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훈. 사진제공|로드FC
“전적보다 강자대결로 도약하는게 중요”
‘준치’라는 생선이 있다. 밴댕이와 비슷하게 생겼다. 몸길이가 50cm쯤 된다. 준치는 생선 중에서 아주 맛있어 ‘진짜 고기’ 진어(眞魚)로 불린다. 다소 상해도 그 맛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 ‘썩어도 준치’라는 말이 여기서 나왔다.
그는 생선으로 치면 준치다. 적당히 싸워 전적을 올리기보다 진짜 강한 상대와 싸운다. 그에겐 백전백승이 중요하지 않다. 진정한 강자와 대결해 후회 없이 경기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약자와 대결해 쉽게 1승을 올리기보다 강자와 대결을 원한다. 그래서 그에게 1패는 ‘아름답고 당당한 패배’다. 패배의 생채기가 있기에 더 멋있는 진짜 파이터다. 그러기에 그는 준치를 닮았다. 이종격투기 ‘태권파이터’ 문제훈(32·오타곤 짐·사진) 이야기다.
문제훈이 또 한번 작두 위에 올라선다. 오는 31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리는 ‘샤오미 로드FC 028’에 출전해 ‘슈토 환태평양 챔피언’ 네즈 유타(34)와 한판 승부를 벌인다. 메인 이벤트인 후쿠다 리키와 차정환의 미들급 타이틀전에 앞서 열리는 코메인 이벤트다. 이번에도 상대는 ‘변함없이’ 강자다. 문제훈은 왜 이런 도전을 할까.
“저는 항상 강한 상대를 원합니다. 상대를 지목해서 싸우는 편이죠. 나보다 강한 상대와 싸워 이겨서 한 단계 도약하고 싶습니다”라며 “전적관리만 따지면 아쉬울 수도 있지만, 열심히 해서 승리를 쌓아서 승률을 올리고 싶습니다”라는 게 문제훈의 답이다.
문제훈은 파이터로서 작은 철학을 갖고 있다. ‘강한 상대하고만 싸운다’다. 그동안 이윤준, 이길우, 강경호, 김수철, 송민종 등 강자들하고만 대결했다. 그래서 전적이 화려하지도 않다. MMA 7승7패다. 대표적인 경기가 지난해 5월2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로드FC 023 ‘밴텀급 챔피언’ 이윤준과 타이틀전이다. 준비도 철저히 했고, 컨디션도 좋아 자신감이 있었다. 케이지에서 이윤준을 당황시킬 정도로 매서운 실력을 선보였다. 하지만 챔피언이 되기에는 2% 부족했다. 결과는 판정패. 그러나 챔피언 이윤준은 “챔피언 벤트를 빼앗길 뻔했다”며 혀를 내둘렀다.
그 후 문제훈은 칼을 갈았다. “경기가 끝나고 나니 더 아쉬웠죠. 특히 저를 응원해준 사람들에게 승리를 선물하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라며 “더 이상의 실패나 좌절은 없을겁니다”라고 다짐했다.
올 첫 상대도 또 강자다. 31일 맞붙는 네즈 유타는 ‘근자감 파이터’ 박형근을 1라운드 21초 만에 제압한 슈퍼강자다. ‘슈토 환태평양 챔피언’ 타이틀도 갖고 있다. 19승7패1무의 MMA 전적이 그가 강자임을 말해주고 있다. 사실 네즈 유타와의 경기도 문제훈이 원했다. 다른 이유가 없다. 단지 강자라는 이유 하나다.
“다른 말이 필요 없습니다. 화끈하고 재밌는 경기를 보여줄 겁니다.” 문제훈의 주먹이 다시 울기 시작했다.
연제호 기자 sol@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