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 데이비스. ⓒGettyimages멀티비츠
상대투수 수읽기·타격·득점 생산 등
1·2번 타순 김현수에 긍정적 시너지
“크리스 데이비스가 남으면 나한테도 좋죠.”
메이저리그 볼티모어에 입단한 김현수(28)는 FA(프리에이전트) 시장에 나간 홈런왕 크리스 데이비스(30)가 팀에 잔류해주길 내심 바랐다. 김현수는 1월초 기자와 만났을 때 “데이비스가 볼티모어에 남아주면 좋겠다”며 “데비이스가 있다면 아무래도 나한테도 여러모로 더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당시에는 볼티모어와 데이비스의 FA 협상이 지지부진해 잔류 여부가 불투명했다.
결국 김현수의 바람대로 데이비스는 볼티모어에 남게 됐다. MLB닷컴을 비롯한 미국 언론들은 16일(한국시간) 일제히 볼티모어와 데이비스의 계약 소식을 전했다. 7년간 1억6100만달러(약 1956억원)의 조건이다. 연평균 2300만달러다. 트레이드 거부 조항도 넣었다.
데이비스는 2006년 텍사스에 지명된 뒤 2008년 빅리그에 데뷔하자마자 17홈런을 기록했고, 2009년 21홈런을 날리며 장타력을 인정받았다. 2011년 주춤했으나 볼티모어로 트레이드된 이후 잠재력을 터트렸다. 2012년 33홈런에 이어 2013년 53홈런 138타점으로 아메리칸리그 홈런왕과 타점왕에 올랐다.
2014년 치료 목적이긴 해도 금지약물(암페타민) 복용 사실이 적발(25경기 출장정지)되고, 타율이 0.196으로 급락하면서 위기를 맞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양대 리그 최다인 47홈런을 기록하며 2년 만에 홈런왕 타이틀을 탈환했다. 아울러 117타점을 올렸다. 타율이 0.262에 그치고, 볼넷(84개)에 비해 삼진(208개·1위)이 많다는 단점도 지적되지만 파괴력 면에서 현역 최정상급 선수임에 틀림없다.
볼티모어 김현수. 스포츠동아DB
김현수는 볼티모어에서 몇 번 타순에 들어설지 알 수 없지만, 현지 언론에선 1번이나 2번타자 후보로 평가하고 있다. 김현수 스스로는 “나를 직접 보면 1번타자감은 아니라는 것을 바로 알 것”이라며 웃고는 2번타순에 자리 잡기를 희망했다.
이럴 경우 데이비스 효과를 볼 수 있다. 데이비스가 중심타선에 있으면 아무래도 상대 투수가 김현수와 정면승부를 펼칠 가능성이 높다. 적극적 타격을 선호하는 그로선 타석에서 계산하기가 편하다. 또 그가 출루한 뒤 데이비스가 한방을 터트려주면 득점 가능성도 그만큼 커진다.
볼티모어는 1루수 데이비스 외에도 지난해 35홈런을 기록한 3루수 매니 마차도, 27홈런을 뽑아낸 중견수 애덤 존스가 있다. 여기에 1루수 겸 외야수 마크 트럼보(22홈런)를 지난해 말 트레이드로 영입해 빅리그 최상급의 화력을 갖추게 됐다. 타선이 전체적으로 강하면 김현수도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 데이비스가 잔류하면서, 볼티모어는 영입설이 나돌았던 쿠바산 외야수 요에니스 세스페데스를 포기할 가능성이 크다. 세스페데스는 주 포지션이 좌익수로 김현수의 입지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데비이스의 잔류는 김현수에게 여러모로 이득이다.
한편 김현수는 비자가 발급되는 대로 미국으로 건너가 시즌을 준비할 계획이다. 현재 비자 인터뷰 절차만 남아있는 상태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