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조원우 감독. 스포츠동아DB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순위가 하락하는 동안, 주요 데이터도 같이 내려가지 않았다는 것이다. 롯데 역사상 가장 탄탄한 전력을 구축했다는 평을 듣는 2011년 팀 홈런(111개)∼팀 득점(713점)∼팀 타율(0.288) 등 공격지표가 모두 1위였다. 그러다 2012년에는 이대호의 일본행으로 공격 지표가 떨어진 반면, 소위 ‘양떼불펜’의 탄생 덕분에 팀 방어율은 2위(3.48)로 전년 대비 0.72나 향상됐다.
롯데 프런트가 ‘투수력만 올라가면 우승할 수 있다’는 환상(?)을 갖고 임명한 김시진 전 감독의 임기 첫 해였던 2013년 팀 방어율은 2위(3.93)를 유지했으나 오히려 전년보다 훨씬 나빠졌고, 공격 데이터도 대폭 하락했다. 팀 홈런이 61개(7위)에 불과했다. 방향성을 잃어버린 김시진 체제에서 2014년 팀 데이터는 투타를 가리지 않고, 잘하는 것이 없는 무색무취한 팀이 돼버렸다. 팀 방어율(5.19)마저 무너져 김시진 전 감독을 영입한 취지가 무색해졌다.
결국 이종운 체제가 들어섰고, 2015년 팀 홈런은 2위(177개)로 떠올랐다. 팀 도루도 40개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팀 득점(765점·5위)이 받쳐주지 못했고, 팀 방어율(5.07·8위)은 최하위권이었다. 개인기에 의존한 야구였던 것이다.
이런 어지러운 지표를 따라가면 역설적으로 희망이 보인다. 롯데 선수들이 상황에 따라 홈런군단이 될 수도 있고, 짠물야구도 할 수 있는 기본능력을 갖췄기에 이런 극과 극의 데이터가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사령탑이 명확한 목표의식을 심어주고, 팀을 뭉치게 해주면 선수들이 순종적으로 따라가는 것이 롯데의 팀 컬러였다. 그런 점에서 올 시즌 롯데의 변화는 예상외로 쉬울 수도 있다. 관건은 리더가 가리키는 방향성이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