두고 허리 부상을 입었고, 올림픽대표팀이 본격적으로 출항한 지난해 1월부터 꾸준히 골 맛을 보며 붙박이로 자리매김한 듯했지만, 부상이 찾아왔다. 지난해 7월 K리그 클래식(1부리그) 경기 도중 치명적인 무릎 부상을 입었다. ‘시즌 아웃’이 거론될 정도로 상태는 심각했다. 8월 중국 우한에서 열린 2015 동아시안컵에 나설 국가대표팀의 유력 후보였을 정도로 좋은 활약을 펼치던 시점이라 더 뼈아팠다.
문창진은 포기하지 않았다. 다시 일어섰다. 반년여의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재활에 매달렸고, 지난 시즌 정규리그 최종전(11월)에 출전하며 복귀를 신고했다. 올림픽대표팀 신태용 감독도 외면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제주 서귀포와 울산에서 진행된 1·2차 강화훈련에서 직접 몸 상태를 점검했고, 합격을 통보했다. “정말 간절했다. 살아있음을 제대로 증명하고 싶다”던 그는 가장 부담스러운 올림픽 길목의 첫 판에서 화려하게 비상했다.
“부상으로 5개월간 뛰지 못하는 등 힘겨운 여정을 보낸 (문)창진이가 좋은 모습을 보여줘 기분 좋다”는 신 감독의 소감에 문창진은 “예멘과의 2차전(16일)에선 더욱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화답했다. 문창진은 올림픽대표팀 출범 이후 17경기 8골로 최다 득점자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